운에 달렸구나-

노력은 헛되지 않았다

by 리을

발목 인대가 찢어졌다.

3주간 깁스를 했고, 현재는 보호대를 하고 다니는 중이다.

불행인지 다행인지 왼쪽 발목이 다친거라 주로 차를 탄다.

그러다보니 먼 거리 보다 짧은 거리가 훨씬 불편해졌다.

걸음이 느려졌고, 계단과 경사에서는 각별한 주의가 필요했다.

퇴근 후 집에 주차를 하고 병원을 걸어갔다 오는게 하루 중 거의 유일한 운동이 되었다.


어제도 느릿한 걸음으로 병원에 도착해 보호대를 풀었다.

그런데 보호대에 있어야할 플라스틱 지지대 하나가 없어져 있었다.

(파란색의 보호대는 쫀쫀한 재질의 천으로 발목을 잡아주는데, 양 옆에는 한 뼘정도 되는 직사각형 모양의 얇은 플라스틱 판이 꽂힌다. 아마도 발목이 휙 꺾이는 걸 보호하기 위해 존재하는 듯 하다.)

당황스러움에 침대 밑을 보고 물리치료실을 잠시 둘러봤지만 보이지 않았다. 잃어버린 것이다.

보호대도 3만원 정도 했던 것 같은데, 얼마 쓰지도 않아 부속품을 잃어버리다니-

병원에 혹시 플라스틱 지지대를 파는지 물으려다 묻지 않았다. 그냥 집에서 어떻게든 비슷한 걸 찾아봐야겠다고만 생각했다.


그렇게 왔던 길을 느릿한 걸음으로 다시 걸으며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며 걷다 문득- 바닥에 무언가가 눈에 띄었다.

한 뼘정도 되는 파란색의 직사각형, 잃어버린 지지대였다.

길 위에 덩그러니 놓인 지지대를 주워 다시 보호대에 끼웠다.

찾았다는 기쁨이나 신기함보다는 안도감이 들었다.

돈이나 노력이 안들어도 된다는 그런 마음이 아니라,

'그래, 운에 달렸구나-' 라는 안도감이.


이 작은 물건을 찾고 잃어버리는 일도 운에 달렸다.

정말 많은 일이 운에 달려있다.

아무리 애를 쓰고 노력을 해도 어려운 상황이 오기도 하고,

어디서 잃어버렸는지 모르는 물건을 너무도 싱겁게 찾기도 한다.


그러니 너무 탓할 필요는 없다.

그게 상황이 되었건, 누군가가 되었건, 아님 스스로가 되었건.

운에 달렸다,.. 그렇게 생각하면 조금 용서할 수 있게 될지도 모른다.



고작 플라스틱 조각 하나를 들고 많은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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