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 빼고 거울 보지 않고 살자
살다 살다 손가락 통증이 지속되는 건 처음이라
무서운 생각이 들어서 신경외과에 갔다.
네 번째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너무 아픈 게
문제. 신경외과에선 힘줄 파열로 예상했고 초음파를
찍어보았다… 비급여라서 7만 원… 하지만 실비김치
되니까 고마 최선을 다해 찍어주이소.
상세불명의 힘줄 자연 파열?
이유를 정확하게는 모르겠는데, 지난주에 집 청소를 뒤집어지게 하면서 소파도 갖다 버리고 제습기, 공청기도 다 분해해서 청소하느라 이래 저래 손에 힘을 많이 쓰긴 했다. 의사는 하루 이틀 만에 파열된 게 아니라 축적되다가 고통이 확 오는 거라고 했다. 손가락 많이 쓰는 거 뭐 하냐고 물어서 음… 요즘 메일이나 계약서 (내용을) 작성할 일이 많긴 해서 타이핑을 오지게
하긴 했다 생각했고, 요가 바카아사나 연습할 땐 손을 쓰니까 그것도 생각했고, 자전거도 생각했다.
힘줄 자연 파열의 치료법은 그냥 안 쓰는 것이다.
당분간 요가…(는 그래도 할래) / 자전거는 날이 더워졌으므로 타지 않겠다 / 회사에서 타이핑…은 나도 안 하고 싶다. 의식적으로 힘줄이 파열된 손가락은 안 써야겠다고까지 브런치에 써두고 본가에 다녀왔다.
본가에 가있는 동안엔 일도 안 하고 운동도 안 하고 먹기만 했는데 손가락이 더 아파졌고, 이젠 손목도 시큰거렸다… 이상하다…
화요일 출근해서 또 뒤집어지게 타이핑을 하고 나니 또 너무너무 아파서 수요일인 오늘은 병원 가려고 회사에서 튀어나왔다.
5시 퇴근 얼마만인지… 그냥 요즘은 일하다가 금토천 에 다이브 해버리고 싶다는 생각을 계속했다.
암튼 오늘도 병원에 안 가면 작살난다는 생각으로 한의원에 갈까 신경외과 또 갈까 하다가 정형외과에 갔다. 의사샘이 손과 손목을 요리조리하고 엑스레이 찍었는데 힘줄 쪽에 석회가 낀 거라 하셨다. 신경외과에서 힘줄 파열이라고 했다고 하니 그러면 손가락이 덜렁거려야 한다고… 례??? (신경외과에서 8만 원 쓴 사람) 손목도 통증이 얼마 안 됐으니 두고 보자고 했다. 사실 힘줄 파열 어쩌고는 초음파를 보면서 진단한 건데 안 아픈 쪽이랑 차이를 모르겠는데 1타 강사처럼 보이죠??? (학생) 여기 힘줄 안 이어지는 거 보이죠???? 암튼 막 이래서 례례 맞습니다 (선생님) 요러고 왔다는 것. 가방끈 짧은 죄지 뭐…
암튼 이 정형외과를 믿는 이유는 초진이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발목이 빅뱅 태양처럼 잘 꺾이는 사람… 골절 호소하며 간 적이 있는데 의사샘이 너무 명쾌+덤덤하게 진단해 주고 과잉 진료 안 했던 게 인상 깊었다. 당당하고 군더더기 없는 화법의 힘이랄까…
암튼 그래서 오늘은 파라핀 치료를 받았다. 가장 낮은 수준의 치료고 일주일 후에고 아프면 내원하고 아니면 오지 말라고 하심… 례… 암튼 그래서 약도 타고 파라핀 치료도 생애 처음으로 받고 왔다… 수족냉증러에겐 너무 따뜻하고 좋은데요… 저 그냥 이곳에 다이브하면 안 될가요….
운동도 손을 꽉 쥐는 것만 아니면 괜찮다 하셔서 치료 후 요가 수업 시간을 기다리며 교보문고에 갔다.
살까 말까 하던 요가 교과서를 사버렸다.
요즘 몸과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 뭔가 최근 들어 우울감이 가장 심했음. 마음이 힘든 이유 중 하나는 운동을 못해서…;
일이 많아 늦게 퇴근하고 집에 오면 기력이 없어서 맨날 밥이나 국수 비벼 먹고 씻고 자버린다.
“오늘은 남들 퇴근할 때 나도 나와서 요가 가야지! ”라고 마음먹고 요가탑을 안에 입고 출근해도 매번 늦게 퇴근을 해버려서…(거의 열흘 넘게) 뭐랄까 기냥 회사에 요가복 입고 출근하는 사람이 되어버린 것이다.
오랜만에 빈야사 수업을 들었는데, 수업 끝에 선생님이 말씀해 주셨다. 요가를 하는 동안에 내가 멋질 거 같고, 우아할 거 같고 그렇지 않냐고. 그런데 거울을 보면 엉성하고 못하는 것 같아서 기분이 그렇지 않냐고. 그러니 거울 보지 말고 내가 잘난 것 같은 기분으로, 기분 좋게 수련하면 된다 하셨다. 정말 맞는 말!
물론 수련 끝나고 회사 메일 확인하고 또 멘탈 와르르맨션되었지만… 집에서 밥 비벼 먹고 글을 쓰고 있으니 선생님의 말이 또 떠오른다. 늘 거울 보지 않고 수련하고 있다는 마음으로 살아야지.
그렇게 살고 있을 테니 꼭 좋은 일이 생기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