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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ightbrain Lab Jan 08. 2024

3년차 주니어 기획자의 일일강사 도전기 1

당신도 강의를 할 수 있다!

무릇 IT업계 종사자라면 어느 회사에 다니든 지식 공유의 압박을 받기 마련이다. 필자의 회사(라이트브레인) 또한 예외는 아니다. 재직자라면 최소 1년에 한 번씩은 자사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강의를 해야 한다. 그런데 당신! 혹시 다음과 같이 생각하고 있진 않은가?


“아.... 도대체 글을 어떻게 써야 하지.. 책이라도 읽고 내용 정리를 해야 하나?”

“앗, 이 주제로 글을 쓰려고 보니 이미 똑같은 주제로 다른 사람이 쓴 글이 있는데? 심지어 잘 썼잖아...”


그렇다면 '강의'를 해 보는 건 어떤가?

아니 잠깐 뒤로 가기 버튼을 누르지 말아 보시라. 글 쓰는 게 고통스럽다고 했는데 웬 강의?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말 의외로 사람마다 잘할 수 있는 분야가 다르다. 당신도 꼭 한 번쯤은 시도해 보라. 의외의 재능을 발견할 수도 있다.


이 글은 당신을 강의의 세계로 초대하기 위해 쓰는 글이다. 필자가 생애 첫 강의를 준비하며 어려웠던 지점과 고민했던 지점을 전달함으로써 당신이 강의를 처음 할 때 조금이라도 덜 시행착오를 거쳤으면 하는 마음에서 이 글을 전한다. 참고로 필자는 2년제 대학교를 졸업한지라 학벌이고 나발이고 없다. 거기다 무려 학점은행제로 시각디자인과 학사를 취득한 길바닥 출신! 총경력은 겨우 2년밖에 안 된 꼬마기획자! 그러니 당신도 충분히 할 수 있다. 용기를 갖고 따라오시라.




강의를 시작하게 된 계기


강의(講義): 학문이나 기술의 일정한 내용을 체계적으로 설명하여 가르침.
(출처: 국립국어원)


필자도 물론 처음부터 사전적인 의미의 '강의'를 해야겠다고 생각한 것은 아니다. 프로젝트가 끝나 다음 프로젝트를 대기하는 동안 회사로부터 자사 블로그에 글을 쓰라는 미션을 받았다. 다만 문제가 하나 있었는데, 도무지 글감이 잡히지 않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흥미로운 주제는 이미 다른 누군가가 선점했다. 필자가 동일한 주제로 작성하는 것이 무의미할 정도의 양질의 글이 이미 인터넷상에 가득했던 것이다. 글감을 고민하며 며칠간 의식의 흐름을 타고 생각하다 보니, 뜬금없게도 문득 오랜만에 대학교 은사님을 찾아뵐 때가 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데 오호라, 이왕 학교에 방문하는 참에 졸업반 학생들에게 취업 및 실무와 관련된 팁을 전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또한 겸사겸사 취업준비생들의 고민거리가 무엇인지 알아보고 관련 주제로 글감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갖게 된 것이다. 필자는 잠깐의 고민 끝에, 이내 은사님의 메신저를 통해 연락을 드렸다.


"교수님 안녕하세요, 1년 반 만에 연락드리네요. 16학번 강해인입니다! 저 프로젝트 끝나서 여유가 있는 상황이라, 학교 찾아갈 수 있어요. 졸업반 대상으로 취업/실무 관련 궁금한 점에 대해 얘기 나눠보는 Q&A 시간 가져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학사일정을 보니 곧 방학이라 교수님께서 바쁘실 것 같긴 한데 괜찮으실지.. 수업시수도 고려해야 하고.. 아무튼 조심스레 연락드려 봅니다."


"오호 잘 됐다.^^ 목요일 오후 괜찮겠니? 이번 주면 목요일, 금요일 오후 중에 아무 때나^^ 점심에 와서 점심 같이 먹고. 1시간 정도면 어떨까 하네. 편한 시간 알려주시게나~."


감사하게도 기꺼이 수업 시간을 쪼개어 주신 은사님 덕분에 졸업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진행할 수 있었다. 이때까지만 해도 큰 고민 없이 일단 일을 벌여 둔 상태여서 막연하게 '졸업반 대상 Q&A 시간' 정도로 생각하고 있었으나, 알고 보니 공식적인 강의였다. '공식 강의'라는 본격적인 형태가 될지 몰랐던 그 당시의 필자에게 애도를 표한다.




왜 강의를 해야 하는가?


가장 큰 이유를 하나 꼽으라면, 강의는 '듣는 사람이 명확하다'는 점이다. 이 부분이 강의를 준비하고 실행하는 데 있어 생각보다 큰 동기부여가 된다. 필자의 경우 막연하게 블로그 글을 써야 한다는 과제를 받으면 블로그 글은 누가 보는지, 왜 써야 되는지 목적과 동기가 명확하지 않아 금세 싫증이 나곤 했다. 하지만 오프라인 강의는 어떤가? 당장 눈앞에 있는 학생들의 눈망울 하나하나가 이야기를 듣는 청자인 것이다. 강의 중 학생들의 초롱초롱한 눈빛을 봤을 때, 강의 후 '너무 좋았다'는 말을 들었을 때의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는 직접 경험해 보기 전까지는 알기 어려운 영역이기에 일생에 한 번 정도는 강의를 해 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 지금 당장 하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언제가 됐든 미래에 한 번쯤은 해볼 만한 경험이라는 것이다.


아래는 필자가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왜' 하고자 하는지,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에 대해 정리한 예시이다. 이것을 참고 삼아 당신의 상황에 대입해 보면 도움이 될 것이다.


   강의를 하고자 하는 이유 (예시)

 IT업계 선배들처럼 나의 경험을 기꺼이 후배들에게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음            

 재택근무 기간을 의미 있는 경험으로 채우고 싶음            


  강의를 통해 얻고 싶은 것 (예시)  

 블로그 글감 1개 이상  


  참고로, 강의를 통해 실제로 얻은 것은 다음과 같다. 

  당신의 생각 확장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함께 서술해 놓겠다.  

 블로그 글감 2개

 매우 큰 뿌듯함과 보람

 강의료 (원천징수세액 8.8% 별도)

 강의 성공경험

 필자의 의외의 강점을 발견함  


 잠시 생각해 보세요

 내가 언젠가 강의를 하게 된다면, 어느 시점에 어떤 상황에서 어떤 이유(동기)로 하게 될까

 그때의 내가 강의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일까            


자 그럼 당신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며 본격적으로 강의를 시작하기 위한 준비를 해 보자.




강의를 시작하는 방법


① 강의 대상/주제 선정 → ② 강의처 탐색 → ③ 강의 시간/장소 확정 → ④ 강의 준비 → ⑤ 강의 → ⑥ 명세서 작성→ ⑦ 강의 회고 


필자의 경우 위와 같은 순서로 오프라인 강의를 진행했다. 아래에 각 단계별 해야 할 일(Action Item)을 정리해 두었으니 천천히 읽고 따라오면 당신도 어엿한 초보 강의자로 데뷔할 수 있을 것이다.


① 강의 대상/주제 선정

강의를 하려면 강의 대상과 주제를 명확히 해야 한다. 하지만 우리는 초보 강의자이므로 강의 대상과 주제를 구체화하기보다는 '구상'정도만 해 둔다. 예를 들면, '취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취업 관련 내용을 전달하면 좋을 것 같다' 정도의 수준이다. 필자의 회사에 재직하고 계신 컨설팅그룹 이사님처럼 강의 경력이 어느 정도 있는 저명하신 분이라면 강의 대상과 주제를 임의로 선정해도 수강자가 모여들겠지만 우리는 이름 없는 초보 강의자기 때문에 그런 거 없다. 강의처를 먼저 찾고, 강의처의 수요에 맞춰 강의 대상과 주제를 선정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가장 쉬운 방법이다. 다만 아래 항목에 대해서는 미리 생각해 두면 좋다.


강의 전략

(1) 내가 강의자로서 다른 강의자에 비해 나만이 줄 수 있는 차별점이 뭘까?

(2) 어떤 정보를 전달해야 내 강의를 듣는 사람들이 들을 만한 가치가 있었다고 느낄까?


필자의 경우 다음과 같이 전략을 세웠다. 당신의 생각 확장에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함께 서술해 놓겠다.


강의 전략 (예시)

(1) 경력 3년 차는 학생과 실무자 사이의 간극을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연차이기에 학생을 대상으로 실무적인 이야기를 전달하기에 최적화되어 있다. 또한, 학생과 실무자 사이의 균형을 잘 잡고 얘기할 수 있는 연차이다. 5년 차, 7년 차가 되면 실무자 입장에서의 이야기를 더 많이 하게 될 것이다. 따라서 나는 3년 차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겠다.

(2) 졸업반 학생 대상의 비공식 강의를 진행하므로 다소 가감 없이 이야기해도 된다. 막상 사회에 나와 겪어보면 다 알게 되는 내용임에도 불구하고 취업준비생이 알기 어려운 정보들이 분명 있다. 따라서 나는 이러한 정보들을 가감 없이 전달함으로써 학생들이 손해 보는 일이 없도록 하겠다. (참고: 필자는 이 강의를 비공식 강의라고 생각했으나, 강의 당일날에서야 이 강의가 공식 강의라는 것을 깨달았다.)


요즘은 무엇을 하든 경력자가 우대받는 세상이기에 이러한 전략이 세워져 있지 않으면 강의처를 찾기 어려울 수 있다. 초보 강의자라면 그럴듯한 전략을 세워 둘 필요가 있으므로 나만이 줄 수 있는 차별점을 꼭 생각해 두자.


   ✔ 이 단계에서 해야 하는 일  

 강의 대상 및 주제 생각해 두기

 나만이 줄 수 있는 차별점 찾아내기  


② 강의처 찾기

'강의'라는 단어가 주는 어감이 거창해서 그렇지, 생각보다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 당장 구인구직 플랫폼에 '강사' 키워드를 검색하면 직무경험이 1년 이상인 사람을 대상으로 대학교 직무특강 강사를 구하는 글이 올라와 있다. 필자의 경우 종종 연락을 취했던 대학교 은사님이 있었기에 은사님께 연락했지만, 그 외에도 다양한 방법들이 있으니 아래를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강의처 찾는 법

모교의 선생님/교수님께 직접 부탁한다.

강의 중계 플랫폼(e.g. 인프런)에 강사로 참여한다.

IT 커뮤니티(e.g. 맥비기획톡방)를 통해 연사/강사를 모집하는 자리를 알아본다.

구인구직 플랫폼(e.g. 잡코리아)에 '강사' 키워드로 검색한다.            


만약 강의처를 찾지 못했다고 해도 좌절할 필요는 없다. 위 항목들은 강의의 형태를 갖추어 시작할 수 있는 진입점의 역할을 해 줄 뿐이기에, 마땅한 강의처를 찾지 못했다면 '강의'라는 개념이 아니라 지인 혹은 동료와의 '커피챗(커피챗 : '궁금한 업계/회사/직무/학교'의 사람과 실제 만남을 통해 커피 한 잔 마시며 부담 없이 정보를 묻고 답하는 것)'에서 시작하는 것을 추천드린다. 커피챗을 시작으로 다른 사람에게 지식을 전달하는 행위의 보람을 느껴본다면, 충분히 어떤 방법으로든 접근할 수 있다. 우선 뭐가 됐든 시도해 보시라.


✔ 이 단계에서 해야 하는 일

강의처 찾고 컨택하기            



③ 강의 시간/장소 확정

강의 시간과 장소를 확정하기 앞서, 추가적으로 확인하고 싶은 부분이 있다면 강의처에 질의를 통해 확인한다. 확인해 볼 만한 구체적인 내용은 아래를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강의처에 확인해 볼 내용

 온라인 강의인지 오프라인 강의인지 확인

 강의 시간 확인

 강의 대상/주제 확인

 강의료 지급 여부, 구체적인 금액 확인 (강의료가 지급될 경우 공식 강의로 간주함)

 강의료 지급과 관련하여 별도로 작성 필요한 서류가 있는지 확인

 강의 당일에 사용할 자료를 미리 전송해 둘 필요가 있는지 확인


오프라인 강의인 경우, 추가적으로 확인해 볼 내용

강의 장소 확인

강의 환경 체크를 위해 강의 장소를 미리 방문 가능한지 여부 확인, 가능한 경우 방문 가능한 날짜 및 시간 확인            


참고로, 이 단계에서 중요한 점이 하나 있다. 당신이 회사에 재직 중이면서 강의료가 지급되는 공식 강의를 진행할 경우, 강의 시간/장소를 확정하기 전 강의 일정을 회사에 미리 공유해야 할 필요가 있다. 회사에 따라 별도의 보고 절차가 필요한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예시로, 필자가 재직 중인 라이트브레인의 경우 공식적인 강의 진행 시 이사님께 공지가 필요하다. 필자의 경우 강의 당일까지도 비공식으로 진행하는 것으로 인지하고 있었기에 사측에 별도의 공지는 하지 않았으나, 뒤늦게 알고 보니 공식이었던 사례여서 진땀을 뺐다.


더불어, 필자는 프로젝트를 종료하고 자택에서 대기하는 재택근무 시간 중 오프라인 강의를 진행했다. 자사 블로그 글감을 얻기 위해 진행한 활동이기에 이 또한 업무의 연장선이라고 생각하여 별도로 보고하지 않았으나, 원칙적으로는 재택근무 중 근무지 이탈 시 별도의 보고가 필요했다. 이 사실 또한 강의 당일이 되어서 알았고, 강의 당일날 노쇼할 수는 없는 상황이었던지라 회사에 별도 보고 없이 진행하였다. 당신은 소속된 회사가 있다면 꼭 직속상관에게 미리 안내하고 회사 내부적으로 필요한 절차에 따라 미리 협의한 후 진행하길 바란다.


✔ 이 단계에서 해야 하는 일  

질의를 통해 강의 조건 확인하기

강의 시간/장소 확정하기

재직 중 강의료가 지급되는 공식 강의를 진행할 경우 재직 중인 회사에 미리 안내하기  


다음 시간에는 강의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강의를 마치고 회고하는 과정까지를 안내하겠다.

※ 다음 글 바로 보기: https://brunch.co.kr/@rightbrain/246

 


- 라이트브레인 가치UX그룹 강해인



※ 이 글은 23년 12월 7일에 한국폴리텍1대학 서울정수캠퍼스 시각디자인과 강의실에서 디지털디자인 전공 졸업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미래 산업을 대비한 디자이너의 취업역량준비(UX 실무자에게 듣는 취업비결)' 강의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음을 알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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