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도 강의를 할 수 있다!
이전 글에서는 강의 대상과 주제를 선정하고 강의 시간 및 장소를 확정하는 과정까지를 안내했다. 이번 시간에는 본격적으로 강의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강의를 마치고 회고하는 과정까지를 안내해 보고자 한다.
* 이전글 바로보기 : 3년차 주니어 기획자의 일일강사 도전기 1
강의 준비는 아래와 같이 총 네 단계로 구성되어 있다. 강의일까지 시간이 얼마나 남았는지 확인한 뒤, 각 단계별로 시간을 얼마나 배분할지 생각해 보자.
(4-1) 강의 내용 구성 → (4-2) 강의 자료 작성 → (4-3) 강의 환경 확인 및 강의 연습 → (4-4) 강의 성공 기준 정의
참고로, 강의 내용을 구성(4-1)하고 자료를 작성(4-2)하는 데 시간이 제일 많이 걸리는 것이 일반적이다. 강의 환경 확인 및 강의 연습(4-3)은 하루에서 이틀 정도 걸린다고 예상하는 것이 좋다. 필자의 경우 워킹데이 2.5일간 단계별로 시간을 배분하지 않고 진행하여 시간이 부족해 강의 연습을 하지 못했다. 따라서 꼭 각 단계별로 시간을 배분하여 진행하기를 권장한다.
(4-1) 강의 내용을 구성한다.
앞서 세운 전략을 기반으로 강의 주제에 맞춰 내용을 구성하는 단계이다. 필자의 강의가 구체화된 형태를 갖추기 시작한 것은 이 시점이다. 최소한의 내용은 미리 구상해 가야 학생들과의 상호작용이 이루어지기 수월할 것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단계에서는 강의 내용을 구상하면서 필자가 고민했던 방식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첫째, 학창 시절에 강의를 들으면서 아쉬웠던 부분을 정리해 보았다.
기존 강의에서 아쉬웠던 점 (예시)
(1) 선생님이 일방향으로 정보를 전달하여 컨디션이 저조한 날에는 수업을 듣고 있어도 집중력을 유지하기 힘들었다.
(2) 학교에서 수업을 들을 때 간혹 '이거 학원에서 배웠죠? 넘어갈게요~' 식으로 얘기하는 선생님이 있었다. 나는 학원을 다니지 않았기에 학교에서 해당 내용을 배울 수 없었다.
(3) 수학 기초반 수업을 들었는데, 심화에 해당하는 내용이 있었다. 해당 내용은 너무 어려워서 이해할 수 없었다.
둘째, 아쉬웠던 부분을 어떻게 해결할 수 있는지 고민해 보기 위해 서로 대응하는 질문형의 문장을 만들었다.
어떻게 하면 ~할 수 있을까? (예시)
(1) 일방향으로 정보를 전달하는 것은 한계가 있으므로 최대한 양방향으로 소통하는 방법은 없을까?
(2) 학생들이 갖고 있는 배경지식이나 학습능력이 제각기 다른데, 어느 학생에 맞춰야 할까?
(3) 내가 갖고 있는 정보를 100이라고 한다면 이 중 어느 수준까지를 전달해야 학생들이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을까?
셋째, 아이데이션을 통해 나름대로의 인사이트를 도출해 보았다.
강의에 적용해 볼 만한 점 (예시)
(1) 학생들이 직접 궁금한 것을 물어보도록 유도하고, 물어본 것에 대해 답변한다. 또한 추가적인 질문을 자유롭게 받는다.
(2) 학원 강의가 아닌 학교 강의이므로 최대한 많은 학생들이 이해할 수 있는 방향으로 진행해야 한다. 따라서 시각디자인과 교과과정을 들은 학생이라면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수준의 강의가 이루어져야 한다.
(3) 학원 강의 경험이 있는 친구에게 조언을 구한 결과, '너무 자세하게 알려주려고 하지 말고 인사이트를 주는 정도면 돼'라는 답변을 받았다. 따라서 정보량이 100이라고 한다면 그중 20의 수준으로 이야기하되, 100이 궁금한 사람들을 위해 100을 알아갈 수 있는 방법을 간접적으로 제시하는 방식으로 구성한다.
이렇게 기존 강의의 아쉬웠던 점에 착안하여 단점을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하고, 적용해 볼 만한 점을 도출하는 방식을 적용해 보았다. 업계에서 익히 사용하는 방법론과 유사하기에 당신도 이 방법을 사용한다면 생각을 확장하는 데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4-2) 강의 자료를 작성한다.
강의 내용 구상이 완료됐다면 구상한 내용에 맞춰 강의 자료를 작성한다. 강의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각 내용의 핵심만 정리하되, 한 화면에 너무 많은 정보량을 담지 않는다. 화면에 너무 많은 정보를 담게 되면 청자가 시각적 정보(화면)와 청각적 정보(설명)를 동시에 처리해야 하므로 인지 과부하를 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강의 자료 구성에 대한 대략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자면 아래와 같다.
강의 자료 구성 (예시)
강의자 소개(5%) → 본 강의 (75%) → 강의 요약(15%) → 맺음말(5%) 순으로 진행
(전체 강의를 100%로 가정했을 때 예시. 경우에 따라 '강의 요약' 단계를 생략하기도 함)
필자는 학부 때 취업 관련 특강을 자주 들은 바 있어 여러 외부 강사의 대략적인 강의 흐름을 참고하였다. 일반적인 경험에 기반하여 구성하였으니 위 가이드라인대로 구성하여도 무리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당신의 강의 자료 작성에 도움이 될까 하여 필자가 실제 강의에 사용했던 자료를 공유하고자 한다. 자세한 내용은 아래 슬라이드쉐어를 참고 부탁드린다(일부 정보는 블라인드 처리하였음).
https://www.slideshare.net/stampy0307/ux-e5a4
Figma의 프로토타입 기능을 활용하여, 질문 선택 시 질문에 맵핑된 특정 화면으로 이동되는 형태로 구현하였다. 또한 Q&A 형태의 강의이므로 '강의 요약' 단계는 생략되어 있다. 덧붙이자면 필자의 경우 하루 만에 자료를 만들고 바로 다음 날 강의를 했기 때문에 워싱이 덜 돼서 화면 내 정보량이 다소 많은 편이니 참고 부탁드린다.
이렇게 강의 자료를 완성한 시점에서 강의 준비의 약 80%가 끝났다고 생각하면 된다. 강의처로부터 강의 자료 사전 공유를 요청받았을 경우 자료가 완성된 시점에 자료를 미리 공유하자. 필자는 별도의 사전 공유 요청을 받지는 않았다. 다만 아무래도 학교 수업 시간에 전달되는 내용이다 보니, 해당 수업을 담당하시는 은사님께서 미리 확인하실 수 있도록 강의 하루 전에 강의 자료를 공유한 바 있다.
번외로, 이 단계에서 강의 제목을 미리 정해 둘 것을 추천한다. 필자는 강의 제목을 생각해 두질 않았기에 추후 명세서를 작성할 때 강의 제목을 작성하는 게 제일 어려웠다. 강의 제목의 예시는 다음과 같으며, 작성에 어려움을 겪는다면 강의를 판매하는 플랫폼 서비스 등을 참고하는 것을 추천한다.
강의 제목 (예시)
미래 산업을 대비한 디자이너의 취업역량준비(UX 실무자에게 듣는 취업비결)
(4-3) 강의 환경을 미리 확인하고, 강의를 연습한다.
가수 중 완벽주의자로 손꼽히는 박효신은 콘서트를 위해 몇 달 전부터 콘서트장을 대여해 콘서트를 준비한다고 한다. 중요한 오프라인 강의라면 꼭 강의환경을 사전답사해 볼 것을 권장한다. 가능하다면 강의 자료 준비가 얼추 마무리된 시점에 방문하면 좋다. 사전답사를 통해 실제 강의 시 강의 환경에서 나올 수 있는 변수를 예측하거나 차단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온라인 강의의 경우에도 계정을 복수 개 준비해서 미리 송출 환경을 확인해 두면 좋다.
필자의 경우 강의 환경을 얼추 기억하고 있어 별도의 사전답사는 행하지 않았다. 다만 실제로 강의를 하기 위해 강의실에 들어와 보니, 화이트보드 사용이 불가능했다. 또한 강의실 스크린이 모니터에 비해 훨씬 크다 보니 42인치 모니터를 통해 강의자료를 만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생각했던 것과 다르게 표현된 부분도 있었다. 이렇게 예상치 못한 변수가 있을 수 있으니 당신은 여건이 된다면 강의 환경을 미리 확인해 보는 것을 권장한다.
또한, 타이머를 맞춰 두고 강의 시간에 맞춰 강의하는 연습을 해 보면 많은 도움이 된다. 오프라인 강의인 경우 핸드폰으로 자신의 모습을 녹화한 상태에서 연습하는 것을 권장한다. 녹화한 연습 영상을 확인하며 내용이 잘 전달되는지, 반복적인 움직임이나 말버릇이 있지는 않은지, 목소리 톤은 일정한지 확인하고 교정하는 절차를 거치는 것이 좋다.
(4-4) 강의의 성공기준을 미리 정해 둔다.
강의의 성공 평가 기준을 정의함으로써 강의 후 회고 단계에서 이 평가 기준이 하나의 지침이 될 수 있다. 이 목표는 수치화하여 정량적으로 평가할 수 있어야 한다. 구체적인 예시는 아래를 참고해 보면 좋을 것이다.
이 강의의 성공기준을 무엇으로 판단할 것인가? (예시)
[틀린 예시] 강의를 집중해서 들었는지 여부
[올바른 예시] 전체 강의 시간 60분 중 약 40분 이상을 집중해서 듣는 인원이 3명 이상인지 여부
필자는 '위 1개 조건을 만족하면 성공'으로 판단하도록 정의했지만, 이 밖에도 다음과 같이 성공기준을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N개 조건을 정의하고, 이 중 N개 이상을 달성했을 시 성공
강의 만족도 평가 설문지를 미리 준비하고, 강의 종료 후 청자에게 응답하게 하여 평가 설문이 일정 척도 이상인 경우 성공
✔ 이 단계에서 해야 하는 일
강의 구상 및 강의 자료 만들기
강의 제목 정하기
강의 환경 미리 확인하기
실제 강의처럼 시간제한을 두고 연습해 보기
강의의 성공 평가 기준 정하기
대망의 본 강의이다. 오프라인에서 진행할 경우 강의 준비물이 있다면 미리 챙겨두자. 특히 강의 도중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을 준비해 가는 것을 권장한다. 손목시계를 준비하거나, 강의실에 배치된 시계를 통해 시간을 확인할 수 있다. 또한 강의를 시작하기 전에 회고를 위해 미리 녹음기를 켜 두자. 실제 강의에서의 내 모습을 확인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녹화 혹은 녹음이기 때문이다. 덧붙이자면 학원이든, 학교든 강의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 사람은 언제나 있으니 일부 사람들이 강의에 반응하지 않는 것을 보고 당황하지 않기를 바란다
✔ 이 단계에서 해야 하는 일
강의 출발 전: 시간을 확인할 수 있는 수단 준비하기
강의 시작 전: 녹음하기
강의 중: 시간 확인하면서 강의하기
무사히 강의를 완료했다면, 강의수당지급 명세서를 작성한다. 필자의 경우 강의를 완료한 후 메신저를 통해 강의명세서 작성을 요청받았다. 다만 강의처에 따라 미리 명세서를 작성하는 경우도 있는 듯하다.
강의수당지급 명세서 작성 항목 (예시)
제목(강의주제), 일시, 장소, 대상, 금액, 계좌번호, 주소, 휴대폰번호, 주민등록번호
강의수당 지급을 위한 개인정보(성명, 주소, 계좌번호) 수집·이용 동의
소득세 신고를 위한 고유식별정보(주민등록번호) 수집·이용 동의
성명 및 서명
구체적으로는 위와 같은 항목을 작성했다. 참고로, 강의료의 경우 원천징수세율 8.8%가 공제된 금액이 지급된다.
✔ 이 단계에서 해야 하는 일
강의명세서 작성
이 단계에서는 실제로 수행했던 강의에 대해 스스로 평가해 보고, 다음 강의에 반영할 점을 기록한다. 필자의 경우 직접 녹음한 음성파일을 들으면서 회고했다. 이번 강의를 평가해 보자면 다음과 같다.
아쉬운 점 (예시)
공식 강의인 걸 미리 알았다면 더 준비할 걸 그랬다. 60분 안에 끝내야 했는데 10분 초과했다.
준비가 조금 부족했다고 느껴진다. 강의 후 녹음본을 들어보니 반복적인 말버릇이 있었고, 목소리 톤이 일정하지 않았다.
강의가 처음이다 보니 절차를 몰라 회사에 제대로 보고하지 못했다.
칭찬할 만한 점 (예시)
목표치를 달성했다. (전체 강의 시간 60분 중 약 40분 이상을 집중해서 듣는 인원이 3명 이상이었음)
은사님으로부터 '오늘 수고했어.^^ 학생들이 너무 좋았대.'라고 전달받았다.
위 평가로 미루어보건대, 2.5일이라는 짧은 기간 안에 일정 수준 이상의 퀄리티를 냈다.
다음 강의에 반영할 점 (예시)
이번 강의의 경우 준비 기간이 없다시피 했다. 다음에는 계획적인 시간 배분을 통해 강의 준비 기간을 조금 더 확보해야겠다.
강의처 관계자와 강의에 대한 확인 절차를 충분히 거치고, 재직 중인 회사에 미리 알려야겠다.
회사 블로그에 게재할 글감을 얻겠다는 속세의 마음을 갖고 시작했으나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소중한 시간이었다. 작은 사회에 공헌한 것 같아 뿌듯했고, 생각한 것 이상으로 많은 학생들이 관심을 가져 줘서 좋았다.
✔ 이 단계에서 해야 하는 일
녹음한 강의 다시 들어보며 자가평가하기 (아쉬운 점, 칭찬할 만한 점, 다음 강의에 반영할 점 정리)
필자는 요즘 자신이 이 업(業)에서 무엇을 잘하는지, 무엇에 서투른 사람인지 알아가며 성장해 가는 과정 안에 있다. 이 글을 읽는 당신이 IT업계에 종사하고 있고 지식 공유를 해야 하는 입장이라면, 당신이 잘하는 방식으로 지식을 공유하는 것이 더 효과적일 것이다. 지금도 누군가는 글을 써서, 누군가는 강의를 통해, 누군가는 사수가 되어 지식을 전파하고 있다. 사람마다 잘하는 게 다르기에 당신이 잘하는 것을 찾아가는 과정 중 하나로써 강의를 한번 해 보는 것을 추천드린다. 물론 강의가 아니어도 당신이 관심 있는 것이라면 무엇이든 시도해 보고 경험해 봤으면 좋겠다. 자신에 대해 알아가는 과정은 고통스럽기도 하겠지만 즐거울 일이 더욱 많다는 것을 기억하길!
당신이 언젠가 강의에 도전하고 싶은 시점에 이 글이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길 바란다.
당신의 새로운 도전을 응원하는 필자로부터.
- 라이트브레인 가치UX그룹 강해인
※ 이 글은 23년 12월 7일에 한국폴리텍1대학 서울정수캠퍼스 시각디자인과 강의실에서 디지털디자인 전공 졸업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된 '미래 산업을 대비한 디자이너의 취업역량준비(UX 실무자에게 듣는 취업비결)' 강의를 기반으로 작성되었음을 알립니다.
이전글 바로보기 : https://brunch.co.kr/@rightbrain/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