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랙티브 다큐멘터리 VR '제주 해녀' 론칭 과정
지난주, 구글의 VR플랫폼인 '데이드림'에 국내 언론사 최초로 본사 인터랙티브 VR 콘텐츠가 릴리즈 되었다. 제목은 '바다를 닮은 그녀들, 제주 그리고 해녀(Experiencing Haenyeo)'. 2016년 제주 해녀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에 등록되었고, 우리 국민뿐 아니라 외국인에게도 매우 흥미로운 주제라는 점에 착안해 기획했다.
이번 프로젝트가 다른 프로젝트보다 조금 특별했던 점은 미국 구글 본사와 파트너십 계약을 맺고 진행했다는 점이다(실제 대부분의 커뮤니케이션은 아·태싱가폴 지사와 주로 진행했지만). 구글은 론칭 지역에 맞는 로컬 콘텐츠를 데이드림에 탑재하는데, 해외 언론사로는 미국의 NYT·WSJ, 영국의 가디언 등이 구글과 함께 콘텐츠를 론칭했다. 한·일 론칭 시, 미디어사로는 조선일보가 유일하다.
총 제작 기간은 약 8개월, 해녀들의 역사와 인생, 그리고 물질 현장을 몰입형 인터랙티브 VR다큐로 제작한 이번 제주 해녀 콘텐츠는 '해녀의 역사', '해녀의 일상', 그리고 '해녀 학교'라는 3가지 테마로 이뤄졌다. 첫 번째 테마 '해녀의 역사'편에서는 해녀 박물관을 배경으로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에 선정된 해녀의 역사를 해설했다. 두 번째 테마 '해녀 할망, 물질 인생 60년'편은 김심영 대상군(가장 뛰어난 물질 능력을 갖춘 해녀) 해녀의 물질하는 모습과 평소 일상을 담았다. 세 번째 테마인 '내겐 너무 아름다운, 제주 해녀를 꿈꾸다' 편에서는 해녀의 삶을 동경해 서울 생활을 포기하고 해녀 학교에 입학한 노영미 씨의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여담이지만 노영미 씨와 그의 자매가 운영하는 카페의 분위기는 너무 좋았다). 해당 콘텐츠가 해외에도 론칭될 수 있기 때문에 각각 한국어와 영어, 일본어의 자막과 더빙도 선택해 볼 수 있도록 진행했다.
이번 프로젝트에서 힘들었던 점은 크게 두 가지다. 촬영스팟인 제주도의 변덕스러운 날씨와 구글 데이드림의 앱 검수이다. 실 촬영 전, 업체와 사전답사 후 작업을 진행했음에도 날씨가 생각만큼 우리를 도와주지 않았다. 비가 많이 와 지상 촬영이 불가하거나, 바람이 너무 불어 인터뷰 오디오를 쓸 수 없거나. 또 수중 촬영에서 빛의 양이 많지 않아 수중 깊숙이 들어가지도 못하고, 화면이 상당히 어두웠던 것, 스티칭 진행 시, 절단면들이 매끄럽게 이어지지 않아 몰입도에 방해가 될 소지 등 여러 이슈들이 있었다.
두 번째는 구글 데이드림의 앱 검수. 이 부분은 정말 너무도 까다로웠다. 일부 UX, 컨트롤러의 포인터 및 자막 위치, 백 버튼 오류, 영상 딜레이 문제, 수정하면서 이어지는 앱 오류 등 데이드림 앱 개발 매뉴얼을 참고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3개월이 넘는 수정을 진행해왔다. 나중에 구글 본사 측에서 답답했던지 구글 개발자 게시판에 업체 개발자를 넣어 오류 개선을 위한 질의를 할 수 있게 해 줄 정도였다. 개발 오류 수정 메일만 30통 이상 주고받았으니..
어쨌든 작년 4월부터 논의가 시작돼 한 여름에 제작된 '제주 해녀 VR'은 여러 우여곡절 끝에 론칭됐다. 구글은 '제주 해녀 VR'을 피처드(추천) 앱으로 선정해 오는 20일(금)부터 26일(목)까지 데이드림 스토어에서 프로모션 할 예정이라고 한다. 뭐, 게임이라면 엄청난 반응이 왔겠지만 언론사 앱은 '구글의 은총'이라는 피쳐드에 그리 큰 영향을 받지는 못할 것으로 예상한다. 아직 데이드림 뷰어 보급도 원활히 되지 않고, 구글 픽셀 폰 외 삼성, LG, HTC 등에서는 호환이 제대로 되지 않는 등 여러 물리적·하드웨어적 문제도 산적해있어 해당 콘텐츠를 제대로 즐길 수 있는 유저들이 생각보다 많지 않을 것 같다는 부분이 조금 아쉽기는 하다.
VR과 AR의 주목도와 투자가 점점 높아져가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제대로된 콘텐츠나 비즈니스 시장이 마련되지 못한 현재, 다음 달에 열릴 구글 I/O에서 향후 이 가상현실 시장을 어떻게 대응할 지에 대한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해 줄 수 있을까? 아무쪼록 이 프로젝트를 위해 애써준 구글 코리아의 Jenna님과 수중촬영 및 앱 개발에 힘써준 오썸피아, 그리고 프로젝트를 잘 마무리해준 디지털전략실의 현중에게 수고가 많으셨다는 말을 글로써나마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