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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최대표는 최대리 Apr 05. 2019

아직 언론사는 절박하지 않습니다.

언론사에서 디지털 영상 비즈니스를 성공시키기 힘든 세 가지 이유

언론사에게 디지털이란 '독이든 성배'다. 겉으론 "저 OO일보 디지털 팀에 있습니다"라고 이야기하면 외부에서 보기에는 좀 있어 보일지 모르지만, 실제 내부에선 '뭐, 좌천되셨나?', 혹은 '곧 다른 곳 가시겠네'라고 쉽게 생각한다. 


언론사, 특히 신문사에서 기존 뉴스를 디지털화하는데에 성공한 사례는 전 세계에서도 너무너무 드물다. 기존 시스템을 혁신적으로 변화시키기 위해 텍스트를 넘은 영상 실험, 시스템과 인프라 재구축, 무너져가는 비즈니스 모델을 대체할 신규 BM 창출 등 해야 할 것이 너무 많은 지금, 그나마 겉으로 드러나는 언론사 디지털 영상 전략의 성공적 안착이 왜 이리도 힘든지, 도대체 무엇이 언론사의 디지털 영상 비즈니스의 성공을 방해하는지 고민해본다.




첫째, 전문 인력에 투자를 안 한다.


뿌린 게 있어야 거둘 수 있다고 했던가? 하지만 언론사는 일반 기업에 비해 다양한 전문성을 가진 인력을 교육하고 투자하는 비용이 너무 적다. 반론이 있을 수 있다.


 저기요, 언론사가 무슨 대기업인 줄 아세요?
재무제표상 끽해야 중견기업인데 얼마를 더 쓰란 말이에욧! 


맞다. 언론사는 영리만을 추구하는 대기업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언론사는 매체이자 콘텐츠 프로바이더이다. 단신 기사나 보도 영상을 넘어 디지털 환경에 발맞춘 콘텐츠 제작 시도가 절실히 필요하다. 이에 최적화된 인재를 양성해야 하지만, 기존의 언론사 교육 시스템으로는 다양성을 가진 인재를 만들 수 없다.  


기존의 언론사 영상팀은 어떤 방식으로 이뤄졌는가. 대다수의 언론사들은 '디지털 영상팀' 등의 그럴싸한 이름을 우선 만들어놓는다. 그리고 구색을 맞추기 위해 영상 편집자들을 인턴, 에디터, 프리랜서 등으로 정규직에 비교해 비교적 저렴한 비용으로 인력을 충원해, 그들을 갈아 영상을 만든다. 그리고 이들의 수장은 '기자'다. 그렇게 뽑힌 이들은 윗 분들의 취향에 맞는 영상을 제작하기 시작한다. 소비자의 취향을 분석할 시간은 주지 않는다. 영상 역시 '신속성'이 우선이라고 생각하는 '관찰자'를 위해 갈리고, 또 갈린다. 이런 가성비를 위한 비정규직 양산 시스템은 장기적으로 언론사의 영상 제작 노하우를 내재화할 수 없게 한다. 

 

물론 이러한 문제점을 타계하기 위해 '구글 뉴스 펠로우십'이라는 프로그램이 있기는 하다. 구글 코리아에서 국내 일부 언론사들과 가능성 있는 젊은 제작자들을 연결해주었던 프로그램으로, 국내에서는 약 3년째 지속되어 일부 밀레니얼 세대를 타깃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왔다. 향후 영상 제작자뿐만 아니라, 점차 VR·AR·AI저널리즘, 데이터 저널리즘 등 다양한 방식으로 발전시킬 가능성이 높은 프로그램이지만, 솔직히 말해 해당 프로그램을 수료한 인력이 전문성을 갖춘 인재가 되었는지는 미지수이다. '공채 순혈주의' 채용 시스템이 워낙 확고한 언론사가 굳이 디지털 인재 인큐베이팅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할뿐더러, 신문·방송이 가진 기존 자산의 디지털화가 목표인 레거시 미디어에서 이러한 전문 인력 육성은 힘들다.


신문의 최적화된 콘텐츠는 '기사'였고, 방송에 최적화된 콘텐츠는 '방송 프로그램'인 것처럼 디지털 환경에 최적화된, 전혀 다른 문법의 콘텐츠를 만들려면 기존과 전혀 다른 교육 시스템과 투자가 필요하다.



둘째, 팀의 조합을 맞출 생각을 하지 않는다.

세상 모든 조직에서 인원 개개인의 포지션이 얼마나 중요한 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다 아는 사실이다. 하다못해 게임을 예로 들어보자. 오버워치나 롤과 같은 게임에서조차 공격 포지션인 딜러, 방어 및 돌진 포지션인 탱커, 아군의 체력을 회복해주는 힐러가 적절히 섞여야 승리를 쉽게 가져갈 수 있다. 물론 각각 개별의 피지컬에 따라서 팀의 승패가 좌우되기는 하지만 '조합을 맞춰야 승리할 확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불변의 법칙.


이를 이야기하는 이유는 언론사는 이러한 조합을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기자 만능주의'. 기자 있으면 다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영상 조직에 기자 한 두어 명 들어가서 글 좀 봐주면 좋은 영상 나오지 않아?'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엊그제이다. 심지어 아직도 언론사 내 일부 부장들은 이런 말을 심심찮게 한다. 


내가 유튜브 영상 봤는데, 그거 그냥 대충 찍어서 올려도 조회 수 잘 나오더라.
출근길에 캠코더 들고 하나 찍어오면 안 돼?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는 말이다. 디지털 영상 역시 급격히 변하고 있고, 유튜브 역시 레드오션이 되어버렸다. 이젠 초기 기획, 브랜딩, 제작, 마케팅 등 제대로 된 제작이 반드시 필요한데 이를 충족시키려면 적어도 한 팀에 '4~5인'은 필수다. 이 모든 인력이 제작에만 투입되는 것이 아니라, 기획·제작·제휴 등 비즈니스 인력, 브랜딩 전략, 디자이너, 기타 경영 인력 등이 적절히 어우러져야 안정적으로, 또 지속적으로 영상 서비스를 지속할 수 있다. '기자가 있으니까 될 거다'라는 막연한 기대를 제발 이제는 접을 때가 되었다. 정말 잘하는 지상파 PD조차 디지털 영상 시장에서 성공한다는 보장이 없단 말이다. 개인적으로 과장급의 '중간 관리자'의 부재, 잦은 부서 이동도 조직의 조합을 맞출 수 없는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세 번째, 기존의 왜곡된 비즈니스 모델을 이겨낼 만큼 수익화가 어렵다.


절박함을 내세우기엔 너무 많은 돈을 받고 계신 우리 언론사..


스타트업, 특히 플랫폼 스타트업을 지향한다면 'Winner takes it all'이라는 말에 공감할 것이다. 1등을 위해서라면 '계획된 적자'를 두려워하지 않는 이들. 한국판 아마존을 꿈꾸는 '쿠팡', 새벽 배송의 이단아 '마켓 컬리' 등 이들은 영업 이익을 억지로 맞추기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 시장에서 1위가 되기 위해 투자액의 전부를 소진한다. 그리고 그들은 무섭게 성장하며 소비자를 얻고 시장을 지배한다. 


그들은 충분히 배부를 수 있지만 스스로 절박하길 선택했다.
마지막에 크게 웃기 위해서.


신문사나 방송사의 왜곡된 비즈니스 모델은 언론사의 '절박함'을 방해하는 가장 큰 요소다. 단적인 예를 들어보자. 조선일보의 1면 하단 광고 단가는 6250만 원, 후면 전면 광고는 1억이다. 단 하루에 말이다. 이외 후원 및 협찬, 그리고 기타 사업으로 인한 부수입 등이 아직 건재하기 때문에 '굳이 왜 잘 되지도 않는 디지털 콘텐츠에 돈을 쏟아부으며 해야 하는가'에 대한 의문이 혁신을 도전할 수 없게 만든다.


 말로는 절박하다고 말하지만 실제로는 왜곡된 비즈니스가 우리를 아직까지 살찌운다. 정말 우리가 절박했더라면, '블랭크 코퍼레이션이 어떻게 콘텐츠 커머스를 성공시켜 1조 IPO를 진행할 수 있었을지', '열정에 기름붓기가 왜, 그리고 어떻게 그들의 브랜드 가치를 지켜내려 노력했는지', '다이아TV, 샌드박스네트워크 등과 같은 MCN 업체가 이 생태계를 위해 어떤 투자를 했고, 어떻게 수익화를 이뤄냈는지' 등에 대한 조금 더 깊은 고민을 하지 누군가는 하지 않았을까?



디지털 영상에 열정과 전문성을 가진 수장이 부족한 점도, 외부 전문 인력을 밀어내는 특유의 순혈주의도 언론사의 디지털화를 방해하는 주요 원인이다. 중장기적인 투자와 인내가 절실히 필요함을 알고 있음에도, 레거시 언론사 조직은 길어야 2년 안팎의 시간밖에 주지 않는다. 설사 이를 충족시켰다고 해도 기존 시스템을 포기할 만큼의 수익이 나지 않는 작금의 상황. 절박하지 못한 언론사에서 과연 성공적인 디지털 영상 비즈니스를 할 수 있을지, 나 역시 지금은 관찰자로서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조금 아쉬울 따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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