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국방부는 부당한 명령 '거부할 권리' 보장해야!

윤석열의 12.3 내란, 반복하지 않기 위해서 국방부 인식 바꿔야

by 고상만

마침내 내란 수괴 윤석열이 2025년 4월 4일 오전 11시 22분 대통령직에서 파면되었다. 사필귀정이다. 늦었지만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윤석열 한 사람만 파면되었다고 하여 모든 것이 끝은 아니다. 오히려 이제부터 본격적으로 이번 내란의 원인을 철저히 규명하고 바로잡아야 할 일이다.

12682_41210_5959.jpg

김용현 국방장관 후보자가 2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4.9.2. 연합뉴스


“지금 시대에 군이 계엄령을 따를 리 있나”라던 김용현


그런 점에서 우리 군 역시 이번 윤석열의 12.3 내란 사태를 계기로 근본적으로 모든 것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무엇보다 윤석열 내란 과정에서 드러난 일부 정치군인들의 행태로 인해 쌓인 국민적 불신은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국민이 군을 불신하는 것보다 더 큰 안보 위기는 없기 때문이다. 특히 고위 장성급 사령관들에 대한 신뢰도는 그 어느 때보다 떨어져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그들은 국민을 속였다. 윤석열은 김용현, 여인형, 신원식 등과 동석한 2024년 3월 말부터 이미 계엄을 언급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그런데도 김용현은 자신의 국방부장관 인사청문회가 열린 2024년 9월 2일 국회 국방위 인사청문회에서 계엄령 의혹을 제기하는 민주당 부승찬 의원 질의에 대해 “국민들과 군은 계엄령을 따르지 않을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지금의 대한민국 상황에서 과연 계엄을 한다고 하면 어떤 국민이 용납하겠나요? 또 우리 군이 과연 따를까요? 저라도 안 따를 것 같은데요. 이런 계엄 문제는 시대적으로 안 맞으니 너무 우려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라고 답했다.


12682_41212_429.jpg

윤석열 대통령이 3일 저녁 비상계엄을 선포한 가운데 4일 밤 서울 국회의사당에서 계엄군이 국회 본청으로 진입하고 있다. 2024.12.4. 연합뉴스


하지만 이때로부터 불과 석달 후인 12월 3일, 그들은 계엄을 빙자한 내란을 일으켰고 현재까지 종합해 보면 1600명이 넘는 군인을 동원하여 국회와 선관위 등을 침탈하여 대한민국 헌정질서를 마비시키려 했다. 도대체 어떻게 윤석열과 김용현 등은 자신의 말과 달리 수방사령관과 특전사령관, 정보사령관 등으로 하여금 이처럼 많은 군을 일거에 동원해 친위 쿠데타를 획책할 수 있었을까?


“항명죄로 다스려 군율의 엄정함을 알릴 것” 협박


답은 윤석열의 비상계엄 선포 직후 김용현이 소집한 ‘전군 지휘관회의’에서 행한 발언에서 찾을 수 있다. 내란 수괴 윤석열의 공소장에 적시된 사실에 의하면 김용현은 소집된 장성들 앞에서 “대통령님의 뜻을 받들어 업무 명령을 하달한다”며 “이 시간 이후의 모든 군사 활동은 장관이 책임진다. 공이 있다면 여러분의 몫이고, 책임진다면 장관의 몫이다. 오직 부여된 임무에만 전념하고, 혹여 명령에 불응하거나 태만한 자는 항명죄로 다스려서 군율이 얼마나 엄중한지를 알릴 것이다”라고 협박했다. 계엄사령관 박안수와 수방사령관 이진우 등 내란 가담자들은 이 말을 근거로 “명령의 정당성 여부를 군인으로서 판단할 수 없었다”며 변명의 주요 근거로 삼고 있다.


이는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제24조 1항에서 ‘상관이 직무와 관계없거나 권한 밖 명령을 지시해서는 안 된다’는 것만 규정하고, 또한 같은 법 제25조에서 부하는 상관의 직무상 명령에 ‘복종 의무만 규정’하고 있는 문제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즉 상관이 명령하면 ‘그것이 부당한 것인지 아닌지 판단하기 어려운’ 부하 입장에서 따르지 않으면 항명죄로 처벌받게 될 것이라는 김용현의 발언이 무서운 협박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는 법과 원칙에 따라 채 상병 사망사건을 처리하고도 결국 항명죄로 보복 기소된 해병대 박정훈 전 수사단장의 사례만 봐도 단박에 알 수 있는 일이다.


12682_41211_212.jpg

채 모 상병 순직 사건을 수사하다 항명 등의 혐의로 입건된 박정훈 전 해병대 수사단장(대령)이 1일 서울 용산구 군사법원에서 열리는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에 앞서 군 검찰의 구인영장을 받고 있다. 2023.9.1. 연합뉴스


이런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12.3 내란 사태 이후 국회에서는 뒤늦게 김한규, 김현정, 홍기원, 이연희, 이학영, 용혜인, 민형배 의원이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에 ‘불법·부당한 명령을 거부할 권리와 의무'를 담은 일부개정법률안을 제출했다.


그런데 이런 개정법률안의 뒤늦은 입법 논의조차 전망은 밝지 않다. 국회 국방위 수석전문위원실의 검토보고서에 의하면 국방부 측은 ‘명령을 따라야 하는 수명자가 받는 명령마다 위헌, 위법성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부담이 생기는 점, 명령의 위헌·위법성이 명백하지 않은 경우 수명자가 명령을 이행하는데 혼란을 겪거나 항명죄 등으로 처벌받을 가능성이 생길 수도 있는 점 등을 들어 불법 명령 거부권을 법제화하는 것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입법 과정에 난항이 예상된다.


“믿고 맡겨 주시면 우리 역할 다할 것” 일병의 다짐


내가 국방부에서 2017년 ’적폐 청산위원회‘와 2018년 ’국방개혁 자문위원회‘ 간사위원으로 일할 때 병사 휴대폰 반입과 관련한 논의가 있었다. 찬반 여론이 뜨거운 가운데 도입 여부를 놓고 마지막 토론이 열린 날이었다. 찬성과 반대 인사가 각각 3명씩 열띤 의견을 주고받은 후 정책 수용자 의견도 듣겠다며 자리에 함께한 육군 일병에게 마이크가 건네졌다. 나는 솔직히 시간 낭비를 왜 하나 싶었다. 군 고위 인사들이 즐비한 자리에서 일병이 어떻게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밝힐 수 있을까 싶었다. 그런데 놀라웠다. 일병은 마이크를 잡더니 떨리는 느낌도 없이 차분하게 말을 시작했다. 그는 “찬성과 반대 입장에 서서 진심으로 여러 문제를 걱정해 주시는 모습에 공감하며 진지하게 듣고 있었다”면서 “다만 외람되지만 휴대폰 반입을 걱정하시는 분들에게 한 가지 여쭤보고 싶은 것이 있다”고 말했다.


일병의 뜻밖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내밀며 관심을 기울이자 그는 “휴대폰 반입을 하면 저희가 도박이나 음란물, 또는 근무 태만 등에 빠질까 우려가 된다며 걱정을 하시는데, 그렇게 믿지 못하는 저희들에게 어떻게 이 큰 나라는 맡기고 계시는지 묻고 싶어요”라고 했다. 생각지도 못한 반격에 모두가 웃음이 터졌고 이내 숙연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잠시 후 일병은 “우린 아직 어리지만 모두 성인이고 책임질 수 있는 나이”라며 “믿고 맡겨주시면 나라를 지키는 군인으로서 행동할 것”이라고 말을 마쳤다. 이후 반입된 휴대폰은 병영 문화 및 병력 관리 개선 등에 긍정적 역할을 하고 있는 것으로 현재 평가받고 있다.


국방부, 불법·부당 명령 거부권 입법 반대 말아야


마찬가지로 국방부가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에 ‘불법·부당한 명령을 거부할 권리와 의무'를 담을 경우 우려하는 문제점 역시 기우에 불과하다. 이번 내란 사태는 일부 정치 군인의 ‘잘못된 명령을 거부하지 못한 잘못으로’ 전체 군대가 한순간에 불명예를 안게 되었다. 그러나 국민은 이른바 ‘충암파’로 분류되는 소수를 제외하고 이번 윤석열 내란에 적극적으로 공모하거나 동의하려고 획책한 군인은 거의 없었다고 믿고 있다.


하지만 항명죄 처벌을 운운하는 김용현의 협박과 ‘명령은 무조건 수행해야 한다’는 그릇된 대한민국 군사문화가 일평생 쌓아온 한 군인의 명예를 한순간에 무너뜨린 불행으로 이어지게 만든 것 아닌가. 지금이라도 단절해야 한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는 불법·부당한 명령을 거부할 권리와 의무를 명문화하는 입법이 시급하다고 분명히 강조한다.


사실 지금의 직권남용죄나 직무유기죄도 공무원 개인이 케이스별로 판단하고 해석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하지만 그 법들도 이미 만들어져 있고 잘 통제되어 운영되면서 공직사회가 제대로 작동하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나는 <군인의 지위 및 복무에 관한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도 대한민국 군대가 민주군대로 거듭나는데 큰 역할을 하리라고 믿는다. 국방부는 이 간단하지만 큰 의미를 가지고 있는 법률안을 반대할 것이 아니라 앞장서 환영해야 한다고 믿는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방첩사가 전두환 사진 다시 걸며 한 변명, 거짓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