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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JEONG Jan 30. 2024

버텨낼 수 있었던 이유

나에게 보내는 응원의 메세지

성공으로 가는 길이 노력(열정, 의지...)과 시간이 비례한다고 생각을 많이 한다. 우상향 그래프를 떠올린다.

우리는 그렇게 배워왔고, 그것이 당연하다 믿어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걸 체험을 통해 안다. 정말 최선을 다했고, 모든 걸 다 쏟아부었는데도 자꾸만 실패의 실패를 수없이 반복한다. 그리되면 스스로 포기하게 되고 무기력감과 우울증에 빠진다. "난 정말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사람이구나", "내가 할 수 있는 게 도대체 뭐란 말인가"라는 말을 되풀이하며 그렇게 스스로 나락으로 떨어지는 길을 택한다.


나 역시 10년 넘도록 그렇게 살았다. 


별문제 없이 잘 다니고 있던 회사가 어느 날 갑자기 대표가 회사 폐업을 선언하고 미국으로 도망을 가면서부터 내 인생은 늘 어두웠고 지금까지도 그러한 기조는 남아있다. 하루하루가 좌불안석, 매시간이 치열하게 버텨내야만 하는 순간이다. 그동안 내가 프로그래밍 기술을 익혔더라면, 대학원에 가서 좀 더 전문지식을 쌓았더라면 하는 후회가 가득하다.


그런 세월을 버텨내오며, 모든 것들이 나쁘지만은 않았다. 


'용기'가 있었다.

'그래도 한번 해봐야지 않겠나'라는 다짐이었다. 이렇게 해보면 어떨까, 저렇게 해보면 어떨까라는 여러 가지 생각은 늘 떠나지 않았던 것이 참 다행이었다. 물고기를 던져주는 사람은 없었지만, 물고기를 잡기 위해 도구를 빌려주거나 잠깐씩 조언을 해주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때는 몰랐지만 지금은 그것이 조언이었고 진정 나를 위해 해주는 말이었음을 이제는 안다.


'가족'이 있었다.

가족을 건사하기 위해 살아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도 있다. 밖에서 무슨 일을 하건 조건 없는 사랑을 안겨주는 아이들과 아내를 건사해야만 하는 가장으로서의 책임감도 가득하다. 그리고 가족과 오래도록 함께 하고픈 열망이다. 세상 어디 가서 이런 존재들을 만날 수 있으랴... 이들과 함께 오래도록 행복해하고 싶다면 내가 무너지지 않아야 한다는 절박함이다. 


'도우심'이 있었다.

모태신앙이지만 교회에 발걸음을 옮긴 건 꽤 오래된 일이긴 하다. 그래도 늘 힘들도 걱정이 있을 때면 나도 모르게 하나님을 찾았다. 사람과 대화하듯 "하나님, 저 힘드네요...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라며 그렇게 푸념을 늘어놓았다. 그러던 것이 최근에는 "하나님이 저에게 하실 말씀이 있을 텐데, 그때는 누군가를 통해 이야기를 하시겠죠. 그런데 그때 이것이 하나님이 이 사람을 통해 이야기하시는 거구나를 알아차릴 수 있게 해주세요"라는 기도로 변화됐다. 그저 쏟아놓기 바쁘고 기도해도 해결되지 않았던 수많은 일들이 내가 알아차리지 못해 지나갔을까라는 생각도 든다. 하나님의 존재를 특별히 의심해 본 적은 없지만 정말 지금 이 순간만큼은 확신하고 싶다.


'글'이 있었다.

그저 일기 수준으로 시작했다. 누구에게 보여주기 위한 것은 아니었다. 답답하고 욕 한마디 하고 싶을 때 끄적였다. 그러다가 나도 응원이 받고 싶었다. 늘 다른 이들을 응원하겠다며 일해 왔지만, 정작 나도 응원을 받고 싶어졌다. 내가 잘나서 이렇게 살아보자, 저렇게 해야만 한다고 쓴 것은 아니었다.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고, 누가 보지 않더라도 내가 보고 나를 응원하고 싶은 욕망이었다. 그러다 보니 어느 정도 마음이 가라앉고 나를 살펴보는 약간의 여유도 생겼다. 


여전히 나는 힘들다. 그래서 더욱 나에게 절실하다.

나락으로 떨어질 때 보이지 않는 무언가를 꼭 붙잡고 있다. 그것이 무엇일지는 전혀 모르지만, 그것이 이런 모습이면 좋겠다는 그림을 그리게 된다. 그리고 그림이 아니라 현실 세계에서 눈으로, 몸으로 직접 맞이할 수 있는 것이라 믿어본다. 구체적일수록 현실로 만들어내기 위해 무엇을 시도해야 할지 알게 될 거라 생각해 본다. 

성공으로 가는 길은 언제나 중력의 법칙처럼 반대로 당기는 힘도 있다고 한다. 직선이 아니라 곡선이며, 곡선을 지날 때면 속도는 늦어지고 더 불안해지기 마련이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할 수밖에 없는 것이기에 이 곡선을 무사히 빠져나가기 위한 몸부림은 계속될 것이다. 피할 것이 아니라 그냥 해야만 하는 것일 뿐이다.  

그렇기에, 그냥 가는 것이다. 

내가 피할 수도 없는 길이라면 그냥 가는 것이다. 힘이 들면 힘이 드는 만큼 반대의 힘이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고, 그만큼 이 곡선을 빠져나왔을 때 나는 분명 이전 보다 더 성장하고 우상향의 그래프를 그리게 될 테니 제발 좌절하지 않고, 나락으로 떨어지지 않도록  꼭 붙잡고... 그렇게 그냥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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