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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OJEONG Jan 25. 2024

내가 건강 해지는 일

내가 하는 일에 대한 의미

타인의 역량 강화를 위해 교육 사업 또는 교육 프로그램을 만드는 일. 기업이나 기관의 HR과 관련된 컨설팅, 때로는 직접 강의하는 일이 내가 하는 일이다. 미취업자, 재직자, 어르신과 초중고생, 때로는 기업의 임원과 CEO를 대상으로 한다. 그러고 보니 모든 연령층과 대상자를 다 어우르고 있다.


모든 일들이 다 그렇지만 교육/인사는 나보다는 늘 타인을 위한 것에 에너지를 쏟는다.


다른 곳에서 하지 않는 새로운 것을 찾아내야 하고, 교육을 받는 사람들이 어떤 교육을 원할까, 세상은 어떻게 흘러가고 있는지를 늘 주시해야 하고 찾아내야만 한다.


교육/인사(HR)는 어렵다. 점점 어렵고 힘들어진다. X세대, Y세대, MZ세대…. 그리고 알파 세대까지를 아우르는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일하기 시작했다. MZ세대는 이제는 기업의 주류로 자리를 잡으며 관리자의 위치에도 올라섰다. 그런 이유로 최근에 부쩍 세대 간의 갈등을 관리하고 성과를 내야 하는 기업의 입장은 그 이전보다 훨씬 더 복잡하고 다양한 문제가 발생한다.


또한, 교육과 인사는 타인의 성장을 돕는 일이다. 성장을 위해 머리끄덩이를 직접 잡고 올라갈 수 없고, 더군다나 그 바쁜 시간과 돈을 투자해 자신의 발전을 꾀하는 사람들에게 대충 만들어진 교육을 제공한다는 건 해서는 안 되는 일이기에 무한한 책임과 사명감이 있어야만 한다고 믿는다.


이 일이 가장 보람 있을 때는 역시나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라는 말을 들을 때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노력한 결과에 대한 보답은 이 말 한마디로 갈음하게 된다.


자괴감에 빠지고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냐고 생각될 때도 많다. 그 대표적인 경우가 수익과 연결될 때다.


교육을 사업으로 수행한다는 것에 대해 꾀나 오랫동안 마음이 불편했다. 교육이라는 것이 의무교육과 같이 공공재 성격이 있고, 사회적으로 교육을 빙자한 장사를 하는 이들도 많기에 최대한 그런 모습을 피하고 진정성을 보이며 교육을 듣고 싶어 하는 사람들을 설득하는 작업도 필요하다. 심지어는 초등학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어떤 사업을 추진할 때 아버지는 이런 말씀도 하셨더랬다. "코흘리개들 상대로 돈을 번다고?" 이 말 때문에 항상 괴로움이 있었다.


그래서 몇 년간은 교육에는 일절 발을 들이지 않은 적도 있었다. 그럼에도 다시 발을 옮긴 건 내 아이들 덕이다. 어느 순간 사교육이 더 이상 교육이 아닌 장사와 같아졌다는 생각에서 벗어나고자 발버둥 쳤다. "아이들이 좀 더 행복하게 살 수 있었으면 좋겠는데…. 내가 할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내가 주로 만드는 교육 대상자의 주류는 대학생 이상 성인들이다. 그러다 보니 초중고생들을 직접 만나볼 기회는 한정적이다. 그 때문에 내가 교육을 만들 때 교육 대상자들을 가장 먼저 생각하긴 하지만 두 가지 목적을 항상 떠 올린다.


첫 번째는, 이 교육을 통해서 사람들이 성장하면 우리 아이들이 성인이 되고 이 분들을 만났을 때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다.


두 번째는, 나를 잃어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기업교육이나 정부 사업을 추진하다 보면 늘 제안서에는 교육생들을 성장시켜 발전에 이바지하겠다는 말이 들어간다. 고객을 직접 대면해도 그런 말을 반복한다. 그러나 나를 잃어버리지 말자는 다짐이 앞서 말한 수익과 교육의 갈등 국면에서 나를 해방시킨 것이기도 하다.


제대로 된, 그리고 진정성 있는 교육이 진행되려면 우선 내가 건강해야만 한다. 내가 건강하지 않은데 좋은 것들이 나올 리는 만무하다. 따라서 내가 건강해지려면 수고에 대한 대가가 주어져야만 한다는 것, 이를 바탕으로 내 아이들을 건강하게 키우고 나도 행복해질 수 있다는 생각에 다다랐다.


어쩌면 그저 눈에 보이는 상품을 판매하는 일이었다면 이러한 고민을 하지 않았을 수도 있다. 교육이라는 테마, 인사(HR)라는 테마는 늘 나보다는 상대방의 미래를 담보로 하는 일이기에 허투루 할 수 없다는 책임감이 더 나를 감쌌다.


아이들을 낳아 기르고, 세상을 달리 보게 되면서 나를 바라보는 관점도 달라졌다. 그래서 적어도 지금의 나는 이전의 나보다는 훨씬 건강한 사람이다. 그래서 이전보다 부침이 있다 하더라도 덜 흔들리게 되는 맷집도 생겨났다.


마침 오늘은 초중고생 대상 AI 교육 사업 제안서를 제출해야 하는 날이다. 갑작스러운 제안 작업으로  몸도 맘도 많이 지쳐있다. 수주하더라도 수행하는 과정에 수많은 난관이 또 들이닥칠 것이 뻔하다. 하지만 난 최선을 다했고, 내 일에 사력을 다해 그 책임을 다할 것이다.  그것이 진정 나를 지키는 일이고 모두를 돕는 일이라 굳게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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