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마음의 상처는 치료 안해주냐
부사장님이 나를 호출했다.
“그거 00프로젝트 말이야. 비용 처리를 우리 사업부로 잡는 게 맞아? 어제 사장님 말로는 우리 사업부뿐 아니라 000사업부도 같이 쓰는 거라며. 그러면 CEO Staff 비용으로 잡아야 하는 거 아냐?”
순간 머릿속이 멍해졌다. 그 프로젝트는 애초에 부사장님 사업부 프로젝트로 진행되고 있었다. 그래서 비용 귀속을 의심해 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제 사장님 말씀이 화근이 됐다. “프로젝트로 만들어지는 시스템의 일부 기능이 공통으로 쓰일 수 있을 것 같으니 적용 방안을 생각해보라”는 말. 그러니 부사장님 말이 틀린 말은 아니었다.
다만 아직 결론도 나지 않은 일을 두고, 게다가 재무팀 의견을 기다리고 있던 터에 이렇게 날 선 말이 나오는 게 의아했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짐작이 가는 장면도 있었다. 수행업체가 선금급 청구 세금계산서를 발행했고, 그게 시작이었을 것이다. 부사장님 산하의 상무가 “이 비용을 우리 쪽에서 처리하는 게 맞냐”고 부사장님께 직접 물으러 갔을 가능성. 나는 분명히 “처리는 내가 할 것이고, 재무팀 의견에 따라 구매 상신을 정리하겠다”고 말해 둔 상태였다. 그런데도 그 말이 위로 올라간 것이다.
결국 이 호출은 ‘정리 중인 사안’에 대한 질문이라기보다, ‘우리 사업부 비용이 되는 순간을 경계하겠다’는 신호에 가까웠다. 당황이 먼저였고, 그 당황이 ‘화’라는 형태로 나오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속으로 생각했다.
이게 이렇게까지 화를 낼 일인가.
당황한 정황은 이해한다. 다만 화는, 듣는 사람에게 흔적을 남긴다. 사과가 없으면 더 오래 남고, 사과가 있어도 흔적 자체가 쉽게 지워지진 않는다. 그리고 그 흔적은 가끔 일을 엉뚱한 방향으로 밀어버린다. 사람이 스스로를 탓하게 만들거나, 반대로 손을 놓게 만들거나.
내가 입 밖으로 한 말은 이랬다.
“네, 제가 미리 챙기지 못한 건 죄송합니다. 재무팀과 빨리 정리하겠습니다.”
하지만 속마음은 따로 있었다.
'화를 낸다고 해결되는 건 아닌데. 나도 놓친 건 미안하지만, 조금만 낮춰서 말해주면 안 될까.'
어쨌든 정리는 됐고, 결과를 부사장님께 전달했다. 별다른 말은 없었다. 그 ‘별말 없음’이 오히려 더 묘했다. 큰소리는 남고, 마무리는 남지 않는 느낌. 내 마음은 그 사이에서 갈 곳을 잃었다.
나는 원래 대부분의 일이 한두 번만 제대로 확인되면 절반 이상은 정리된다고 믿는 편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은 확인보다 먼저 감정이 튀어나온다. 욱하고, 쏟아내고, 그래야 마음이 진정되는 사람들이 있다. 그래, 이해한다. 이해하려고 애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에 남은 상처는, 누가 책임지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