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눈과 내 머릿속의 들보를 빼야 할 때.

후회 없는 1년을 보내고 싶은 마음

by SOJEONG

해가 바뀌었다.


달력 위 숫자 하나가 바뀌었을 뿐인데, 마음 한편은 괜히 무겁다. 새로운 다짐을 하기에는 너무 지쳐 있고, 그렇다고 그냥 흘려보내기엔 아쉬운 시점. 일상은 여전히 지난해의 연장선 위에 있다.

연말이라 대충 넘겼던 일들이 연초가 되자마자 날카롭게 되돌아온다. 잠시 미뤘던 것들의 청구서가 어김없이 도착한 것이다.


며칠 사이에 드러난 몇 가지 실수.
사업비 배정 문제도, 프로그램 검증의 허술함도, 모두 결국은 ‘조율’의 부재에서 비롯된 일이다. 그런데 조율이란 건 늘 시간이 부족한 사람에게 가장 어렵고, 마음의 여유가 없는 사람에겐 가장 먼저 놓치게 되는 항목이다.


‘믿는다’라는 말은 얼마나 쉽게 쓰이는가.
사실은 점검하지 않은 게으름이었고, 조금 더 신경 쓰면 피할 수 있었던 실수였다는 것을, 뒤늦게서야 깨닫는다. 누군가의 실수에는 냉정하고, 나의 실수에는 관대한 건 인간의 본성이라지만, 그래도 부끄러운 일이다. 회의실 문을 나와 혼자 앉아 있을 때, 괜히 마음이 휑해지는 이유는 아마 그 때문일 것이다. 그토록 타인을 나무랐던 내가 정작 나 자신을 얼마나 점검했는지 돌아보게 된다. 자괴감이 들고, 미안한 마음이 든다.


업무 지시라는 이름의 권위 뒤에 숨어 있었던 건 아닐까. 나는 잘하고 있었을까. 아니, 잘하고 있다는 착각에 빠져 있었던 건 아닐까. 그렇게 스스로 묻다 보면, 결국은 내 눈 안의 들보부터 꺼내야 한다는 사실을 인정하게 된다.


새해를 맞아 출근한 지 3일째. 그 어느 때보다 머릿속이 복잡하다. 누군가는 회사를 떠나겠다고 말하고, 누군가는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누군가는 아무것도 모른 채 윗자리에서 명령만 한다. 그리고 나는, 그 사이에서 우왕좌왕하고 있다.


짜증도 나고, 화도 난다. 하지만 이제는 조금씩 정리해야 한다. 정리되지 않은 마음은 말끝을 날카롭게 만들고, 그 말들은 또 다른 상처를 낳는다. 이제는 누군가의 허물만 탓하기보다 나의 들보부터 빼내야 할 때다. 내 마음속의 불편한 무게부터 덜어내야 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이 새해는 또다시 후회의 목록으로만 채워질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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