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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그냥 할 수는 없다

합의 내지 동의는 함께 갈 수 있는 기초가 된다

by SOJEONG

사업 추진 방향성에 대해 문서를 정리하고 나니 다소 여유가 생겼다.


시간적인 여유는 없지만, 마음속에는 다행이다라는 안도감이 생겼다. 적어도 내가 아직은 쓸모가 있긴 하네 라는 그런 마음이었다.


외국은 잘 모르지만 적어도 한국에서의 50대는 TV나 언론에 성공한 사람, 대단한 사람이라는 꼬리표가 붙지 않는 이상 재도전이라는 일 또는 재취업이라는 일이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고 느껴지는 현실이다. 옳은 것인지 아닌 것인지를 떠나 일단은 그게 현실이다. 인생의 후반기를 맞이하면서 어느 때보다 신중을 기해야 함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당장의 생계를 위해서는 신중을 기할 여유도 없는 사실이 아이러니하다.


주변 사람 잘 둔덕에, 나쁜 짓 하지 않고 하루하루 살아온 덕분이랄까. 일할 기회를 찾았고 부여받았다는 사실에 감사했다.


하지만 이내 감사함이 지나쳤는지 불안감이 엄습해 온다.


나는 사업을 만드는 사람이지 구체적인 커리큘럼을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아닌데 이런 걸 기대하면 어떡하나, 빨리 돈 벌 생각보다 방향성을 이야기한다는 게 맞는 일일까 등등... 아무리 지인이라 하더라도 함께 일해보지 않은 사람인데 덜컥 같이 하자고 해놓고 나랑 안 맞으면 난 또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질문과 불안감이 쏟아졌다.


며칠 동안을 이런 스트레스 속에서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책을 읽고 그동안 내가 사내에서 했던 강의자료들을 다듬고 있는데 머릿속에서 몇 년 전 대학교 선배가 나에게 했던 말이 떠올랐다.


"그냥 해"


고민할 것 없이 하고 싶은 것, 해야 할 것이 있다면 주저 없이 도전하고 시도해 보라는 뜻으로 나에게 선배가 충고한 말이다. 엄격한 완벽주의자인 나로서는 그 말을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굉장히 어려운 말이다. 완벽하게 환경을 세팅해야 비로소 추진할 의욕을 갖는 나였기에 의미는 알지만 지금까지도 실행으로 옮기는 것이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할까?


불안함과 스트레스를 머금고 N대표와 함께 일하고 있는 A에게 연락을 했다. A는 N대표 보다 실무에서 훨씬 더 가깝고 더 많은 소통을 해야 하는 사람인지라 더 말하기가 수월한 사람이기도 하다.


"저 역시 돈을 벌어야 하고 그래서 대출도 갚고 생계도 이어가야 하지만, 회사에서 해보지 않은 일을 새로운 사람이 합류해서 추진할 때 반드시 방향성과 그에 대한 동의 내지는 합의가 있어야 하고, 범위를 어떻게 정의할지 등이 논의가 되는 것이 우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서로가 더 힘들 것 같습니다."

솔직한 말이었다. 서로가 상대방에게 기대하는 바가 다른 경우가 거의 대다수이다 보니 막상 입사했는데 며칠 안가 이 회사를 나와야겠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요 라는 말을 각종 커뮤니티나 주변인들을 통해 수도 없이 목격한다. 내가 그런 사람이 될 수는 없었다.


사실 이 말은 내가 평소에도 채용면접을 볼 때 가장 중요하게 면접자를 보는 관점이기도 하다. 실력 좋은 사람은 많지만 기존의 직원들과 섞여 동료로서 일할 때 문화가 맞지 않으면 서로가 힘들어지는 경우가 굉장히 많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냥 하려면 어디로 갈지,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한 합의가 먼저임을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됐다.


다행히 A는 내 말에 동의했다. 그리고 가까운 시일 내에 함께 이야기를 나눌 시간을 갖기로 했다.


제 아무리 급하다 한들 모든 걸 덥석 집어들 수는 없다. 그렇다고 하나하나 다 검토하고 확인하고 가기에는 시간적 금전적 여유는 없다. 그 중간에서 균형을 잡아야 함이 마땅하다. 최소한 함께 일을 할 사람에겐 솔직한 생각과 결과적으로 어떤 모습을 그려갈 것인지에 대한 이해 정도는 해야만 가능하다.


이 일을 계기로 머릿속에 몇 가지 바람이 생겼다.


1. 내 생각을 인정해 주기를

2. 함께 그려갈 수 있기를

3. 더 이상 불안해하지 않기를...


friendship-teamwork.jpg @freepi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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