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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른 참고래 Apr 01. 2021

내가 나를 공부하게 만들었다 나는 나를 지배할 수 있다

D - 86, 낭비할 시간이 없어졌다.

덜 게을렀다
3월 초에 결제한 인강을 다음 달까지 미루기 싫어서 오늘은 평소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입하기로 했다. 20강 정도를 하루 만에 다 들었다. 그림 공부는커녕 나무 한 그루 낙서한 게 다지만 적어도 어제보다는 기분 좋게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하지만 생활한자 과제는 하루 더 미뤄야 할 것 같다.




6시 반에 눈이 떠졌지만, 뇌가 시키는 대로 조금 더 자기로 했다. 8시 반에 일어나자마자 집 근처를 걸으면서 눈을 풀어줬다. 트레이닝복을 입고 걸어 다니는 사람을 몇 명 볼 수 있었다. 왠지 반가웠다. 20분 정도 걸은 후 집에 돌아와 공부를 시작했다.


CPA 공부를 처음 시작했을 때의 루틴이 오늘과 비슷했다. 일어나자마자 산책을 하고 공부를 시작했다. 평소라면 일어나자마자 유튜브를 보거나 인터넷을 이용했을 텐데, 바로 운동을 나가는 것으로 이런 부정한 상황을 사전에 차단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기상 직후만큼 욕망에 굴복하기 쉬운 순간이 없으니, 잠시라도 시간을 벌어줄 수 있는 산책은 상당히 많은 도움이 되었다.


집에 돌아온 후 3시간 정도 이어서 인강을 들었다. 이때 첫 번째 고비가 찾아왔다.


집중 이력 간 간격이 20분 정도 벌어졌다.

인강이 하나 끝날 때마다 20분 정도씩 딴짓을 시작했다. 점심시간이 되니 슬슬 몸이 나에게서 통제권을 앗아가려고 시도하는 게 느껴졌다. 간식으로 달래면 좋아질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초콜릿을 먹었다. 하지만 오히려 역효과였다. 다리는 더 떨리기 시작했고, 집중력은 더 흐트러졌다. 이미 보상을 받았으니 더 이상 일하려 들지 않는 것 같았다. 어쩔 수 없겠다 싶어 점심을 먹었다. 치즈와 함께 구운 닭가슴살과 단호박 샐러드를 먹었다. 


간식을 먹는 것보다 그냥 배고픈 상태를 유지하는 게 집중에 더 도움이 된다는 걸 경험적으로 느끼고 있었는데, 집에 초콜릿이 있는 걸 발견한 게 패착이었다. 초콜릿을 안 먹은 지 오래되어서 식욕에 굴복해버렸다. 다 먹어 없앴으니 내일은 나를 방해할 수 없을 거다.


겨우겨우 흩어진 집중력을 수습하고 공부를 하던 중 두 번째 고비가 찾아왔다.


2시 23분부터 1시간 놀았다.


하스스톤에서 새로운 확장팩이 출시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몰랐으면 좋았을 텐데. 이 소식을 전한 건 무려 행정고시 2차 시험을 준비하는 친구였다. 내 소중한 한 시간은 그렇게 사라졌다. 이게 아니었다면 생활한자 과제를 끝낼 수 있었을 거다. 한 시간 게임을 즐긴 뒤 2시간을 더 공부했다. 그리고 게임을 30분 더 하고 저녁을 먹었다.


이미 내 도파민 수용체는 1시간 반의 게임으로 엉망진창이 되어 있었기 때문에, 집중을 유지하기가 매우 힘겨웠다. 3시간 정도 억지로 공부를 한 후 운동을 했다. 운동 후에도 집중이 되지 않는 건 매한가지였다. 그래도 오늘 내로 인강을 다 듣겠다는 의지 하나로 견뎌냈다. 11시가 되자 지금 자면 기분이 딱 좋을 것 같으니 내일 일찍 일어나서 공부하라는 악마의 속삭임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를 견뎌내느라 심력이 더 소모되었다. 12시 반이 돼서야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분명 아침에 계획했을 때는 10시에 끝낼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렇게 작년 10월 이후로, 처음으로 10시간이 넘는 순공부시간을 달성했다. 




뭘 해도 재미가 없고, 열정이 생기지 않는 게 내가 요즘 너무 편하게 지내고 있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유튜브나 트위치를 너무 많이 봐서 도파민 수용체에 문제가 생긴 걸지도 모르겠다. 약간의 고민 후 공부 시간을 늘리고 나를 더 바쁘게 만들면 사소한 놀이를 해도 더 즐겁게 느낄 수 있을 거라는 결론에 도달했다. 


앞으로 더 열심히 공부하고, 더 열심히 놀아야지. 물론 내일은 3,4,5,6,7,8교시가 이어지는 끔찍한 날이기 때문에 공부시간은 오늘만큼 채우지 못할 것 같다. 이런 끔찍한 시간표를 짠 2월의 나를 혼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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