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 - 76, 슬슬 긴장되기 시작한다.
오늘도 아침 햇살이 잠을 깨웠다. 아주 원수가 따로 없다. 암막 커튼을 달아야 하나.. 마지막으로 또렷한 정신으로 공부한 게 언제였는지 기억이 안 난다. 자꾸 졸리고 머리가 아프다. 눈도 아프고. 일찍 자야 하는데. 공부는 조금 아쉬웠지만 오늘은 처음으로 하와이안 피자를 먹어봤고, 보드게임 카페도 처음 가봤다. 참 특별한 날이네.
아침이 되면 강제적으로 깨다 보니 잠을 덜 자게 된다. 하루가 길어진 것 같아 기분은 좋은데, 머리가 아프고 졸려서 공부 능률이 너무 떨어진다. 나는 고3 때도 하루 9시간을 꽉꽉 채워 자던 사람인데, 자꾸 잠을 덜 자니 뇌가 고장 난 느낌이다. 이제부터라도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습관을 들여야겠다.
다음 주면 모의고사다. 오는 일주일은 가능한 한 효율적, 효과적으로 보내야 한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보는 모의고사는 의미가 없다고 생각한다. 곧 모의고사 반이 시작된다고 생각하니 시험이 다가오고 있다는 게 슬슬 실감이 난다. 그리고 동시에 학교 수업이 거슬리기 시작한다.
출석이 제대로 체크되지 않는 녹화 강의, 한자 과제를 비롯한 여러 과제들, 그리고 팀플. F만 안 받으면 되는데. 원체 겁이 많다 보니 완전히 놓아버리지는 못하겠다. 사실 따지고 보면 하는 것도 없는데, 그냥 공부 외에 신경 쓸 거리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스트레스다. 무슨 배짱으로 22학점을 신청했을까. 몰라, F 받으면 계절학기 들으면 돼. 그래도 부족하면 MOOC 강의로 졸업하면 되고. 듣지도 않는 수업에 시간을 빼앗겨야 한다는 것도 너무 싫다. 내가 대마도가 우리나라 땅인걸 배우려고 이 대학에 온 게 아닌데. 우리 학교 교수님이 그렇다고 하면 그게 맞는 건가 싶기도 하고. 대마도는 원래 우리나라 땅인가요? 아시는 분?
나와 같은 상태인 수험생이 하루하루 삶의 질이 최고라며 떠드는 것을 들었다. 얼마나 공부하냐고 물으니 6시간 공부한다고 하더라. 나보다 공부를 더 많이 하는데, 어떻게? 여가시간에 뭘 하는지 물어볼걸 그랬나. 하긴, 애초에 나는 4과목 준비할 때도 지금이랑 비슷하게 공부했으니, 딱히 1과목이라고 더 여유롭고 그런 게 더 이상한 것 같다. 게다가 학교 수업도 들어야 하고.
요즘은 너무 졸리면 나무를 그린다. 그릴 때 참고하려고 걸으면서 나무를 열심히 관찰하기도 한다. 정말 신기한 게, 졸려서 바로 엎어질 것 같은 상황에서도 그림을 그리면 정신이 엄청 또렷해진다. 원래 딴짓하면 그런 건가. 아, 생각해보니 책을 읽을 때도 정신이 또렷해졌던 것 같다. 그냥 딴짓하면 깨는 거구나. 별거 없었네. 무슨 신기한 발견이라도 한 줄 알았는데..
그리고 오늘 든 생각이, 이쯤 되면 그냥 브런치에 일기 쓰는 게 취미가 된 것 같다. 딱히 다른 취미가 없어도 되겠다는 생각도 든다. 그리고 책 읽기도. 책을 읽을 때는 잡생각이 없어지고 마음이 편안해진다. 원래 책을 참 좋아했는데 허구한 날 웹소설이나 읽다 보니 잊고 살았던 것 같다. 앞으로는 매주 한 권씩 책을 읽을까 싶다. 혹시 재밌는 책이 있다면 추천해주셨으면 좋겠다.
일단 이번 주는 정주영 회장님의 자서전을 읽기로 했다. 우리 학교는 참 책 빌리기가 편해서 좋은 것 같다. 인터넷으로 신청만 하면 학교 여기저기에 있는 스마트 대출반납기를 통해서 책을 받아볼 수 있다. 졸업하기 전에 열심히 써먹고 가야지.
.. 빨리 시험 붙어서 공인회계사 관련 내용으로 정보글을 쓰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