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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른 참고래 Apr 19. 2021

모의고사를 쳤다.

D - 69, 당황했다.

모의고사 제외 3시간 정도 공부했다.


집에서 모의고사를 하나 풀고, 학교 중앙광장 벤치에서 강한 햇살을 맞으며 앞글자를 조금 보고 있다가, 친구와 함께 학원으로 향했다. 친구의 정보에 따르면 총 8번의 모의고사 중 마지막 2회를 제외하고는 진도별로 모의고사가 이루어진다고 했다. 보통 앞 단원이 먼저 출제된다고 하길래, 학원 가는 길 지하철에서 1~4 단원을 열심히 보다가 시험장에 도착했다.


시험장에는 은근히 많은 사람이 있었다. 이 많은 사람들이 1, 2유예생들이라니.. 뭔가 압도되는 분위기? 진짜들만이 모인 전쟁터에 온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자리를 잡고, 수업보조 장학생들로부터 수강증과 시험지, 답안지를 받았다. 다들 훤칠하셨다..^^


곧 시험이 시작되었고, 나는 첫 문제부터 당황했다. 분명 앞 단원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집중적으로 공부했는데, 거의 맨 뒷 단원에 해당하는 내부회계관리제도 감사와 통합 감사 관련 내용이 1번부터 등장했다. 뒤통수를 세게 맞은 느낌이었다. 당황해서 1번을 멍청하게 계속 쳐다보고 있다가, 비워두고 다음 문제로 넘어갔다. 내가 이렇게 공부가 부족했나 싶을 정도로 당황스러운 문제들의 연속이었다. 아는 지식을 최대한 짜내 어떻게든 답을 써내긴 했다. 초반에 풀리지도 않는 문제에 시간을 많이 투입하다 보니 이러다가 문제를 다 풀지 못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안 그래도 악필인 필기체가 점점 더 원시적인 무언가로 변해갔다.


10줄 이내로 답안을 쓰라는 문제에 3줄밖에 쓰지 못한 것은 화룡점정이었다. 중간에는 진짜 때려치울까 하는 생각도 잠시 들었다. 어찌어찌 지식과 뇌피셜을 버무려 답안을 채우고 나니 마지막 문제에 도달했고, 10분이 남았다. 비워놓은 첫 문제로 돌아갔다.


평정을 되찾은 상태로 문제를 다시 보니, 1번 문제는 매일 앞글자로 달달 외우던 내용이었고, 저번주에 친구와 스터디를 할 때도 다루었던 내용이었다. [내부회계관리제도의 구성요소: 통제 환경, 위험평가절차, 정보와 의사소통, 모니터링, 통제활동.] 당황해서 떠올리지 못했던 것 같다. 이래서 시험장에서의 멘탈관리가 중요한가 보다. 그 와중에 정보와 의사소통을 재무보고체계라고 잘못 썼다. 남은 시간 동안 고칠 답이 없나 뒤적거리다가 시험이 종료되었다. 답안지를 촬영하고 제출한 후에, 해답을 받아서 시험장 밖으로 나왔다. 친구와 나는 나오자마자 헛웃음을 터뜨렸다. 하하.. 누가 앞에서 나온댔어????!! ㅠㅠ


친구와 답안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10줄 이내로 쓰시오' 문제도 내가 이미 아는 내용이었다. 앞글자만 달달 외우고 정작 문제가 나오니 쓰지를 못한 것이었다. 역시 이래서 실전 연습이 중요해. 알면 뭐해, 쓰지를 못하는데. 


채점한 답안지는 다음 주 모의고사일에 배부된다고 한다. 그리고 시험 결과를 학원 홈페이지에 게시한다고 했다. 들어갈 때는 상위권에 들면 좋겠다는 마인드였는데, 지금은 제발 중간만 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흑흑.


혜자.


9시에 가까운 늦은 시간이었지만, 친구와 나는 모의고사를 본다고 저녁을 먹지 못했기 때문에 늦은 저녁밥을 먹기로 했다. 사실 나는 이미 빵을 5천원어치 사서 들고 있었는데, 그냥 내일 먹기로 했다. 고깃집을 가려다가, 학교 근처에 있는 무한리필 카레집을 이 기회에 한번 가보기로 했다. 인당 8000원을 주면 난과 밥, 카레가 무한으로 제공되는 가게다. 치킨 티카 마살라를 리필하고, 허니 난과 밥을 두 개씩 더 주문했다. 가격에 비하면 정말 맛이 괜찮았다.


친구와 헤어지고, 다른 친구와 만화카페에서 만나 2시간 정도 함께 공부했다. 만화카페를 처음 와봤는데 정말 별세계였다. 진짜 만화만 보는 곳인 줄 알았는데 옆 좌석에는 공부하는 사람들도 있고, 심지어 누워있을 수 있는 공간도 있었다. 대박. 그리고 엄청 귀여운 고양이 두 마리가 열심히 돌아다녔다. 한 마리가 다가오길래 살짝 쓰다듬었는데, 몸이 근지러웠는지 내 손에 대고 몸을 비벼댔다. 손을 떼니 내 가방에 몸을 비벼댔다. 잠시 만졌는데 손에 털이 잔뜩 묻어있었다. 고양이 위에 살포시 얹어줬다.


..모의고사를 푸느라 너무 집중했더니, 눈도 아프고 많이 피곤하다. 이미 늦었지만 빨리 잠들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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