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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른 참고래 Apr 17. 2021

민트초코는 항상 옳다.

D - 70, 공부보다 과제를 더 많이 했다.

앞글자 복습 1시간 10분 + 작년 모의고사 오답노트 정리.

모의고사를 하나 더 풀고 자려다가, 그냥 일찍 자기로 했다. 시험 전날은 쉬는 게 국룰이지.




일어나자마자 비즈니스영어 팀원들과 줌 회의를 했다. 위험관리(Crisis Management) 수행평가를 대비한 회의다. 미루고 미루다가 오늘 하게 되었다. 정작 회의는 한 시간도 안 되어서 끝났지만.


이 수행평가는 기업을 하나 정해서, 그 기업이 현재 처한 위험상황을 해결하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고, 이 해결책을 이해관계자들에게 보고하는 역할극(Role Play) 형식으로 진행된다. 우리가 정한 기업은 버거킹이다.


최근 수에즈 운하에서 한 선박이 좌초되어 일주일간 운하가 폐쇄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의 여파로 이틀 만에 유가가 6% 상승하고 세계 물류의 12%가 정지되는 상황이 발생했다고 한다. 이 초유의 상황에 버거킹 칠레 인스타그램 계정은 이런 광고를 올렸다. 


아직도 안 내려갔다.

뚱뚱한 햄버거가 운하를 막고 있는 사진과 함께 '와퍼 더블, 어쩌면 우리가 너무 크게 만들었나 봐'라는 문구가 포함된 게시물이다. 재미있는 광고라는 반응도 있지만, 비난하는 댓글이 대부분이다. 많은 피해가 발생한 사건을 희화화했다는 이유다. 부정적인 반응은 대부분 이집트 시민의 계정이다. 아무래도 자국에서 발생한 사건이라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실제로 이집트가 입은 피해도 상당한 수준이다(이집트는 해당 선박에 1조 1000억 규모의 손해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SNS에서의 부정적 반응을 다룬 기사도 적지 않다.


버거킹에서 SNS 게시물로 비난을 받게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3월 초에도 여성의 날을 맞아 여성은 주방에 있어야 한다는 식의 게시물을 올렸다가 욕을 바가지로 얻어먹고 게시물을 내린 전적이 있다. 


겨우 한 달 전이다. 이건 심지어 본사 계정이다.

버거킹에서는 나름 좋은 뜻으로 여성 셰프들을 위한 기금을 홍보하기 위해 게시물을 작성했다는데, 부정적인 반응을 예상하지 못했다는 것도 참 웃픈 일이다. 우리는 이렇게 SNS에 업로드하는 게시물들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관점에서 해결책을 제시하기로 했다.


나는 이 역할극에서 이집트 지부의 매니저를 맡기로 했는데, 정신 차리고 보니 내가 가장 높은 직급의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나는 다른 역할들이 다 본사의 매니저들이라고 생각했는데, 내가 CEO로 가장 높은 직급이고 나머지도 이집트 지부의 임원들이라고 했다. 조금 당황했다. 뭐, 그렇다고 딱히 내가 맡아야 할 분량이 늘어난 건 아니고, 그냥 내가 마지막 차례로 발표하게 되었다. 지금까지 나온 내용들을 적당히 정리하고, 마무리로 사과 한번 해주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면서 끝내면 되는 역할이니 오히려 마음이 편한 것 같기도 했다. 회의가 끝나고 30분 정도 걸려 스크립트를 대강 작성했다.




스크립트 작성이 끝난 후에는 내친김에 중간 대체 과제 하나를 더 끝내기로 했다. 


기업이나 국가기관을 하나 정해 해당 기업이나 기관이 하면 좋을 것 같은 봉사활동을 제시하는 과제다. 최대한 빨리 끝내고 싶었기 때문에, 그냥 나에게 제일 친숙한 회계와 관련된 봉사활동을 생각해보기로 했다. 요즘 다들 주식 투자로 난리니, 현명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중요한 재무적 지표를 쉽게 이해할 수 있는 카드 뉴스를 제작해서 SNS에 올리는 활동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썼다. 봉사는 관련 전공을 가진 대학생들이 하고, 이를 회계법인에서 검토하고 자문하는 역할을 맡는 거다. 이걸 봉사라고 할 수 있는지 쓰고 있는 나도 잘 모르겠다 싶었지만, 뭐 봉사의 개념은 넓으니까.. 괜찮겠지..


과제를 끝낸 뒤에는 운동을 했다. 요즘 팔굽혀펴기를 너무 안 했더니 근육이 좀 줄어든 것 같아 집에서 팔굽혀펴기를 하고 헬스장으로 이동했다(헬스장에서하면 마스크 때문에 너무 숨이 차다). 잡생각이 많을 때는 숨이 차서 죽을 것 같은 수준으로 자전거를 타면 좋다. 몸이 고통스러우니까 쓸데없는 생각이 사라진다. 운동이 끝난 후에 몸무게를 재 보니 73kg가 나왔다. 


최근 몇 년 동안 73kg라는 숫자를 본 적이 없는데, 요즘 자전거를 좀 열심히 탄 효과가 나오나 싶었다. 아니면 요즘 맨날 제로콜라나 제로 사이다만 마셔서 그런가. 간식 대신 제로콜라를 마시는 것 말고는 딱히 적게 먹거나 하지도 않았는데, 이것도 토마토의 힘인가? 아니면 요즘 근력운동을 등한시해서 근손실이 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최소 몸무게를 갱신한 기념으로 학생회에서 시험기간 간식으로 보내준 배스킨라빈스 싱글킹 기프티콘을 쓰기로 했다. 민트초코봉봉이 새로 나왔길래 먹어보기로 했다. 컵으로 받았는데, 뚜껑이 없었다. 집까지 걸어가기에는 거리가 꽤 멀어서 걱정이 되었지만, 뭐 어떻게든 되겠지라는 생각으로 걸었다.


그런데 갑자기 비가 오기 시작했다.


흐려지고 바람도 강해져서 혹시나 싶었는데, 진짜 올 줄이야. 어떻게든 걸어서 가 보려고 했지만, 이러다가는 아이스크림이 비를 맞고 그냥 크림이 되어버릴 것 같았다. 아이스크림이 쏟아질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자전거를 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릉이의 장바구니에 운동가방을 넣고 장바구니와 가방의 틈새에 아이스크림을 끼워 넣었다. 가는 길에 요철이 많아 튀어나가거나 뒤집어지는 상황을 우려했는데, 다행히 안전하게 아이스크림을 집에 모셔오는 데 성공했다. 이미 어느 정도 크림화가 진행되어 있었지만.. 그래도 맛있었다. 정말 감동적인 맛이었다. 역시 민트초코는 항상 옳다.


아이스크림을 다 먹고 나서는 낮잠(저녁잠?)을 잤다. 운동 직후에 아이스크림을 지킨답시고 헐레벌떡 달려왔더니 너무 피곤했다.




일어나서는 지금까지 공부를 했다. 내일은 과제도 없으니 열심히 공부해야겠다. 내일은 기다리고 기다리던 모의고사 날이다. 결과가 좋았으면 좋겠다. 자신감 좀 붙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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