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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른 참고래 Apr 20. 2021

비 온 뒤에 땅이 굳어진다.

D - 68, 알차게 보낸 하루.

모의고사 리뷰 강의 4시간 + 앞글자 역순 정독 1시간

오늘 점심에 어제 응시한 모의고사의 리뷰 강의가 올라왔다. 무려 2시간 40분이었다. 강사님이 워낙 말이 빠르셔서 1.4배속만 해도 말을 자꾸 놓치게 되었다(나는 보통 2배속이나 1.6배속으로 듣는다.) 그래서 나중에는 그냥 1배속으로 들었다. 듣는데 4시간이나 걸렸다. 강의를 이렇게 집중해서 들은 것이 참 오랜만이라는 느낌이 들었다. 원래 이렇게 들어야 정상인데 말이지.


오늘 리뷰 강의를 들으면서, 내가 제대로 풀지 못했던 한 문제가 저번 달부터 달달 외우고 있던 앞글자 중 하나를 쓰는 문제였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쯤 되면 덜 외운 것이 문제가 아니라 외운 것을 제대로 소화해내지 못하고 있는 게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다. 동시에 앞글자만 열심히 해도 어느 정도 좋은 성적을 얻을 수 있겠다는 작은 확신이 들기 시작했다. 이번 주는 앞글자를 뒷 단원부터 차근차근 꼼꼼하게 살펴볼 예정이다.




오늘은 정말 알차게 보냈다. 10시에 일어나자마자 생활한자 강의를 들었다. 중간 대체 과제로 교수님은 한자능력시험 기출문제 하나와, 수업시간에 다룬 내용의 독후감(A4 1~2장 분량), 그리고 25페이지의 한자 쓰기 과제를 요구하셨다. 원래는 20페이지만 쓰라고 하셨잖아요. 수업시간 내내 열심히 한자 노트를 채워나갔다. 90분 동안 10페이지를 채웠다. 다음 수업시간에 끝낼 수 있을 것 같다.


강의가 끝난 뒤에는 점심 약속을 나갔다. 최근 자주 만나는 동생과, 4년 전에 밥을 먹었던 후배를 만났다. 군대를 갔다 오더니 살이 빠지고 건장한 체격으로 변해 있었다. 듣자 하니 공부를 아주 열심히 해서 CPA 고시반에서도 항상 높은 순위에 든다고 했다. 처음 볼 때부터 이 친구에게는 이유 모를 동질감을 느꼈었는데, 같은 CPA의 길을 걷게 되다니. 


이 친구는 취업에 자신이 없어서 CPA를 공부한다고 한다. 면접도 자신 없고. 오! 나랑 똑같은데. 정말 이 정도면 합동이다. 정말 친해지고 싶은데, 자주 보다 보면 친해지겠지?


헤어지면서 어제 종각역에서 산 빵을 간식으로 먹으라고 건네줬다. 초코 머핀은 내가 먹었어, 맛있더라. 친한 동생은 대가로 나에게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사줬다. 커피를 들고 헬스장으로 향했다. 운동이 끝나고, 집에 빨리 가고자 자전거를 타기로 했다. 장바구니에 있는 벨트로 커피를 열심히 둘러싸고 출발했다. 


가는 길에 요철이 너무 많아서 커피가 터졌다. 


하. 조심조심 갔어야 했는데. 청바지가 커피 폭탄을 맞아버렸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세척했다..




학교 이과 캠퍼스 근처에는 맛집으로 유명한 중국집이 있다. 맛도 좋고 양도 많이 준다. 나는 단 한 번밖에 가 보지 않았지만, 정말 맛있었다. 가깝기만 했다면 더 자주 갔을 텐데. 


그런데 이 식당이 최근 논란의 중심이 되었다. 배달받은 자장면에서 담뱃재가 발견되었다는 글이 학교 커뮤니티에 올라왔다. 안 그래도 위생에 대한 우려가 강한 중국집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다는 것은 사형선고나 다름없게 느껴졌다. 


오늘 주방장 아저씨의 해명글이 올라왔다. 최근 손목의 통증이 너무 심해 병원 진료를 받고 있는데, 병원에 있는 3일 동안 '일당 하시는 분'을 썼다고 한다. 이분들은 잠시 일하고 가시는 분들이라 업무 태도가 불량하고, 또 사장님이 젊은 여성분이시다 보니 무시하고 말을 듣지도 않았다고 한다.


다른 식당이었다면 무슨 해명을 하든 간에 반응이 부정적이었을 텐데, 워낙 친절하고 평가가 좋은 식당이었다 보니 이런 상황에도 옹호하는 분위기가 어느 정도 자리 잡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기에, 이런 상황일수록 더욱 친절하고 서비스가 좋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즉흥적으로 친구들과 이곳에서 저녁을 먹기로 했다.


탕수육, 자장면, 볶음밥, 짬뽕을 시켜서 나눠먹었다(나 혼자 늦게 도착해서 음식들이 이미 훼손된 상태라 사진을 찍지 못했다). 음식은 아주 맛있었고, 푸짐했고, 그리고 사장님은 친절하셨다. 나가는 길에는 사탕에다가 맛있는 과자도 쥐어주셨다. 행복했다. 이런 곤란을 겪으셨으니 앞으로는 품질관리에 더 많은 신경을 쓰시겠지. 이번 일을 계기로 더 좋은 식당으로 거듭나셨으면 좋겠다. 앞으로도 자주 가야지.




오늘은 딴짓도 거의 안 하고, 정말 바쁘게 보낸 것 같다. 내일도 오늘만 같았으면 좋겠다. 내일은 일찍 일어나서 근처 교회에서 제공하는 무료 아침 만나를 먹어보기로 했다. 일찍 자야지.


사진출처: https://narhak.tistory.com/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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