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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른 참고래 May 07. 2021

밑 빠진 독에 물 붓기

D - 51, 자신이 없다. 떨어질 자신이.

9일 만에 글을 쓴다. 요즘은 정말 하루하루가 긴 것 같다. 꽤 오랜 시간 글을 안 쓴 것 같은데 10일도 안 지났다니. 매일매일 쓰다가 한동안 안 써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음, 사실 시간이 빠른 것 같기도 하고. 벌써 시험이 50일밖에 남지 않았다니. 시험이 한참 남았다고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면서 시간낭비하던 것이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말이다. 뭐, 그렇다고 이제 와서 공부만 하겠다는 건 아니고. 솔직히 지금까지 한 만큼만 해도 충분히 붙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계속 든다. 


 지난 10일 정도의 시간 동안 40시간을 공부했다. 직전의 글에 하루 8시간은 하겠다고 글을 썼었는데, 사실 그것 때문에 부끄러워서 글을 못 쓰겠더라. 어제오늘 12시간씩 채워서 어느 정도 '나 공부했어요!' 하는 글을 쓰고 싶었는데, 오늘도 중요한 약속이 생기는 바람에.. 그래도 이제 눈이 피로한 것도 많이 좋아졌고, 집에서 하는 공부에도 어느 정도 적응이 되었다. 다음 주에는 열심히 해야지. 70시간? 아니 한번 80시간을 목표로 공부해봐야겠다. 솔직히 일주일 동안 80시간을 채울 수 있다면 바로 시험에 투입 가능한 컨디션을 완성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저번 주 일요일에 치른 모의고사의 결과도 나왔다. 이번에는 10등 정도 더 높은 등수가 나왔다. 저번에는 70등대였고, 이번에는 60등대. 솔직히 회계감사 한 과목이 남은 수험생의 경우에는 1명 아니면 많아야 2명 정도가 떨어질까 말까 하는 조건인데 이 정도면 이제는 무조건 붙는다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정말 혹시나 하는 불안감조차 느껴지지 않는다. 꾸준히만 해야지.




이번 주 동안에는 앞글자 복습보다는 스터디 가이드 교재의 문제를 푸는데 대부분의 시간을 투입했다. 주말마다 치는 모의고사가 이 책을 기반으로 출제되는데, 이 책을 제대로 공부하지 않고도 모의고사에서 높은 등수를 얻고 있다는 사실이 내 오만함을 더욱 부추기고 있다. ㅎㅎ..


풀면 풀수록 느끼는 것이 최근에 공부했던 어렵고 지엽적인 내용들은 잘 떠오르는데, 공부 초반에 외웠던 쉬운 내용들을 점점 잊어먹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워낙 달달 외워서 이제는 쳐다볼 필요도 없다고 느꼈던 것들인데 그게 아니었던 것 같다.


회계감사가 다른 과목들과 전혀 다르다고 느껴지는 것이, 단순 암기과목이다 보니 특정 내용을 조금만 소홀히 하면 그냥 관련 기억이 증발한다. 다른 과목들을 공부할 때에는 아무리 잊어먹더라도 마지막에 한번 복습해주면 다시 살아나는 느낌이 있는데 말이다. 원가관리, 재무회계, 세법, 재무관리 같은 녀석들은 기본적으로 계산문제를 다루게 되다 보니 정해진 풀이 방식을 따라가다 보면 이 문제풀이 구조가 기억을 보조해줘서 가물가물했던 내용들도 떠올릴 수 있게 되는 경우들이 있다. 회계감사는 그런 게 없다. 잊어먹으면 그냥 잊어먹는 거다. 계속 다시 채워줘야 한다. 정말 밑 빠진 독에 물을 붓는 느낌이다. 조만간 날을 잡아서 처음부터 끝까지 한번 쭉 복습하는 시간을 가져야 할 것 같다.



오늘 만난 친구들과는 중국 요릿집에서 지삼선을 먹었다. 채소밖에 없는 요리라서 시키는 게 조금 꺼려졌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가지 최고. 다음에는 어향가지가 먹고 싶다.


오늘 만난 친구는 1년 남짓한 시간 동안 연락을 다 끊고 칩거생활을 하던 친구다. 한 번은 게임을 하다가 이 친구가 접속해 있길래, 반가워서 인사했더니 'xxx가 누군데요? 저는 그런 사람 몰라요'하고 사라졌던 경험이 있다. 사실 그게 자기가 맞았다더라. 


1년 동안 폐인처럼 살다가 이제는 슬슬 사회로 다시 나와야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에 중대 의대생 사망사고가 터졌다고 한다. 더 이상 주변을 걱정시키면 안 되겠다는 생각에 주변에 연락을 돌렸다고. 왠지는 모르겠지만 이 친구가 잠적해 있는 동안 이 친구가 나오는 꿈을 대여섯 번은 꿨었다. 나도 모르게 걱정을 많이 했나..?


자기가 쉬는 동안 주변이 너무 많이 변해 있어서 많이 당황했다고 한다. 연락을 돌리니 다들 취업했다고 하고, 몇몇 여사친들은 결혼한 경우도 있고, 세상도 참 혼란스럽게 변해 있고 말이다. 그래서 이제 취준을 하자니, 

칩거해있는 기간 동안 난독증이 왔다고 한다. 그래서 잠시 밀양에 내려가 농사를 지으면서 요양을 할 예정이라고 한다. 딸기 농사를 한다나. 난독증을 고치기 위해 매일 신문을 읽을 계획이라고도 했다. 정신과 진료도 알아봤고, 동네 주변에 봉사활동을 할 만한 장소들도 알아두었다고 한다. 원래 똑똑한 친구였으니 알아서 잘 이겨낼 거라고 믿는다. 나중에 딸기나 얻어먹으러 가야지.




내일은 새로 신청한 모의고사반이 시작되는 날이다. 이제 토요일에도 모의고사를 치러 가야 된다. 너무 귀찮다. 요즘은 그냥 빨리 시험을 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빨리 시험이 끝나서 열심히 놀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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