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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게으른 참고래 May 22. 2021

끝이 없다 끝이 없어

D - 36, 퀴즈대회에서 뿌링클을 받았다.

감사 목차 체크한 부분 정리 + 권유예 모의고사 7회

보통 공인회계사 2차 시험에 대비해서 회계감사 공부를 시작한 사람들은 두 가지 부류로 나뉜다.


1. 도정환 강사님의 강의와 교재로 학습 + 하루에 끝장내기 교재로 정리
2. 권오상 강사님의 강의와 교재로 학습 + 강사님의 교재를 기반으로 일반인이 제작한 감사 목차로 정리


두 강사님의 강의를 모두 듣는 경우도 많다. 도정환 강사님은 전체적인 흐름을 잡는데 좋고, 권오상 강사님은 세세한 부분에 대한 이해를 키우는 데 좋다고 알려져 있다. 나의 경우에는 권오상 강사님의 동차 강의(2차 시험을 처음 준비하는 수험생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와 도정환 강사님의 유예 강의(2차 시험을 한번 치러서 일부 과목을 부분 합격한 수험생을 대상으로 하는 강의)를 들었다.


동차 기간에 워낙 효율적인 공부를 했었기(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이번에도 어느 정도는 효율적인 공부를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도정환 강사님의 커리큘럼을 따라가고자 했다. 권오상 강사님이 명실상부한 1타 강사이고, 회계감사 강의 시장을 반 독점하고 계시지만 도정환 강사님의 커리큘럼을 따라가는 것으로도 충분했다는 후기도 많았다. 무엇보다도 올해 새로 만들어진 도정환 강사님의 교재가 너무 깔끔했다.


뇌가 순수했던 시절

1월 말 즈음에 강의가 끝난 뒤에는 계속해서 도정환 강사님의 교재만 봤다. 강사님이 회계감사는 쓰면서 공부하면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고 강의 중에 자주 강조하셨기 때문에, 소리 내서 말하거나 머리로 떠올리는 식으로 공부했다. 물론 헷갈리는 내용에 밑줄을 긋거나 노트에 적당히 메모를 하는 작업도 수행했다.  


회계감사가 워낙 무식한 수준의 암기를 필요로 하는 과목이라서, 외워야 할 내용들의 앞글자를 직접 하나하나 따는 작업도 거쳤다. 전 단원의 앞글자가 완성된 후에는 하루 공부의 시작을 앞글자의 암기상태를 테스트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내용이 어느 정도 숙지되었다고 판단된 이후에는 교재의 연습문제 위주로만 반복학습을 시작했다. 이런 식으로 7회독 정도를 한 것 같다. 


하루에 끝장내기 교재가 출간된 이후에는 해당 교재로 공부했다. 하루에 끝장내기 교재는 시험 직전에 정리하기 좋도록 핵심적인 내용을 요약해서 정리해놓은 형태의 교재다. 깔끔하게 정리해놓은 내용을 공부하니 기본서를 보면서 깊게 보지 않고 지나쳤던 내용들이 꽤 많았다. 이런 내용들의 앞글자를 새로 만들고 매일 반복해서 보면서 암기했다.


이때는 기억법에 빠져 있던 시절이라 중요 내용들을 이미지화하거나, 기억의 궁전을 이용해서 목차를 외우려는 시도를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별로 효과적인 방식은 아니었던 것 같다. 흐름을 잡는데 도움이 되긴 했지만 말이다.




하루에 끝내기 교재를 3번 정도 반복한 이후, 도정환 강사님의 커리큘럼대로라면 더 이상 추가적으로 할 공부는 없어 보였다(지금 생각하면 정말 바보 같은 생각이다). 그런데 같이 시험을 준비하는 대학 동기(권오상 강사님의 커리큘럼을 따라가고 있었다)가 자꾸 내가 모르는, 나는 처음 듣는 내용을 내게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나는 나름 공부를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자꾸 내가 모르는 내용들이 튀어나오니 찝찝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앞글자 파일(권오상 강사님의 교재를 기반으로 정리된 것으로 추정됨)을 외우기 시작했다. 외워야 할 양이 거의 두배 가까이 늘어났지만, 매일매일 반복해서 공부하다 보니 앞글자 파일도 정복할 수 있었다. 내 자신감도 두배 가까이 늘어났다. 이제 정말 더 공부할 게 없겠구나 싶었다.


이 와중에 동기는 또 혼자서 감사목차 파일로 공부하고 있었다. 내가 모르는 내용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나는 견디지 못하고 인쇄소를 찾아가 감사 목차를 제본했다. 아주 두툼했다.

감사목차는 이런 식으로 전 범위를 꼼꼼하게 정리해놓은 자료다

학교 열람실에서 빈칸 목차(중요한 부분을 비워놓아서 직접 채워 넣어야 한다)를 가지고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두배로 늘어난 내 자신감은 빈칸목차를 쳐다보면서 반의 반토막이 났다. 도대체 왜 이렇게까지 꼼꼼하게 외우는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세부적인 내용까지 다루고 있었다. 이걸 붙잡고 있다간 붙을 시험도 붙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시는 보지 않고 책장에 고이 모셔 두기로 다짐했다. 대신에 권오상 강사님의 교재(스터디 가이드)를 다시 보기 시작했다.




강사님의 강의를 들은 직후(12월 말)에 2회독을 했었는데, 두 달 만에 다시 보는 책은 정말 생소하게 다가왔다. 던져버리고 싶은 욕망을 힘들게 견뎌내며 전범위를 다 풀어냈다. 이번에는 손으로 하나하나 적어가면서 풀었다. 손으로 직접 풀어야 나중에 틀린 내용을 리뷰할 때에 효과적일 것 같았다.


스터디 가이드를 다 푼 후에는 한글파일로 틀렸거나 공부가 부족한 부분들을 정리했다. 정리하는 김에 앞글자 파일에서 부족하다 싶은 부분들도 따로 정리했다. 시험 직전까지 스터디 가이드 교재 딱 하나만 보다가 시험장에 들어가는 사람들도 꽤나 있을 정도로 스터디 가이드는 정말 완성도가 높은(정말 꼼꼼하게 세부적인 내용도 다 챙기는) 교재다. 이 교재까지 정복했으니 이제 나를 괴롭힐 수 있는 외부감사법과 감사기준은 없을 것만 같았다. 


정말 아쉽게도 모의고사를 풀 때마다 나의 오만함은 조금씩 상각되어갔다. 도대체 뭘 얼마나 어디서 더 공부해야 맞출 수 있는지 궁금해지는 문제들이 자꾸만 튀어나왔다. 여기에 도정환 강사님의 GS 모의고사에서 150등을 받으면서, 내가 아직 공부가 부족하다는걸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결국 목차로 돌아왔다. 한달만에 다시 만난 목차는 이전에 만났을 때와 느낌이 많이 달랐다. 도대체 왜 이걸 내가 외워야 하나 싶었던 내용들이 대부분 이미 내가 알고 있는 내용으로 변해있었다. 끝판왕으로만 여겨졌던 감사 목차가 이제는 만만해 보이기 시작했다. 스터디 가이드를 공부하면서 회계감사에 대한 내공이 전반적으로 레벨업한 것 같았다. 괜스레 뿌듯해졌다. 내가 마침내 여기까지 왔구나 하는 감상이 들었다. 어디선가 주워들은 구절이 생각난다. 인생은 열심히 앞만 보고 달리다가 뒤를 돌아보면 내가 여기까지 왔구나! 싶은 거라고. 딱 그 느낌이다. 감사는 열심히 꾸역꾸역 하다 보면 어찌저찌 합격해 있는 그런 과목이 아닌가.. 그랬으면 좋겠다.


어제까지 감사 목차를 읽으며 내가 부족하다 싶은 부분을 체크해 두었고, 오늘은 이 부분들을 한글문서로 정리했다. 내일 아침 인쇄해서 오후 2시에 있는 모의고사 직전까지 보다가 모의고사를 치뤄야겠다.




오늘은 일어나자마자 헬스장을 갔다. 인바디를 지금까지 계속 식사 후에 + 운동 이후에 측정했는데, 공복으로 운동 전에 측정하는 게 맞다고 하길래 학교에서 인바디를 먼저 재고 헬스장으로 이동했다. 결과는 며칠 전에 잰 수치와 거의 똑같았다. 근육량은 이제 딱 표준 이상에 들어섰고, 체지방률은 15%선에서 유지하고 있다. 


??

이제는 다리뿐만 아니라 팔도 불균형 평가가 나오기 시작했다. 왼팔의 근육량이 더 높게 나오는데, 이것도 참 이상한 수치다. 왼쪽 어깨는 두 번이나 수술한 곳이라 더 부실할 텐데.. 단순히 잘못 측정된 건가?


운동 자세가 어느 정도 잡히다 보니 좌우의 불균형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어깨 위치도 안 맞고, 왼팔도 오른팔보다 꽤나 짧다. 바벨 로우를 할 때마다 바벨이 오른쪽으로 기울어져서 거슬린다. 턱걸이를 할 때도 기울어진 상태 같아서, 잘못하면 부상이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양쪽 다리의 길이가 다른 건 이해하겠는데, 팔은 왜 다른 건지 모르겠다. 교정을 하면 해결되려나?


등 운동 루틴을 하나 더 늘리고 싶어서 암 풀다운을 시도해봤는데, 8개부터 왼쪽 어깨에 통증이 생긴다. 버터플라이 머신도 왼쪽 어깨 통증 때문에 잘 안 하게 되었는데, 암 풀다운도 이러는 걸 보니 단순히 자세의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어깨 뒤편에 종양이 남아있는 건가..? 내일도 해보고 계속 이러면 암 풀다운은 포기해야겠다.





오늘은 학과 학생회에서 열심히 홍보한 퀴즈대회가 있는 날이다. 신청은 했지만 그 시간에 공부를 하는 게 맞지 않겠나 싶어 참석하지 않으려고 했는데, 개인 톡으로까지 참여를 독려하는 학생회분들 덕분에 조금 불참하기 미안해져서 그냥 참여하기로 했다.


1등은 무려 50만 원이고 순위권에만 들어도 한우 선물세트를 준다길래 조금 기대했다. 결과는 처참했다. 1등이 40문제 중 32문제를 맞혔는데, 나는 10문제도 제대로 못 맞춘 것 같았다. 아니,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이 누구였는지는 그렇다 치고, 하마의 땀이 붉은색인 건 내가 어떻게 아나 싶었다. 내가 상식이 부족한 건가.. 그래도 퀴즈를 틀리면서 상식이 조금 는 것 같긴 하다.


퀴즈가 종료된 후에는 뿌링클 세트 기프티콘과 에어 팟 프로를 추첨했는데, 참가자가 100명 정도라서 절반은 뿌링클을 받아갈 수 있는 상황이었다. 50% 확률인데 못 받았으면 정말 억울할 뻔했지만 다행히 뿌링클을 받아갈 수 있었다. 에어 팟 프로에 당첨된 학우의 반응이 궁금해져서 그 학우분의 카메라를 찾아보았는데 정말 행복한 게 저런 건가 싶을 정도로 환한 미소를 참느라고 고생하고 계셨다. 1등을 해서 50만 원을 받아가시게 된 학우님보다도 더 행복해 보였다. 뭐, 나는 이어폰을 잘 안쓰기 떄문에 뿌링클 기프티콘으로 만족하는 중이다 ㅎ




아, 그리고 오늘이 롯데재단 취준생 장학금 발표날이었는데.. 조금 기대했지만 당연히 안 되었다. 정말 열심히 불쌍해 보이도록 자기소개서를 썼지만.. 첨부서류의 이름을 내 이름으로 수정해서 보냈어야 했는데 그걸 안 해서 애초에 가능성도 없었던 것 같다.. 몰라.. 빨리 시험이나 붙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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