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교_ 적해도
BL이라는 특수 장르란 이유로 '우리끼리'만 읽기 아쉬웠던 소설. 정말 재밌었다. 안 본 눈 사고 싶다.
줄거리
가상의 대한민국 배경.
대서남도 소평군 적해면에 달린 섬, 적해도. 노을이 지면 해가 섬 안으로 가라앉는 것처럼 바다와 산이 온통 붉게 보이는 섬이라는 뜻에서 붙여진 이름이다.
이 섬엔 두 가지 비밀이 있다. 하나, 아시아 최상급의 양귀비와 대마초 재배지라는 것. 둘, 주인수 이매와 정철호, 수향이라는 세 명의 섬노가 도민들의 핍박과 학대 속에서 인간 이하의 삶을 살고 있다는 것.
기현오라고 해요. 서른 하나.
어느 날, 마약상 주인공 기현오와 박정태가 적해도에 들어온다.
두 남자에게 큰돈을 받은 이장은 섬노 중 하나인 주인수 이매를 그들에게 때 되면 밥을 해 올리고 청소를 해 줄 종으로 보낸다.
본능적으로 작고 약한 동물에게 눈이 가는 현오는 첫눈에 이매의 사정을 눈치채고 마음이 쓰인다. 이매 역시 태어난 이래, 자신에게 가장 호의적인 사람인 현오에게 점점 애틋한 마음을 품는다.
기실 이매는 적해도산 마약을 재배 및 가공하는 주력 인물이다. 그러나 자신이 가꾼 ‘양고미’와 ‘삼’이 뭍에서 얼마만큼의 가치를 가졌는지는 알지 못한다. 아니다. 사실 이매는 아는 게 없다. 섬 밖의 세상도, 글도, 돈의 단위도, 제 뿌리도. 아무것도 모른다. 다만 모친이 살아생전 나쁜 짓을 하시어 대신 벌을 받아야 한다는 도민들의 말에 제 모진 운명을 받아들이고 살뿐이다.
때론 고된 노역이 너무나도 괴롭다. 도민들의 잔악한 매질과 비정함에 죽고도 싶다. 그러나 남겨진 수향과 기철이 먼저 간 저 때문에 더 고생할까 봐 또 하루를 살아간다. 기계처럼.
그렇게나 착한 이매. 못난 이매. 무식한 이매. 천치 이매. 천재 이매. 이매. 이매. 이매.
현오는 이매와 친해질수록 적해도민들이 섬노들에게 그간 얼마나 잔악한 노역과 폭행등을 감당케 하였는지를 알게 된다.
진짜 나쁜 사람은 어머니가 아니라 이장이야.
결국 현오와 정태는 도민들을 모두 마약 중독자로 만들고 이매와 두 섬노를 이 섬에서 구출하는, 즉 적해도 소탕을 결심하는데.
과연 섬노들은 무사히 제 운명의 족쇄를 풀 수 있을
것인가?
감상
소설 속 주인공의 불행은 독자의 동정을 끌어내고, 카타르시스의 정점을 찍는 중요한 소재가 된다. 차교 작가가 설계한 '이매'의 불행은 그야말로 저 밑바닥에 처박혀있다. 플랫폼 특성상 잔인무도한 섬노 학대 일화를 날 것 그대로 언급할 수 없지만 아무튼 적해도 주민들은 ‘그래도 싼’ 천하의 나쁜 놈들이에요.
한 걸음 기현오 역시 씻을 수 없는 중범죄를 저지른 인물이다. 특수 폭행, 인신매매 등. 마약 공급 및 유통책임에 앞서 섬노들을 구출하기 위해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다. 그럼에도 독자는 현오를 응원한다. 신도 버린 존재들을 구원했으니. 이매에게 이런 삶이 옳지 않음을 알려주었으니. <적해도>는 절대 선과 악에 대해 끊임없이 생각하게 하는 책이다.
한편, 현오만 이매를 구원한 게 아니었다. 이매 또한 끝내 제 삶을 구했다.
잘못을 하매 여 오는 거라고…
이장님이 가르쳐 주셨잖아요.
이매가 절대악인 이장을 단죄할 땐,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의 죄책감을 동반한 쾌감을 느꼈다.
죽지 마라. 싫다아. 형아아, 싫다.
또한 '살아가는 이유'로서 서로의 곁을 지킨, 정철호와 정이매 형제의 피보다 진한 우애에 펑펑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적해도>는 두고두고 생각 나는 소설 중 하나다. 오죽하면 도시락 싸들고 다니며 제발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은 글이다.
이 좋은 글을 써주신 작가님이 앞으로도 건강한 집필을 이어가시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