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일사_ 나쁜 너
<나쁜 너>는 제대로 비엘을 읽기 시작하고 얼마 안 돼서 만난 취향의 글이었다. 주인공수 외 주변 인물 중 무려 두 명이 소싯적 좋아하던 아이돌의 이름과 같아서 혹시나 나와 뿌리가 같은 이인가,라는 생각을 했던 걸 시작으로 리뷰를 시작한다.
줄거리
섬에서 열리는 영화과 동창회에 참석하려던 주인수 김우리는 폭설에 갇힌다. 유일하게 악천후를 뚫고 나타난 동창은 바로 한때 잘 나가던 배우이자, 전 애인이었던 주인공 현진원.
너 보려고 왔어.
이제 만날 때가 된 거 같아서.
끝난 줄 알았던 두 남자의 이야기는 진원의 발화로 다시 시작된다.
처음 우리가 진원에게 반한 건 빛나는 외모 때문이었다. 하지만 배우로서 비상업 작업물에도 최선을 다하는 진원의 진지하고 프로페셔널한 태도로서 점점 더 끌려든다.
도도하고 까칠한 신예스타 현진원 또한 적극적으로 우리에게 호감을 보인다. 둘은 애매한 관계에서 입을 맞춘다.
비밀스럽고 농염한 둘만의 스킨십이 이어진다. 진원은 우리에게 적극적으로 취향임을 어필한다. 그러면서도 우리가 관계를 정의하려 할 땐 예민할 만큼 소극적으로 군다.
언제까지고 함께하고 싶었다. 현진원이라는 미지의 세계에 기꺼이 발을 들이고 싶었다. 어떤 불행이 숨을 죽인 채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지 모르지만.
나는 활짝 웃으며 다짐하듯 말했다.
“우리는 행복할 거야.”
깔끔하게 떨어지지 못하는 관계. 우리는 ‘진원과 나는 무슨 사이일까?‘라는 아쉬움을 가지면서도 진원에게 빠져드는 자신을 멈추지 못한다.
우리를 원하면서도 원치 않는 진원. 그런 진원의 야속하고 비겁한 태도에 속상한 우리. 발전할 수 없는 사이에 체념하고 돌아서려는 우리를 애절하게 붙잡는 진원. 진원의 소유욕이 이해가지 않으면서도 그저 진원이 좋아서 돌아오게 되는 우리.
과연 이 나쁜 너, 나쁜 남자 현진원의 진심은 무엇일까? 우리와 진원은 연인이 될 수 있을까?
감상
비엘로 유사 연애를 하는 건지 모르겠는데 꼭 내 취향의 글은 수보다 공에게 큰 매력을 갖는다. 그렇다. 나는 빼도 박도 못하는 공어매다.
더러 취향인 글에서 수가 밉기도 하다. <나쁜 너>의 김우리가 그랬다. 알고 보니 현쪽이었던 진원이의 애정이 깊어선지, 우리의 조바심과 투덜댐이 때론 이해가지 않았다. ‘야. 오바 좀 그만해.’ 라며 정신 교육 시키고 싶던 적이...
그럼에도 담백하고 서정적인 사랑의 문장들이 참 좋다. 짝사랑의 갈증과 절박함을 어떻게 그렇게 섬세하게 푸는지.
전혀 다른 내용의 글이지만 읽는 내내 <전철 안에서>라는 옛날 옛적 글이 생각났다. 읽는 나로 하여금 오랜 대학시절의 첫사랑을 복기하는 소재 때문인 것 같다. 놓친 그 친구가 또는 못 이룬 사랑이 아쉬워서라기보다 싱그럽던 그 시절의 나를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짜릿하니까.
또 어딜 가야 이런 어리숙한 스무 살 언저리의 사랑 이야기를 볼 수 있으려나. 직접 쓰는 게 빠를 지도 모르겠다.
이 소설의 유일한 단점은 구일사 작가의 유일한 소설이라는 것이다. 부디 작가가 계속해서 집필을 이어가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