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는 니 자주 볼라 카는데. 니 생각은 어떻노.

문무진_채귀 (그런데 무한지애를 살짝 곁들인)

by 고필찬




코믹, 휴머니즘, 에로티시즘, 서스펜스에다가 이빨 다 썩어 문드러질 달다구리 로맨스까지 때려넣은 궁극의 버라이어티 쇼. 그 이름은 <채귀>.





줄거리


가진 게 빚 뿐인 주인수 우민조. 모친이 남기고 간 빚을 갚기 위해 (가상도시) 무광시로 끌려와 채권자 김정숙 여사가 운영하는 호박다방 카맨이 된다.


어느 날, 민조는 다방 레지 현 양을 대신해 빨간 구두를 신고 무광 조폭들의 본거지라 불리는 '기문 건설'로 커피 배달을 간다. 발목을 보여주지 않으면 입장이 안된다는 그곳에서, 민조는 소문으로만 듣던 기문 건설의 대표이자 무광의 불주먹, 주인공 추기오 사장에게 그야말로 '발목'이 잡히고 만다.


한다면 하는 상남자 추기오! 민조에게 첫눈에 반한 조폭 아재 기오는 그날부로 민조를 조폭마누라루 만들기 위해 달콤, 살벌, 천박한 사랑 공세를 일삼는다. 행복하게 해준다는 말이 거짓은 아니었는지 민조의 노동력을 착취하는 김정숙 일행을 그야말로 절단 낸다. '절단'.


그렇게 빚도 청산했겠다, 민조는 치를 떨던 처음과 달리 기오의 순애에 슬슬 적응을 해간다.


"니, 저 빨간 장미의 꽃말이 먼 줄 아나?"
"....."
아 제발. 그 말만은 제발 하지 말아다오.
(중략)
"싸랑과 열쩡."
(중략)
"당신을 열쩡적으로 싸랑합니다. 억수로 싸랑합니다. 머, 간단히 말해가 저 벽지가 내 마음이다. 벽지뿐마이 아이고 이방 전체가 고마 니를 향한 내 마음이다. 니를 온몸으로 싸랑한다! ~로 사랑한다. 마이 아낀다! 억쑤로 좋아한다! 니 없으면 내 죽는다! ~ 몬산다! 이기 이 방에 다 담겨있는 거라꼬!"



하지만 행복도 잠시. 민조에게 '배신만은 안 된다'며 살떨리는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르던 추기오가 뒷목 잡을 일이 생기는데.


과연 벤츠도 아닌 마이바흐의 남자, 추기오와 어쩌다 조폭마누라, 우민조의 발목 잡힌 로맨스의 끝은?!




감상



읽는 내내 사방 팔방 천지에서 찌린내가 진동 하는 소설이었다. 과해도 너무 과한 기오의 사랑 묘사는 급기야 헛구역질까지 유발시키기도 했다. (내가 이렇게 비위가 약한 사람이었나.)


그럼에도 완결까지 버틸 수 있던 이유는 바로,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추기오라는 캐릭터의 매력!


'매력적인 캐릭터 창조'는 이야기의 기본이라 생각한다. 그 점에서 문무진 작가의 <채귀>는 훌륭했다. 이 작품은 '추기오의, 추기오에 의한, 추기오를 위한 소설'이었다. 문무진 작가를 단숨에 네임드 반열에 올린 1등 공신은 소설 <채귀>가 아닌, 도끼 자루를 휘두르는 상스러운 경상도 꽃중년! 사랑과 열정을 겸비한 불혹의 사나이 추기오라고 함이 옳다.

그만큼 추기오가 곧 <채귀>였고, 추기오가 다 했다.


그리하여 연작으로 나온 <무한지애>에서는 실망을 금치 못했다.

왜? 추기오가 없으니까.

더 정확히 말하면 <무한지애>에는 추기오에 비견될 강력한 캐릭터가 없었다.


주인공 차무강은 삼촌 추기오의 발뒤꿈치도 따라가지 못한다. 야차같은 매력을 가진 걸로 묘사되지만 재력으로도, 지성으로도, 주먹으로도, 지역 내 입지로도. 뭐 하나 추기오보다 난 부분이 없다.


그나마 지지리 박복한. Y2K 처연수 감성의 소유자, 주인수 이영신에게 기대를 걸어볼만 했다. 전작의 추기오를 불에 달군 쇠에 빗댄다면 영신은 물에 빠진 나무다. 물렁한 듯 하지만 질기다. 유연하고 자연적이다. 부패나 썩음에 저항할 수 있는 능력도 있다. 그러나 이런 영신의 잠재력은 발휘되기도 전에 끝난다. 소설 중반부에 들어서며 영신은 한떨기 꽃으로 전락하고 만다. 그것도 향기 없는 꽃.


무강의 가호 아래, 영신은 점차 여리여리한 공주 캐릭터로 전락하고 만다. 그런 영신은 더 이상 <무한지애>의 중심에서 강력한 존재감을 발산하지 못했다. 초반에 보여준 처연한 퇴폐미와 그 잠재력은 도대체 어디로 가버린 걸까? 변해버린 영신에 대한 안타까움은 급기야 내게 하차를 결정케 했다.


작가가 캐릭터를 창조하는 역량은 분명 그 사람의 중요한 특성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데 왜 <무한지애>에서는 <채귀>의 추기오와 같은 압도적인 캐릭터가 등장하지 못한 걸까. 나는 <채귀>의 추기오가 얼마나 유아독존적이고 독보적인 캐릭터였는지를 다시금 실감하며, 그 빈자리를 아쉬워 할 뿐이다.


그럼에도 <무한지애>는 리디북스 원픽에 등극한 인기 소설이니... 이런 아쉬움이 나만의 것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