쓴은_ 숯불 좀 넣어주세요
쓴은 작가님 글 중에 세 번째로 좋아하는 글. 그 이름도 화끈한 <숯불 좀 넣어주세요>
줄거리
주인수 권명선은 갈빗집을 운영하는 부모님의 그늘에서 오냐오냐 자랐다. 생활력이 떨어지는 건 물론, 이렇다 할 삶의 목표가 없는 철부지 명선은 어플에서 만난 상대와 잠자리를 갖는 문란한 취미가 있다.
어느 날, 우연히 부모님의 갈빗집에 온 명선은 새로 온 숯불 담당 직원, 주인공 김재강에게 첫눈에 반한다. 더 정확히 말하면 직원의 얼굴이 아닌, 제 이상형에 정확히 일치하는 직원의 몸매에.
명선은 곧장 감탄했다. 재강의 몸은 마치 그가 들고 있는 후끈한 숯불처럼, 공간에 금세 빛과 열을 불어넣었다. '명선의 기분'이라는 공간에.
그날부로 명선은 어떻게든 재강과 자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반면 먹고살기 바쁜 재강의 눈에 부모 잘 만나 호의호식하는 변태 명선이 한심하고 귀찮을 뿐, 자신을 보기 위해 갈빗집 일까지 거드는 명선의 노력 따위엔 하등 관심 없다. 급기야 명선이 돈을 주면서까지 제 검은 잇속을 채우려 하자, 재강은 치를 떤다.
식을 줄 모르던 명선의 집념이 드디어 보상받는다. 우여곡절 끝에 재강은 명선의 꿈(?)을 실현시켜 준다. 명선은 재강과의 경험으로 그간의 일탈이 얼마나 하찮고 의미 없었는지를 깨닫게 된다.
그렇게 명선은 재강에게 더욱 지겹도록 들러붙어 환심을 산다. 오랜 시간 혼자 살았던 재강은 뻔뻔하면서도 살갑고 추잡스러우면서도 다정한 명선의 애교에 저도 모르게 적응한다.
어느 날, 명선은 재강에 인생을 저당 잡힌 오랜 짝사랑의 상대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단순히 재강의 몸이 탐났을 뿐인 데다, 원체 연애는 취급하지 않았던 명선. 아무 상관없다며 큰소리를 치지만... 어째서인지 마음이 영 불편하다.
천하의 권명선이 설마 질투를 하냐, 는 의심도 잠시. 명선은 어느 순간부터 자신이 원하는 것이 단순히 김재강의 몸만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과연 명선은 재강의 몸과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을 것인가?
감상
사랑은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준다는 말이 있다.
속 빈 강정처럼 허무한 삶 속에서 방황하던 명선, 보답받지 못한 짝사랑의 그늘에 가려진 채 외롭게 살아가던 재강. 극과 극의 두 남자는 서로를 만나 성장했다. 퍼주는 데 익숙했던 재강은 받는 사랑을 누릴 줄 알게 됐다. 다정하고 밝은 명선 덕에 제 평생을 옭아매던 짝사랑에게 이별을 고할 배짱을 갖기도 했다. 반대로 명선은 비로소 한 사람에게 정착했다. 재강과 함께 사업체를 내어 부모가 그토록 바라던 앞가림도 척척 해낸다.
단언컨대 내 BL 인생 최고의 콤비, 권명선과 김재강! 문란하던 명선은 상식을 갖춘 재강을 만나 중화됐고(...), 무뚝뚝하던 재강은 해맑은 명선을 만나 웃을 날이 많아졌으니! 그야말로 환상의 짝꿍이란 말인가!
노골적이고 코믹한 명선의 욕구에 깔깔 웃다가 끝에 가서 엉엉 울었다. 장례식장에서 두 사람의 재회도 감격스러웠지만, 무엇보다 명선의 말을 허투루 듣지 않고 재강이 파라솔을 사다 설치했던 부분을 떠올리면 아직도 코끝이 찡하다. 파라솔은 단순한 그늘막이 아니라, 서로에게 안식처가 되어주는 명선과 재강의 관계를 상징하는 존재가 아닐까.
"아휴, 좀 닥쳐, 좀. 사랑하니까 좀 닥쳐."
코믹, 액션, 멜로 다 되는 쓴은이 보여주는 방황하는 청년들의 건설적인(?) 로맨스. 숯불 구이집에 가면 숯불 담당 직원의 팔뚝을 빤히 쳐다보게 된다는 다소 치명적인 버릇을 갖게 되었다는 점 말곤 더할 나위 없이 화끈하고 시원한 소설이었다.
사랑해 숯불.
사랑해 쓴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