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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Jul 03. 2024

오픈 런의 미학

오픈 런의 미학


최근 뉴욕타임즈에서 흥미로운 기사를 발견했다. 음식점 앞의 오픈 런에 대한 에세이였는데, 이는 현대 식문화의 새로운 트렌드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기사는 2024년 미국의 여러 도시에서 나타나는 줄 서서 기다리는 식당 문화를 다루고 있다. 젊은 세대와 예산이 제한된 요리사들 사이에서 이런 "줄 서서 식사하기" 문화가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이는 경제적 압박과 팬데믹 이후의 사회적 변화를 반영하는 현상으로, 자영업자들의 창의적인 대응 전략으로 해석된다.


흥미롭게도, 이러한 현상은 한국에서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었다. 나도 2015년에 쓴 글에서 홍대 지역의 '노프릴(No Frills) 서비스'를 제공하는 맛집들의 전략을 분석한 바 있다. 당시 홍대 자영업자들은 임대료 상승과 까다로운 고객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 서비스를 간소화하고 음식의 질에 집중하는 전략을 채택했다.


이런 현상은 온라인 시장의 성장과 도시 재개발로 악화된 시장 상황에 대한 소상공인들의 창의적인 대응이라고 볼 수 있다. 미국과 한국의 소상공인들은 경험과 차별성으로 이에 대응하고 있으며, 그 결과가 바로 오픈 런이다.


경제학적 관점에서 이 현상은 '시그널링(signaling)' 효과로 해석할 수 있다. 줄 서있는 모습 자체가 해당 식당의 품질에 대한 강력한 신호가 되는 것이다. 이로 인해 일부 소상공인들은 의도적으로 줄을 연출하기도 한다. 명품 기업이 한정판을 출시하는 전략과 유사한 전략이다.


하지만 물질적 해석보다는 문화적 해석이 오픈 런 현상을 더 잘 설명할 수 있다. 이 현상의 동력은 소비자 취향의 변화다.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특별한 경험을 원하며, 이를 얻기 위한 오픈 런 자체도 긍정적인 경험으로 인식한다. 줄 서기가 단순한 기다림이 아닌 소속감을 느끼고, 자아를 실현하며, 세대 간 소통을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의 일부로 여겨지고 있는 것이다.


소비자들의 취향 변화와 더불어 생산자 문화도 큰 변화를 겪고 있다. 많은 소상공인과 크리에이터들이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는 것을 넘어 자신만의 철학과 가치를 담은 장인 정신을 추구하고 있다. 이들은 대량 생산 체제에서 벗어나 고품질의 제품과 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집중하며, 이는 그들만의 독특한 브랜드 아이덴티티를 형성하는 데 기여한다.


내 글과 뉴욕타임즈 기사는 이러한 오픈 런 현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흥미로운 차이를 보인다. 나는 기다림을 저렴한 가격에 고품질의 상품을 구매하는 것에 대한 대가로 설명했다. 반면, 뉴욕타임즈 작가는 기다림 그 자체를 하나의 경험으로 해석한다. 이는 시간의 흐름에 따른 소비자 인식의 변화를 보여주는 동시에, 같은 현상에 대한 문화적 해석의 차이를 드러낸다.


결론적으로 오픈 런 현상은 생산자의 장인 문화와 소비자의 경험 문화가 결합된 현상이다. 이러한 문화적 융합은 새로운 형태의 소비 패턴을 만들어내며, 오프라인 매장의 경쟁력을 강화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오픈 런 현상은 오프라인 상권의 미래에 대해 긍정적인 신호를 보내고 있다. 온라인 시장의 성장에도 불구하고, 독특한 경험과 고품질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오프라인 매장들이 여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결국 오픈 런 현상은 장인 정신으로 제품을 만들려는 생산자와 문화적 경험을 원하는 소비자가 연합해 만드는 새로운 문화로 보는 것이 더 적절하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현상을 넘어서는 문화적 현상으로, 소상공인들의 창의적인 대응과 소비자들의 변화하는 취향이 만나 새로운 형태의 소비 문화를 만들어내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을 통해 우리는 다음과 같은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1. 제약은 창의성의 원천이 될 수 있다. 소상공인들은 경제적 압박을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창출의 기회로 삼았다.


2. 경험의 가치를 인식하라. 소비자들은 단순히 제품이나 서비스를 넘어 특별한 경험을 원한다.


3. 차별화된 전략이 중요하다. 대형 체인점이나 온라인 플랫폼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독특한 가치 제안이 필요하다.


4. 고객과의 공감대 형성이 핵심이다. 오픈 런은 소비자와 생산자 간의 새로운 유대관계를 만들어내고 있다.


5. 품질에 집중하라. 서비스를 간소화하더라도 핵심 제품의 품질은 타협하지 않는다.


6.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라. 소비자 취향과 경제 환경의 변화를 민감하게 읽고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러한 교훈들은 크리에이터 비즈니스를 이해하고 발전시키는 데 중요한 통찰을 제공한다. 오픈 런의 미학은 단순한 트렌드를 넘어, 변화하는 시장 환경에서 소상공인과 크리에이터들이 어떻게 성공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좋은 사례다. 이는 앞으로의 비즈니스 전략 수립에 있어 중요한 참고 자료가 될 것이다.



참고 문헌:

1. Stabiner, K. (2024, June 30). The Future of Eating Out Is Lining Up. The New York Times.

2. 모종린. (2015년 8월 5일). [포스트모던 이코노미] 홍대 맛집의 반격.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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