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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Jul 04. 2024

우리가 원하는 건 가족 안에서 태어난 아이

우리가 원하는 건 가족 안에서 태어난 아이


우리가 단순히 출생아를 늘리기를 원한다면, 쉬운 방법이 있다. 인공 자궁이다. 우리가 이 쉬운 방법을 선택하지 않는 이유는 우리가 실제 원하는 것이 가족이기 때문이다. 기계가 만드는 출생아는 거부하고 가족 안에서 태어난 아이를 원한다는 것은 결국 가족 자체를 더 중시한다는 의미다.


기술적인 이유로 인공 자궁 대안을 배제할 필요는 없다. 최근 중앙일보에 소개된 인공자궁 기술의 발전 현황은 이러한 기술적 해결책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기사에 따르면, 인공자궁 기술은 이제 단순한 공상과학 소설의 소재가 아닌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미국 필라델피아 아동병원에서는 이미 초미숙 양을 인공자궁에서 키우는 데 성공했으며, 여러 국가와 연구기관에서 인간 태아를 대상으로 한 연구도 진행 중이다.


약 90년 전 올더스 헉슬리가 쓴 소설 『멋진 신세계』는 인공자궁을 통해 아기를 생산하는 디스토피아적 미래를 그렸다. 이 소설에서는 가족 제도가 사라지고, 국가가 유전자 조작된 인간을 대량 생산한다. 헉슬리는 이를 통해 과학 기술의 발전이 인간성과 개인의 자유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를 보냈다. 그런데 이제 이 소설 속 상상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이 기술이 저출산 국가들을 위한 해결책으로 언급되고 있다는 것이다. 연구진이 제작한 동영상에서는 한국, 일본 등 저출산 국가를 위해 이러한 시설을 개발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클레어 혼과 같은 일부 연구자는 인공자궁 기술의 잠재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혼은 인공자궁 기술이 여성의 신체적 부담을 덜어주고, 젠더 평등한 육아 환경을 조성하는 데 기여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또한, 인공자궁이 동성 부부, 혈연 관계가 없는 사람들로 구성된 가족 등 대안적 가족의 확장을 촉진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기술적 "해결책"이 과연 진정한 해결책인지 깊이 고민해봐야 한다. 저출산 문제의 핵심은 단순히 출생아 수를 늘리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가족 안에서 잉태되고 성장하는 아이들이다.


가족은 단순한 생물학적 관계를 넘어 사회의 기본 단위이자 아이의 정서적, 심리적 발달의 토대다. 인공자궁이 기술적으로 가능해진다 해도, 그것이 가족의 역할을 대체할 수는 없다. 미국의 저출산 문제를 연구한 헤핑턴도 친족 공동체의 약화를 주요 원인으로 지적한다. 


한국의 가족 위기는 이미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다. 출산율이 0.6%로 떨어지고 1인 가구가 과반 수준으로 상승한 것은 2-30대가 사실상 가족을 포기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러한 가족의 포기는 서구 지적 전통에서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20세기 들어 서구의 유토피아 소설에서는 가족 폐지를 제안하는 내용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유토피아 소설은 미래에 대한 "과격한" 비전을 제시하는 문학 장르로, 이러한 소설들은 가족 제도 없는 사회를 이상적인 모습으로 그리기 시작했다. 이러한 사상적 흐름은 현실 세계에도 영향을 미쳐, 미국의 1960년대 반문화 운동 지도자들은 가족 없는 공동체를 실험하기도 했다.


이러한 역사적 맥락을 고려할 때, 현재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가족의 위기는 단순한 우연이 아닌, 현대 사회의 특정한 흐름이 극단적으로 표출된 결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는 이러한 흐름이 과연 바람직한 것인지, 그리고 이로 인해 잃게 되는 가치는 무엇인지 진지하게 고민해 보아야 한다.


따라서 저출산 문제 해결의 핵심은 가족의 복원에 있다. 건강한 가족 관계를 회복하고, 아이를 키우기 좋은 사회적 환경을 만드는 것이 우리의 목표가 되어야 한다. 기술적 접근만으로는 '정상적인' 아이의 출산율을 높이는 것은 불가능하다.


결론적으로, 저출산 위기 극복을 위해서는 가족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가족 친화적인 사회 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우리의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 인공자궁과 같은 기술적 해결책에 의존하기보다는, 가족이라는 근본적인 사회 구조를 강화하는 것이 진정한 해결의 길일 것이다.


우리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기계가 아닌 가족 안에서 태어나고 성장하는 아이이며, 이를 위한 사회적 환경 조성이 저출산 문제 해결의 핵심이 되어야 한다. 저출산 위기의 본질은 가족 위기다.


참고 자료:  

페기 오도널 헤핑턴, 『엄마 아닌 여자들』, 북다, 2024.

클레어 혼, 『재생산 유토피아』, 생각이음, 2024.

중앙일보, "인공자궁 현실로… 2024년 첫 아기 탄생할까", 2023.0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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