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컬 메이커 스페이스에 대한 국내외 사례들은 지역소멸 위기에 맞서는 창의적 대응책으로서 지역 경제와 문화 재생에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문화자원이 풍부한 지역에서 시작해, 로컬 메이커 스페이스를 통한 지역 커뮤니티와의 협력, 지역 자원 활용,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 개발, 창업 지원 체계 구축 등 지역의 자생적 성장을 촉진하는 다양한 방법을 실험하는 것이 필요하다.
로컬 메이커 스페이스가 성공하려면 몇 가지 핵심 요소가 필요하다. 첫째, 지역 커뮤니티와의 긴밀한 협력과 참여를 기반으로 해야 한다. 지역 주민, 크리에이터, 지역 기업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의 연결을 통해 지역 내에서의 지지와 참여를 촉진해야 한다. 이를 위해 정기적인 네트워킹 이벤트, 워크숍, 교육 프로그램을 개최하여 커뮤니티 멤버들 간의 교류를 촉진하고, 지역 내에서의 협업 문화를 조성해야 한다.
둘째, 지역의 자원과 특성을 반영한 프로그램 개발이 중요하다. 지역의 문화, 역사, 자원을 활용하여 독특하고 창의적인 콘텐츠를 개발하며, 이를 통해 지역 브랜드의 가치를 향상하고 지역 경제에 기여할 수 있는 프로젝트를 운영해야 한다. 지역 특산물을 활용한 제품 개발, 문화 예술 프로젝트, 교육 프로그램 등이 이에 해당된다.
셋째, 지속 가능한 운영 모델의 개발이 필수적이다. 이를 위해 다양한 재정적 지원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공공 부문의 지원, 민간 투자 유치, 크라우드펀딩, 이벤트와 프로그램 수익 등 다양한 수입원을 확보하여 재정적으로 지속 가능한 운영을 확립해야 한다.
넷째, 창업과 제품 개발을 위한 실질적인 지원 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이에는 창업자와 크리에이터를 위한 멘토링 프로그램, 시제품 제작을 위한 장비 및 공간 제공, 마케팅 및 판로 개척 지원 등이 포함된다. 이러한 지원을 통해 로컬 메이커 스페이스는 창업자들이 아이디어를 사업화하는 과정에서 겪을 수 있는 다양한 장벽을 낮출 수 있다.
마지막으로, 지역 내외와의 연결성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하다. 지역 외의 네트워크와의 협력을 통해 지역의 콘텐츠와 제품을 더 넓은 시장에 소개하고, 외부의 자원과 아이디어를 지역 내로 유입시켜 새로운 기회를 창출할 수 있다. 이러한 운영 전략을 통해 로컬 메이커 스페이스는 지역 경제와 문화의 발전을 도모하고, 지역 커뮤니티 내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는 지속 가능한 플랫폼으로 자리 잡을 수 있다.
지역사회 연계 사업의 목적은 일차적으로 주민 커뮤니티의 지원과 강화이지만, 궁극적으로는 기업 생태계 구축의 일환이다. 주민 커뮤니티 강화와 기업 생태계 구축은 단계적으로 개념화할 필요가 있다. 새로운 기업 생태계 구축을 위해서는 창업자 유입, 새로운 유형의 콘텐츠, 기업, 산업 창출 등 주민이 직접 참여하거나 연계하기 어려운 자원이 필요하거나 목표가 개입되기 때문이다.
기업 생태계 구축의 목표는 주민 기업을 포함한 모든 참여 기업의 비즈니스적 성공이다. 로컬 메이커스페이스 중심의 로컬 콘텐츠 타운 조성의 궁극적인 목표가 지속가능성을 확보한 로컬 브랜드의 육성과 타운화에 있다는 것에 모든 이해당사자가 합의해야 한다.
서계동 코워킹팩토리와 메이커시티 세운 프로젝트의 사례를 통해 우리는 중요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이 프로젝트들이 처음부터 '로컬 콘텐츠를 활용한 로컬 콘텐츠 타운 조성'을 지향했다면, 스타트업과 메이커 육성을 통해 새로운 콘텐츠를 융합하고 창출하는 기존과 다른 유형의 기업 생태계로 성장했을 가능성이 높다. 이 지역들이 가진 풍부한 전자·기계 산업의 역사와 기술력을 바탕으로, 이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하고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로컬 콘텐츠 타운, 즉 하드웨어 스타트업? 소상공인, 메이커와 아티스트가 결합된 생태계로 발전할 수 있는 잠재력이 충분히 있었기 때문이다.
로컬 콘텐츠 타운 접근을 택했다면, 로컬 메이커 스페이스가 프로젝트에서 더욱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메이커 스페이스는 단순히 작업 공간을 제공하는 것을 넘어, 지역의 기술 장인들과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스타트업과 메이커들이 만나 협업하고, 혁신적인 제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핵심 거점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서계동과 세운상가만의 독특한 정체성을 가진 제품들이 탄생하고, 이것이 새로운 관광 자원이나 문화 콘텐츠로 발전할 수 있는 가능성도 있었다.
로컬 메이커스페이스의 역할은 기존 자원을 활용하는 스타트업 육성에 그치지 않는다. 서계동과 세운상가의 도시 문화를 더 풍부하게 만들 메이커 기반 소상공인, 로컬 크리에이터의 지원도 포함된다. 로컬 콘텐츠 타운으로 성공하려면, 메이커와 스타트업과 더불어 소상공인의 집적도 중요하다.
결과적으로, 서계동 코워킹팩토리와 메이커시티 세운 프로젝트의 교훈은 도시재생의 가능성과 방향성을 제시한다. 한편으로는 기존 시설과 커뮤니티를 활성화하고, 또 한편으로는 기존 자원을 활용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과 크리에이터를 유치하는 투트랙 전략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정부는 로컬 메이커스페이스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3-5년 기간의 인프라 구축 지원을 핵심으로 하는 육성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 '로컬 메이커스페이스 제도'를 통해 자격 요건을 공시하고, 지자체와 운영자의 신청을 받아 성공 가능성 높은 지역을 선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다.
지원 내용은 메이커스페이스 시설과 자재 구비를 위한 물적 지원, 운영 인력과 기술 제공, 프로그램 운영 메뉴와 노하우 제공 등이다. 초기 인프라 구축 이후에도 프로그램 운영 지원을 통해 메이커스페이스의 공익적 지역 활성화 사업을 지속적으로 후원해야 한다.
이러한 정부 지원 정책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 다음과 같은 정책 제언을 할 수 있다. 첫째, 로컬 메이커스페이스 인증제를 도입하여 품질 관리와 신뢰도를 제고해야 한다. 둘째, 로컬 메이커스페이스 운영자 및 참여 기업에 대한 세제와 재정 혜택을 제공하여 초기 정착을 지원해야 한다. 셋째, 규제 샌드박스를 적용하여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 실험을 위한 규제 완화 조치를 실시해야 한다. 넷째, 각 지역의 주력 산업과 로컬 메이커스페이스의 연계를 강화하기 위한 지원 프로그램을 개발해야 한다.
주민 공동체 지원과 새로운 기업 생태계 구축이라는 이중 목표의 균형을 맞추는 것은 결국 로컬 메이커스페이스 운영자 선정에 달려 있다. 국내외 메이커스페이스 사례는 세 가지 운영 모델을 제시한다.
1. 앵커기업 운영 모델: 앵커기업이 독립적으로 운영하며, 로컬 크리에이터 발굴 및 육성, 개발된 콘텐츠의 상품화 및 유통을 담당한다. 초기 3년간 공공 지원을 받고 이후 자립 운영을 목표로 한다. 전문성을 갖춘 기업의 운영으로 효율성이 높지만, 공공성 확보를 위한 장치가 필요하다.
2. 협동조합 운영 모델: 지역 주민, 상인, 예술가 등으로 구성된 협동조합이 운영한다. 조합원들의 민주적 의사결정으로 운영되며, 지역 공동체 중심의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운영한다. 높은 주민 참여도와 지역 밀착성이 장점이지만, 전문적 운영 능력 확보가 필요하다.
3. 민관 협력 파트너십 모델: 지자체와 민간 전문 기업이 공동으로 운영한다. 지자체의 행정 지원과 민간 기업의 전문성을 결합하여 공공성과 수익성의 균형을 추구한다. 안정적 재원 확보가 가능하지만, 의사결정 과정에서 이해관계 조정이 필요하다.
각 모델은 장단점이 있으며, 지역의 특성과 목표에 맞춰 선택하거나 혼합하여 적용할 수 있다. 선택 시 고려해야 할 주요 요소는 지역 주민의 참여도, 전문 운영 능력, 재정적 지속가능성, 그리고 공공성과 수익성의 균형이다.
군산 LCMS는 민관 협력 파트너십 모델로 시작했으며, 궁극적으로는 일본의 Loftwork과 같은 독립적인 앵커기업 운영 모델의 실현을 지향한다. 정부의 역할은 초기 투자다. 설립 단계에서 민간 로컬 메이커스페이스 기업의 시설과 운영 모델 개발을 지원하는 것이 중요하다.
서계동 코워킹팩토리와 메이커시티 세운은 협동조합 모델과 민관 협력 파트너십 모델의 혼합 형태를 취하고 있다. 이는 앵커기업 모델과는 달리 주민과 상인이 운영 주체에 가깝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로컬 메이커 스페이스의 성공 핵심은 로컬 콘텐츠 사업화에 참여하고자 하는 크리에이터의 양성과 유치에 있다. 모든 주민과 상인이 로컬 크리에이터 사업에 관심이 있다고 가정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로컬 크리에이터의 발굴과 양성이 중요한 과제가 된다.
지역 현지에 로컬 메이커스페이스를 운영하고, 로컬 콘텐츠와 로컬 브랜드를 발굴하며 사업화를 지원하는 작업을 통해 로컬 콘텐츠 생태계를 구축해야 한다. 이 과정에서 중앙정부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로컬 콘텐츠 진흥원'과 같은 교육연구 기관을 통해 크리에이터, 크리에이터를 교육할 수 있는 훈련 인력, 로컬 메이커 스페이스를 운영하는 인재를 먼저 양성해야 한다. 이후 대상지를 선정해 로컬 콘텐츠 타운과 메이커 스페이스 시설을 조성하는 것이 성공 확률을 높이는 방법이다.
이러한 접근 방식을 통해, 로컬 메이커스페이스는 단순한 작업 공간 제공을 넘어 지역 경제 활성화와 문화 재생의 핵심 동력이 될 수 있다. 지역의 특성을 살리면서도 현대적 기술과 창의성을 결합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지역 주민들의 참여와 역량 강화를 통해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로컬 메이커스페이스 정책은 지역의 특성과 요구를 반영하되, 전문성과 지속가능성을 갖춘 운영 모델을 선택하고, 정부의 적절한 지원과 함께 민간의 창의성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이를 통해 로컬 메이커스페이스는 지역 혁신과 경제 발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