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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저출산 현상, 결국 행복의 문제

by 골목길 경제학자

미국의 저출산 현상, 결국 행복의 문제


최근 뉴욕타임스가 미국 저출산에 대한 흥미로운 기사를 게재했다. 이 기사는 미국에서도 저출산 현상이 심화되고 있으며, 이에 대한 다양한 원인과 사회적 인식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미국의 출산율은 2023년 기준 여성 1명당 1.6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다. Pew Reserach Center의 최근 조사는 50세 미만 무자녀 성인 중 47%가 향후 자녀를 가질 가능성이 낮다고 응답했다. 이는 2018년에 비해 10%p 증가한 수치로, 미국 사회에서 자녀를 갖는 것에 대한 인식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같은 Pew Research Center 연구에서, 단 26%의 성인만이 자녀를 갖는 것이 충만한 삶을 살기 위해 매우 또는 극히 중요하다고 응답했다. 미국 사회에서 자녀의 존재가 개인의 행복과 삶의 의미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줄어들고 있음을 시사한다.


저출산의 원인

저출산의 주요 원인은 다양하게 나타났다. 단순히 자녀를 원하지 않는다는 응답이 57%로 가장 높았고, 이어서 경력이나 개인적 관심사에 집중하고 싶다는 이유, 세계 상황에 대한 우려, 자녀 양육 비용에 대한 걱정 등이 뒤를 이었다.


특히 여성들의 경우, 출산에 따른 신체적 고통과 낙태 기회의 축소도 중요한 원인으로 지적되었다. 이는 여성의 신체적 자율성과 선택권에 대한 우려를 반영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같은 연구에서 대부분의 응답자들은 자녀가 없어 원하는 것을 살 수 있고, 관심사에 시간을 투자하며, 미래를 위해 저축하기 쉽다고 답했다.


한편, 일부에게는 자녀를 갖는 것이 선택의 문제가 아니었다. 50세 미만 응답자 중 13%는 불임 때문에, 11%는 배우자가 자녀를 원하지 않아 자녀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50세 이상 무자녀 성인들의 경우, 자녀를 갖지 않은 주된 이유는 '그냥 그렇게 되었다'는 것이었다.


뉴욕타임스 기사에서 인용된 62세의 영화감독 테레즈 셰흐터의 사례는 이러한 '그냥 그렇게 된' 경우를 잘 보여준다. 그녀는 "나는 적극적으로 아이를 갖지 않기로 선택한 적이 없다"고 말한다. 이루고 싶은 것들의 목록에 어머니가 되는 것이 포함되지 않았지만, 언젠가는 그렇게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가 30대 후반에 이르러 "아, 실제로 그럴 필요가 없구나"라고 깨달았다고 한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어바인 캠퍼스의 철학 조교수인 아나스타샤 버그는 이러한 현상에 대해 "자녀를 갖는 결정이 인간 삶의 필수적인 부분에서 다른 선택지들 중 하나로 변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는 현대 사회에서 출산과 육아에 대한 인식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흥미로운 점은 미국에서 자녀가 없는 성인들이 자녀가 있는 성인들보다 일반적으로 더 행복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Jennifer Glass 교수의 2016년 연구에 따르면, 22개 산업화 국가 중 미국에서 부모와 비부모 간의 행복도 격차가 가장 크게 나타났다.


남녀간의 인식 차이

남녀 간 출산과 육아에 대한 인식 차이도 주목할 만하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평균적으로 남성들이 부모가 되는 것에 대해 여성들보다 덜 주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초 Pew Research Center의 또 다른 조사에서는 자녀가 없는 젊은 성인들 중 여성이 아닌 남성들이 언젠가 부모가 되기를 더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윌리엄 패터슨 대학교의 심리학 교수이자 부부 치료사인 코린 다치는 30대 여성들 중에서 자녀를 가져야 할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는 반면, 그들의 남성 파트너들은 자녀를 갖는 것에 대해 더 개방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말했다. 여성들은 자신의 남성 파트너가 가족을 키우는 데 있어 자신들만큼 많은 희생을 할 의지가 있을지에 대해 회의적이며, 자아 정체성을 잃을 수 있다는 걱정과 함께 임신과 출산이 자신의 몸에 미칠 영향에 대해서도 우려하고 있다.


텍사스 대학교 오스틴 캠퍼스의 사회학 교수인 제니퍼 글래스는 미국의 출산 의욕 감소가 놀라운 일이 아니라고 말한다. 그녀의 2021년 연구에 따르면, 미국 어머니의 약 70%가 자녀를 키우는 첫 18년 동안 어느 시점에서 가구의 주 소득원이 된다고 한다. 동시에 이들은 남성보다 더 많은 시간을 육아에 할애한다. 글래스 교수는 이를 "정말 불가능한 부담"이라고 표현하며, 일부에게는 "출산 파업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다고 느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미국과 한국

이러한 미국의 상황은 한국의 저출산 문제와 많은 유사점을 보인다. 경제적 부담, 개인의 자아실현 욕구 등이 주요 원인이라는 점에서 두 나라는 공통점을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 지적된 원인들은 대부분 한국에서도 언급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일-가정 양립의 어려움과 가부장적 문화가 더욱 두드러진 문제로 지적되고 있어, 이는 한국 특유의 문제라고 볼 수 있다.


이 기사를 통해 우리는 저출산 문제가 단순한 경제적 문제를 넘어 사회, 문화, 환경 등 다양한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복잡한 문제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다. 출산 결정이 행복도의 문제라면, 왜 미국에 자녀가 없어도 행복하다는 부부가 많은지를 더 분석해야 한다.


결혼을 하고도 자녀를 갖지 않는 부부의 증가는 출산 정책에 중요한 시사점을 제시한다. 미국 Census Bureau의 데이터에 따르면, 2018년 기준으로 55세 기혼 여성 중 무자녀 비율이 1970년대 초반 10%에서 약 15%로 증가했다. 이는 현재 한국에서 강조되는 '결혼율 증가가 출산율 증가로 이어진다'는 인식이 반드시 선순환 관계가 아닐 수 있음을 시사한다.


더불어, 미국의 상황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는 인종, 계급, 지역, 이민 상태에 따른 출산율 차이에 대한 추가적인 분석이 필요하다. 예를 들어, Pew Research Center의 2019년 연구에 따르면, 히스패닉 여성의 출산율(1.9명)이 백인 여성(1.6명)과 아시아계 여성(1.5명)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차이는 문화적, 경제적, 사회적 요인들이 출산 결정에 복합적으로 작용함을 보여준다.


이러한 다양한 측면을 고려할 때, 저출산 문제에 대한 접근은 단순히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을 넘어, 사회 전반의 구조적 변화와 개인의 삶의 질 향상을 목표로 하는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함을 알 수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점은 여성과 부모의 행복도를 높이는 것이 저출산 문제 해결의 중요한 열쇠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출산과 육아가 개인의 행복과 삶의 질을 저해하지 않도록 하는 정책과 사회적 지원이 필요하다.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단순히 출산을 장려하는 정책을 넘어, 여성과 부모의 삶의 질과 행복도를 높이는 총체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이는 미국과 한국 모두에 해당되는 과제이며, 향후 우리 사회가 지속 가능한 발전을 이루기 위해 반드시 해결해야 할 중요한 과제이다.



<참고 자료>

Caron, C. (2024, July 25). Kids? A Growing Number of Americans Say, 'No, Thanks.' The New York Times.

Pew Research Center. (2024, July 20). About Half of Non-Parents Under 50 Say They're Unlikely to Have Children.

Pew Research Center. (2024, January 24). Most Childless Adults Say It's Unlikely They'll Have Children.

Pew Research Center. (2023). Childlessness Rises Among U.S. Adults, Including Those Near the End of Their Childbearing Years.

U.S. Census Bureau. (2018). Fertility of Women in the United States: 2018.

Livingston, G. (2019). Hispanic women no longer account for the majority of immigrant births in the U.S. Pew Research Center.

National Center for Health Statistics. (2023). Births: Provisional Data for 2023. Centers for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Glass, J., Simon, R. W., & Andersson, M. A. (2016). Parenthood and Happiness: Effects of Work-Family Reconciliation Policies in 22 OECD Countries. American Journal of Sociology, 122(3), 886-929.

Glass, J. (2021). The Relationship Between Childbearing and Women's Employment in the United States. Working Pap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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