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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Jul 23. 2018

골목길 자본론 사진 40장

/2017년 12월 12일 을지로 페럼타워에서 열린 골목길 자본론 출간 기념 북토크를 위해 준비한 강연자료입니다


안녕하세요.


우리 모두 우리가 사랑하는 골목길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에 대해 고민합니다. 무엇을 해야 할까요? 우선, 기본적인 것부터 잘해야 하겠죠.


골목길을 자주 찾고 다양한 방식으로 사랑을 표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에는 소비도 포함됩니다. 우리가 좋아하는 단골 골목가게를 더 많은 소비로 서포트해줘야 합니다. 그리고 골목길에 대한 우리의 생각을 정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골목길의 가치를 3가지 개념으로 설명합니다.


첫 번째가 사회자본입니다. 골목길은 공유, 연대, 창조, 문화를 창출하는 골목길은 미래 도시가 요구하는 사회 자본입니다. 제 책의 제목이기도 합니다.


두 번째가 경제학입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골목문화는 상인, 건물주, 예술가 등 다양한 사람들이 골목에서 행하는 경제활동의 결과입니다. 우리가 경제학의 힘을 빌어 골목 문화를 보호하고 발전시켜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세 번째가 라이프스타일입니다. 골목길은 우리가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하고 소비하는 공간입니다. 경제 전반에 라이프스타일 경쟁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우리는 골목길을 한국 경제를 견인할 문화 발전소, 문화 산업 플랫폼으로 육성해야 합니다. 골목길이 우리나라가 라이프스타일 강국으로 가는 지름길입니다.


오늘 강연은 우리가 골목길을 왜 사랑하는지, 골목길에서 무엇을 즐기는지를 뒤돌아보는 시간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골목길



1. 경주 황남동, 황리단길이라 불리는 '포석로의 샛길(골목길)'입니다.


입구에서 바라봐도 정겹고 따뜻한 공간입니다. 이 안에 무엇이 있을까 궁금해지는 그런 길입니다. 일본 근대 심미 주의자 나가이 가후는 이리 말합니다.

 서민이 살아있는 공간, 해가 드는 큰길에서 볼 수 없는 생활이 숨어있다.


[황리단길은 작가 유시민이 알뜰신잡에서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을 두고 인류 역사상 그걸 막을 방법은 없다고 발언한 곳이기도 합니다.]


황리단길이 뜨기 시작한 시점은 2016여름입니다. 그 길 입구에 노르딕이라는 브런치 가게가 문을 열면서 황리단길이 시작됐습니다. 제가 황리단길의 부상을 인지한 시점은 2016년 10월 말, 이때 이 사진을 찍었습니다. 불과 일 년 만에 황리단길에 가게들이 꽉 찼습니다.  


[땅값은 10배 이상 올랐다고 합니다.]




2. 일본 도쿄 기치조지 전통시장 '하모니카 유코초'입니다. 


종로에 있던 피맛골처럼 좁은 골목길에 100여 개 가게들이 촘촘히 들어섰습니다. 전후 경제가 어려웠던 시절 역 주변에 형성된 암시장으로 시작된 곳이며, 가게들이 좁은 골목에 이어져있는 모양이 하모니카와 닮았다고 해서, 하모니카 요코초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합니다. 골목길은 이처럼 문을 열면 조금은 독특하고, 좀 더 아기자기하고, 좀 더 희소성이 높은 가게들이 우리를 맞이합니다.  


골목길에서 우리를 맞이해 주는 것가게뿐일까요?




3. 일본 나가노현 인구 5만의 '스와시'입니다.


스와 호수에서 골목길을 따라 100미터 들어가면 기찻길 너머로 큰 빌딩 2개가 나타납니다. 프린터와 시계와 유명한 세계적인 하이테크 기업 세이코 엡손의 본사입니다. 코스코스가 핀 기찻길 옆에서 글로벌 기업의 본사를 찾은 셈이죠. 기찻길 옆 오막살이가 아니고요.


변화무쌍한 골목길, 다음은 또 어떤 모습으로 우리를 이끌까요?



4.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남부 '사우스 콩그레스 애비뉴'에 위치한 한 교회입니다. 


Smile even if you don't want to, 웃기 싫어도 웃으세요. 정말 지혜롭고 은혜로운 조언입니다. 조금 엉뚱하다 생각하지 않으세요? 엄숙 주의 교회도 자유롭게 농담을 하는, 다소 엉뚱한 도시 오스틴. 이 도시는 자신의 엉뚱함을 자랑으로 생각합니다. 그래서 시정부가 오스틴을 Keep Austin Weird!로 홍보합니다. 우리 오스틴을 계속 엉뚱하게 유지하자!        


교회 건너편 가게가 보이시죠? 크리스마스도 아닌데 온갖 색깔의 장식이 인상적입니다. 히피들이 선호하는 형광성이 강색감(사이키델릭)이 보이십니까?




5. 캘리포니아 버클리시 북부 '구오메 게토'입니다.


'고급 음식점이 몰려있는 빈민가'라는 수식어가 붙은 이곳에서 고급 히피문화를 체험할 수 있습니다.  고메게토 음식점, 갤러리, 명상원, 독립서점, 부티크들은 공통적으로 남다른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히피문화를 계승한 지역답게 로컬푸드, 유기농, 공정무역, 아르티장 등 사회적 책임과 상업적 독립성을 강조하는 상품을 판매하는 곳이 대다수입니다.


친환경 음식문화인 로컬푸드 운동의 발원지도 바로 고메게토입니다. 버클리에서 작은 식당 셰파네즈를 운영한 자영업자 알리스 워터스(Alice Waters)가 이제 전 세계적으로 확산된 로컬푸드 운동은 시작했습니다.  


히피들이 승리했다(The Hippies Have Won).


지난 4월 4일 뉴욕타임스의 헤드라인 제목이 독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좋은 삶, 건강, 식생활과 관련된 다양한 아이디어나 상품들이 쏟아져 나오는 최근의 현상을 1960년대 ‘히피문화의 승리’라고 표현했습니다.


이 기사는 단지 요가나 명상뿐만 아니라, 미국인들이 즐겨 소비하는 그래놀라, 콤부차(홍차버섯), 아몬드 우유 등 요즘 유행하는 식품 대다수가 히피문화에서 유래했다고 설명합니다.




6. 오레곤 주 포틀랜드의 도시 와이너리(Winery) '클레이피전'입니다.


이 와이너리에서 만든 와인, 그리고 그 옆의 모자는 미국 최대의 독립서점 파웰스의 모자입니다. 작은 도시 포틀랜드가 수출하는 도시문화는 어마 어마합니다.


나이키와 아웃도어는 시작이고요. 킨포크, 에이스호텔, 스텀프커피, 파웰스서점, 와인, 크래프드 비어, 어번 와이너리 등등.

대표적인 라이프스타일 도시 포틀랜드의 라이프스타일은 친환경, 아웃도어, 독립문화입니다. 라이프스타일 선진국 일본이 모델로 칭송하는 도시 포틀랜드, 한 일본 작가는 포틀랜드를 내 삶을 바꾸는 도시 혁명이라고 표현했습니다.


한국의 라이프스타일 도시는 어디일까요?





7. 바로 강원도 양양 '죽도해변'입니다.


죽도해변은 해마다 늘어나는 서퍼들과 그들을 위한 숙박시설, 상업시설이 어우러져 하나의 공동체를 이룹니다. 사람이 모여 살면서 자연스럽게 골목상권이 형성됐습니다.


라이프스타일 공유한 사람들이 사는 죽도해변은 다른 골목길과 다를까요? 공동체 마을에 주목하는 이유는 바로 공동체와 골목길의 관계입니다. 동일한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는 사람들이 조성한 상권이, 더 효과적으로 문화 정체성을 유지하지 않을까요? 제가 죽도해변의 미래를 희망적으로 보는 이유입니다.  


우리는 오랫동안 산업사회를 대변하는 엘리트 라이프스타일을 동경하면서 살아왔습니다. 지만 미래에는 달라져야 합니다. 전 세계를 휩쓸고 있는 탈물질주의 혁명은 우리로 하여금 라이프스타일을 다시 생각하게 합니다. 개인의 행복을 위해서도, 국가경제의 경쟁력을 위해서도 이제 개성, 자유, 삶의 질에 기반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을 살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8. 미국 뉴욕 '첼시마켓'입니다.


28개 공장 건물의 벽을 터서 건설한 고급 쇼핑몰입니다. 내부가 이상하지 않습니까? 첼시 마켓은 뉴욕의 골목 시장을 그대로 옮겨 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공장 건물의 옛 모습을 보존하고 건물의 통로를 동선으로 사용함으로써 그리드(Grid) 구조의 전통적인 쇼핑센터가 아닌, 밀도와 우연성을 그대로 간직한 골목 상권 재현했습니다. 골목길과 상업시설의 상승 작용을 인식한 디벨로퍼(부동산 개발자)들은 새로 건설되는 쇼핑몰, 리조트, 아파트 단지에 골목상권을 임의적으로 재연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한국에서도 골목형 쇼핑몰이 늘어가고 있습니다. 신세계백화점은 대구 동대구역점에 전국의 유명한 골목 맛집들을 영입했을 뿐 아니라 식당가를 루앙 스트리트로 불리는 골목형 거리로 조성했습니다.  


[서울 남산 그랜드 하얏트 호텔도 식당가 거리를 연상시키는 미식 골목 '322 소월로'를 오픈했습니다.]


아마도 우리에게 골목길이 가장 소중한 이유는 골목길의 정체성과 진정성 아닐까요? 걷기 좋고 상업 시설만이 매력적인 골목길을 만든다면 골목길은 임의적으로 조성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골목길의 진짜 매력은 임의적으로 조성할 수 없는 진정성에 있습니다.




9. 서귀포시 이중섭 거리 수제 펜 가게 '서준공방'입니다. 


골목길의 길이와 동네의 크기는 그다지 중요하지 않습니다. 우리를 골목길로 이끄는 좋은 가게만 있다면 50미터의 짧은 거리도 우리의 관심과 시간을 독점할 수 있습니다. 마치 수제 펜 가게 하나로 우리의 감성을 뒤흔드는 서귀포의 이중섭 거리처럼...


어떠세요. 골목길을 떠나시고 싶죠? 그런데 준비 없이 가시면 안 됩니다. 골목길 여행도 가이드가 필요합니다. 여러분이 자유주의자라면 이런 여행 방식을 추천해 드립니다.



자유주의자가 골목길을 사랑하는 방식



10. 서울 연남동 맛집 '바다 파스타'입니다.


손님들이 줄지어 기다리는데 전형적인 골목길 맛집입니다. 이런 맛집 좋아하시죠? 저도 좋아합니다. 그런데 이런 골목길 맛집을 사랑하지 않은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손님을 무조건 문 밖에 기다리게 하는 등 서비스가 안 좋아서입니다. 너무 멀다, 교통이 불편하다, 주차 안 된다 하며 골목길 자체를 좋아하지 않는 친구도 있습니다.


골목 사이를 누비며 발품 팔아 숨은 맛집을 마주했을 때의 기쁨을 위해서는 기꺼이 감수해야 하는 수고인데 말이죠.




11. 광주 동명동 골목길 '담장'입니다.


이게 뭘까요? "상대방을 존중하는 것은 배려하는 것"이라 쓰여있습니다. 저는 이 담장에 멈춰 오래 생각하고 싶었습니다. 그 의미가 궁금해서요. 그런데 같이 간 친구들이 빨리 오라고 소리칩니다. 할 수 없이 서둘러 이곳을 떠났습니다.


골목길은 혼자 가야 합니다. 골목길 여행은 혼자라야 제대로 음미할 수 있습니다. 골목 여행자는 골목길 10미터 안에서 오랜 시간 머무릅니다. 사람, 집, 담, 건물, 간판, 빛이 드리워진 길, 나무, 화분, 물건이 그의 눈길을 끌기 때문입니다. 골목에 관심 없는 동반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행동을 하는 거죠.




12. '홍대 독립서점 투어' 지도입니다.


많은 것이 그렇듯 독립서점도 홍대가 전국으로 수출한 도시문화 상품입니다. 독립서점 중심지답게 많은 독립서점이 홍대 지역에 밀집돼 있습니다. 지도만 봐도 그 자원이 풍부합니다. 하루 종일 다녀도 다 보지 못할 것 같습니다.  


골목 탐방에는 목표가 있어야 합니다. 골목길 여행이 즐거운 이유는 골목길에서 무엇을 만날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우연성에 대한 기대감만을 지도로 삼아 떠나는 것은 위험합니다. 골목길에서 무엇을 찾고자 하는지 사전에 결정하지 않으면, 골목길 입구에서 하루 종일 시간을 보내기 십상입니다.




13. 광주 동명동 한옥 게스트하우스 '신시화'입니다.


저는 골목 게스트하우스를 좋아합니다. 주인과의 대화가 우리를 진정한 골목 체험으로 안내하기 때문입니다. 주인장만큼 골목길을 이해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또 있을까요?


골목길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게스트하우스를 창업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주인장이 추천해 준 가게와 장소, 그가 설명해 준 역사가 골목 체험을 위한 가장 훌륭한 가이드북이 됩니다.


골목문화는 골목길 어딘가에 머물면서 직접 체험하는 것이 제 맛입니다. 골목 안에 있는 숙소에 머물면 골목문화를 하루 종일 즐길 수 있습니다. 특히, 골목길의 느림과 진정성을 체험할 수 있는 아침과 늦은 저녁에 나만을 위한 탐방이 가능해집니다.




14. 강릉 카페 '보헤미안'입니다.


커피 장인 박이추 대표가 2000년대 초반 관광객을 상대로 문을 연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입니다. 개장한 지 20년이 넘었지만 이 집을 방문하는 손님의 다수는 관광객입니다. 현지인이 즐기지 않는 이 집을 들어가시겠습니까?


관광객만 가는 곳이라도 내 취향에 맞으면 사랑할 수 있어야 합니다. 관광객이 '키운' 골목길도 점진적으로 지역 생활의 일부로 진화합니다. 커피를 즐기게 된 강릉 주민들은 “이제 다른 도시를 가면 맛없어서 커피를 못 마시겠다”라고 불평할 정도라고 합니다.




15. 제가 사는 연희동에 있었던 빵집 '루엘 드 파리'입니다.


이 사인을 본 그날 인스타그램에 행운을 빈다는 포스팅을 올렸습니다. 하지만 내심 섭섭한 마음도 있었죠.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우리가 좋아하는 가게가 영원히 그 자리에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한 욕심일 수 있습니다. 대기업의 평균 수명이 20년으로 줄었다는데 동네 가게가 우리 곁에 항상 있어주기 바라는 것은 인간사 이치에 맞지 않습니다.


영원하지 않은 골목가게를 사랑하는 방법은 단순합니다. 그때그때의 만남과 거래를 최대한 만끽하는 것입니다. 이 가게가 내일 없어질 수 있음을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현재의 순간을 즐깁시다. 골목길 여행자에게 다행인 점은 골목길은 돌고 돌아 떠나는 가게가 있으면 금세 이를 채우는 새로운 가게가 우리를 반긴다는 점입니다.




16. 도쿄 기치조지 '도큐백화점 뒤편 스타벅스' 매장입니다.


한국 백화점이라면 딱 주차장이 들어가면 좋을 공간입니다. 그런데 도큐백화점은 이곳에 바로 옆 골목길에 스며들어가는 카페 공간을 만들었습니다. 백화점과 골목길이 공간 디자인으로 자연스럽게 공존하는 모습입니다.


골목문화는 자영업자들이 창출하는 문화입니다. 자영업자의 정성과 재능이 우리가 좋아하는 음식, 상품, 차, 그리고 분위기를 만듭니다. 이런 골목길에 표준화된 상품을 판매하는 대기업은 골목에 어울리지 않는 불청객입니다. 프랜차이즈 가맹점, 대기업 마트와 브랜드 상점이 독립 가게를 위협할 수준으로 늘어나면 이를 저지해야 한다는 마음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모든 대기업 브랜드를 골목에서 내모는 것은 골목문화 발전에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골목길에 대기업 브랜드가 필요한 이유는 이들 브랜드가 창출하는 유동인구 상승효과입니다.


스타벅스가 골목상권 전체를 활성화시킬 수 있는 대표적인 대기업 브랜드입니다. 전 세계적으로 스타벅스의 진입은 새로운 유동인구를 유발해 기존 상권에 혜택을 주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17. 도쿄 기치조지 '나카미치'에 있는 한 가게의 세일 사인입니다.


골목길에 세일 사인을 보면 가슴이 철렁합니다. 아 장사가 안돼 문을 닫는가 보구나. 설사 폐장 세일이 아니더라도 예술품에 가까운 수제 제품을 팔아야 하는 골목길에서 세일 사인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우리가 싸고 좋은 상품을 원해 골목길을 가는 것은 아니니까요.


도시문화의 다양성을 높이는 골목가게의 독립성을 고맙게 생각한다면 정당한 가격을 기꺼이 지불해야 합니다. 우리가 즐기는 골목문화는 일종의 공공재입니다. 골목길을 사랑하는 소비자는 골목가게가 제공하는 공공재에 대한 적절한 가격 지불을 미덕으로 생각해야 합니다.


이제 골목여행을 떠날 준비가 되셨다고요? 그런데 떠나시긴 저와 사회과학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저는 사회과학자입니다. 여러분의 취향과 행복이 중요하지만 골목길의 사회적 가치도 중요합니다. 저에게 골목길은 단순한 소비공간이 아닙니다.


문화, 창조, 공유 등 미래 도시가 요구하는 공공재를 창출하는 생산공간입니다.



골목길은 산업이다




18. 애경산업의 연남동 '디자인센터'입니다.


디자인센터는 애경이 디자인 경영을 실천하기 위해 설립한 기관입니다. 그런데 구로에 본사가 있는 애경이 왜 홍대에 디자인센터를 설립했을까요?


홍대가 디자인 산업의 중심지이기 때문입니다. 상업지역으로 머물러있는 서울의 다른 골목상권과 달리 이곳은 하나의 산업단지를 형성합니다. 관광, 음악·연예, 문화예술, 디자인, 출판·영상, IT 등 다수의 산업이 상생하면서 새로운 문화와 비즈니스를 창출하고, 생산/주거/오락 활동이 한 곳에 일어나는 창조적 산업단지입니다.




19. 성수동 '소셜벤처밸리'의 지도입니다.


성수동에도 홍대 같은 골목길 기반 도시산업 생태계가 형성됐습니다.  현재 100여 개의 소셜 벤처들이 모여 있는 소셜벤처밸리는 2014년 시작됐습니다. 그 해 사회혁신가를 지원하는 루트임팩트가 성수동에 자리 잡았고, 소셜벤처 투자 기업 소풍이 합류했습니다. 골목길이 창조인재와 창조산업을 유치하는 것은 한국만의 현상이 아닙니다.


전 세계적인 트렌드입니다. 어떻게 알 수 있냐고요?




20. SNS 시대의 아이콘 '마크 저커버그'가 사는 샌프란시스코 도심지역입니다.


옷 고를 시간이 아까워 항상 검은색 티셔츠만 입는 그가 2013년 회사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인 샌프프란시스코 미션 디스트릭트에 새집을 장만했습니다.   


왜일까요? 저커버그는 다른 2-30대 젊은이와 같이 다운타운 라이프스타일을 즐깁니다. 소마(South of Market), 도그 패치(Dog Patch) 스타트업에서 일하고, 근처 주거지에서 살면서 도보나 자전거를 이용해 웰빙, 보헤미안, 힙스터, 친환경, 유기농, 인디, 빈티지, 비건 등 오늘날 젊은이들이 원하는 도시문화를 마음껏 즐길 수 있는 도시에서 갈고 싶은 것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실리콘밸리의 주요 도시는 전형적인 교외 지역으로 세련된 도시문화를 즐기고 싶은 젊은이에겐 꽤나 따분한 곳입니다.



21. 북캘리포니아 지역의 'IT산업 지도'입니다.


실리콘밸리의 중심이 전원적인 팔로알토에서 샌프란시스코 도심으로 이동하고 있습니다. 핀터레스트 등 일부 기업은 본사를 실리콘밸리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옮겼습니다.


우버, 트위터, 에어비앤비, 드롭박스 등 혁신적인 IT기업은 아예 처음부터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했습니다. 이들의 성공에 힘입어 샌프란시스코 도심은 새로운 벤처 중심지로 떠올랐죠.

 

이유가 짐작되시나요? 젊은 인재들이 저커버그처럼 도심에서 살고, 일하며, 즐기는 라이프스타일을 살기를 원하기 때문입니다.


실리콘밸리 기업들도 이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습니다. 지금은 통근 버스로 출퇴근을 시키지만, 이 추세가 계속된다면 본사를 실리콘밸리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옮겨야 할지 모릅니다. 뉴욕과 다른 대도시의 대기업도 젊은 인재를 유치하기 위해 본사를 도심으로 이전하고 있습니다.



이제 골목길에 대해 정리해 보면,

 

이렇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추가로, 제 글을 읽고 써 주신 블로거 한 분의 글귀가 와닿아 적어봅니다.


이제 우리가 할 일은 소중하고 가치 있는 골목길을 지키고 발전시키는 일입니다. 성공하는 골목길을 많이 만드는 것이 도시의 일입니다.


그렇다면 성공하는 골목길에 무엇이 있을까요?  

  





성공하는 골목상권의 핵심은 '장인 공동체'


문화 자원과 이를 통해 형성된 정체성이 뚜렷한, 다시 말해 문화가 준비된 (C-READI) 골목길이 성공하는 골목길입니다.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소상공인, 건물주, 지역활동가 등 모든 골목 주체가 장인 정신으로 골목 문화와 공동체 문화를 창출하는 골목길입니다.


장인 공동체의 조건, 즉 C-READI는 6가지 조건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22. 가로수길의 첫 가게 '블룸 앤 구테'입니다.


갤러리와 화방이 모여 있는 한산한 거리였던 가로수길이 2000년대 중반 새로운 카페거리로 부상한 것은 2004년 문을 연 ‘블룸 앤 구떼’ 덕분입니다.


유럽풍 노천카페를 연상시키는 이곳은 플로리스트와 파티셰인 두 친구가 의기투합하여 일구어낸 결과물입니다. 꽃과 차, 그리고 디저트를 함께 즐길 수 있는 신선하고 매력적인 콘셉트는 당시 여유와 휴식을 갈구하던 사람들에게 폭발적인 반응을 일으켰습니다.


‘블룸앤구떼’를 찾는 사람들로 가로수길이 유명세를 타기 시작하면서 ‘p532’, ‘듀크렘’ 등 이국적인 카페들이 속속 들어섰고, 그 결과 다채로운 가게들이 톡톡 튀는 개성을 뽐내며 가로수길의 성공을 이끌었습니다.  

   

다른 골목길의 시작도 비슷합니다. 홍대, 삼청동, 가로수길 등 다른 1세대 골목상권도 모두 풍부한 문화예술 자원을 기반으로 성장했습니다.  


문화자원이 장인 공동체의 첫 번째 조건입니다.




23. 도쿄 시민이 가장 살고 싶어 하는 도시, '기치조지'의 지도입니다.


저는 이곳을 젠트리피케이션 없는 완벽한 골목상권이라고 부릅니다.


기치조지의 매력은 무엇보다 활기찬 상권의 다양성입니다. 에도 시대를 연상케 하는 좁은 길의 상가, 전통시장, 고급 골목상권, 청년문화거리, 백화점과 쇼핑몰 등 풍부한 유형의 상권들은 고유의 개성을 간직한 채 공존합니다.


전문가들은 일본 골목상권이 각기 다른 정체성을 유지하는 이유를 전통적인 무라(村) 정신으로 설명합니다. 공동체의 룰을 어긴 자에 가해지는 집단적인 제재 양식에 의해 철저히 지켜지고, 그 결과로 강력한 공동체 의식과 사상의 일체화를 강조하는 집단주의 문화가 확고히 구축됩니다.


제가 주목하는 기치조지 경쟁력은 안정된 부동산 시장입니다. 1991년 버블이 터진 이후 지속된 부동산 침체는 구조적으로 젠트리피케이션이 발생하기 어려운 환경을 만들었습니다.


안정된 임대료가 장인 공동체의 두 번째 조건입니다.



24. 연희동 골목상권의 간판 상점, '사러가 쇼핑센터'입니다.


신선 먹거리 슈퍼마켓 사러가는 연희동에서 다수 고객을 흡인하는데 중심적인 역할을 하는 간판 상점(Anchor Store)입니다. 연희동 골목상권 생태계가 건강한 이유는 사러가를 비롯해 연희칼국수, 피터팬, 청송함흥냉면, 연희김밥 등 수십 년 연희동을 지킨 터줏대감이 많기 때문입니다.


거점 상점뿐만이 아닙니다. 성공한 골목상권에는 소상공인 창업, 감각 있는 건물의 신축, 지역 기반 비즈니스의 진입, 문화예술 시설에 대한 투자 등 다양한 유형의 기업가 활동이 활발한 지역입니다.  


활발한 기업가 활동이 장인 공동체의 세 번째 조건입니다.




25. 박원순 시장이 완성한 '서울로 7017'입니다.


저에게 서울로는 역 주변의 6개 동네를 도보로 연결하는 보행로입니다. 중앙역 서쪽 3개 지역은 상가와 수공업이 일부 들어선 낙후된 주택지이고, 동쪽 3개 지역은 고층 빌딩이 들어선 상업 지역입니다.


10차선 도로와 철길이 갈라놓은 여섯 개 지역을 걸어서 이동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합니다.

보행객이 없는 도시 거리는 사막과 진배없이 삭막합니다. 동부와 서부를 연결하는 유일한 통로는 고가도로입니다. 골목길은 걷기 좋은 길입니다. 걸어서 이동하지 어려운 지역은 골목상권으로 성장하기 어렵습니다.


내부 연결성만큼 외부 연결성도 중요합니다. 서울 시내 주요 골목상권도 모두 중심 상권에 인접하고 대중교통 접근성이 좋은 지역입니다.


뛰어난 내부, 외부 접근성이 성공한 골목상권의 네 번째 조건입니다.




26. 뉴욕의 대표적인 골목상권 '웨스트빌리지'입니다.


웨스트빌리지는 미국 도시 운동가 제인 제이콥스가 뉴욕의 무절제한 재개발을 저지한 장소입니다. 1950-1960년대 그가 싸우지 않았다면, 웨스트 빌리지, 그린위치 빌리지, 소호, 리틀 이태리 등 맨해튼 원도심 지역은 빌딩 숲이 돼있을 것입니다.


제이콥스는 저밀도 지역에서 문화와 공동체가 살아있는 이유를 공간 디자인에서 찾았습니다. 보행하기 편리한 골목길, 저밀도의 다양한 건물, 거리가 짧고 서로 연결된 블록 등 골목길 동네가 주민의 협력을 유도하고 삶의 질을 높이며 다양한 도시문화를 창조하는 것을 목격한 것입니다.


풍부한 골목 자원이 장인 공동체의 다섯 번째 조건입니다.  



27. 해리포터의 도시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입니다.


이 도시의 경관을 보십시오. 해리 포터와 어울리는 어둡고 종교적인 건축물과 외관을 갖고 있지 않나요?  


도시 전체가 중세의 무대로 느껴지는 것은 고딕 건축 양식이 19세기에 들어 대대적으로 다시 유행했기 때문입니다. 산업혁명으로 세계 최대 강국이 된 영국이 문화 정체성 강화를 위해 건축한 중세 종교 건축이 해리 포터 등 수많은 판타지 소설의 배경이 된 것입니다.


에든버러의 건축 정체성이 이야기 산업을 창출하듯이 정체성이 뚜렷한 골목상권은 매력적인 도시 문화와 공동체 문화를 창출합니다.


문화 정체성이 성공한 골목상권의 여섯 번째 조건입니다.



C-READI가 종합적으로 작용하는 곳은 다름 아닌 서울에 있습니다. 바로 제가 일하는 연세대 주변 지역입니다. 연세대 캠퍼스는 세 개의 상권으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동문, 정문, 서문(북문) 지역입니다.



28. 연세대 '동문 상권'의 지도입니다.


골목상권이 관광지가 되기 전인 1995년에 서울의 대표적인 골목상권이 어디냐고 물었다면, 필자는 연대 동문이라고 답했을 것입니다. 조용하고 고풍스러운 거리에서 다른 지역에서 보기 힘든 고급 한식당, 커피전문점, 프랑스 식당, 피자 전문점을 즐길 수 있었던 그곳은 당시 번잡한 일반 상권과 차별화된 오늘날 기준골목상권이었습니다.


그러나 20여 년이 지난 지금, 연대 동문은 그저 평범한 동네 상가입니다. 매력적인 모습이 일부 남아 있지만, 여행자가 찾아 올만큼 개성 있고 아기자기한 골목상권이 아닙니다. 2000년 중반 이후 연남동과 연희동 골목상권이 급격히 성장하는 동안 연대 동문은 조용히 자신의 1980년대 자리, 즉 관광객이 아닌 지역 주민이 주로 이용하는 동네상권으로 회귀했습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걸까요? 동문 지역은 마치 고립된 섬처럼 산(안산), 고가(봉원고가차로), 대형 건물(세브란스빌딩, 연세대와 이대 캠퍼스)로 둘러싸여 다른 지역의 유동인구가 넘어오기 힘듭니다. 빌딩 위주의 상가 구성은 아기자기한 골목 가계의 진입을 어렵게 만들었습니다.  


가장 큰 제약이 골목 자원의 부족입니다. 중심 도로인 성산로가 대형 고가와 이대 캠퍼스에 인접해 아기자기한 거리가 형성되기 어렵습니다. 성산로의 이면 도로인 300 미터 길이의 옌대동문길이 양쪽으로 상가가 조성될 수 있는 유일한 거리입니다.




29. 연세대 캠퍼스 서쪽, '서문 지역'의 지도입니다.


동문 지역과 달리 서문 지역인 연희동은 연남동, 홍대와 보도로 연결되어 있어 걸어서 접근하기에 용이합니다. 임대료가 저렴한 주거전용지역의 골목길은 작고 개성 있는 가게들이 입점하기 좋은 지역입니다. 서울에 몇 남지 않은 대규모 단독주택 지역으로 특유의 조용하고 우아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것 역시 장점으로 작용합니다.


정문 지역인 신촌은 구조적으로 '걷고 싶은 거리'와는 거리가 멉니다. 대중교통 전용지구 사업을 완성하면 달라질 수 있겠지만, 아직까지 이곳은 대형 매장과 프랜차이즈 가게, 좁은 골목과 자동차 길이 혼잡하게 얽혀 있는 전형적인 대로변 상권입니다.


이처럼 C-READI는 연세대 주변 3대 상권의 운명을 갈랐습니다. 서문 지역은 부상한 반면, 동문 지역은 몰락했고 정문 지역은 정체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연세대 삼국지의 미래는 어떨까요? 연희동이 계속 경쟁력을 유지할까요? 연희동의 미래는 서울 골목길의 미래와 유사합니다. 도시문화가 뚜렷한 지역만이 장기적으로 지속 가능합니다. 그렇다면 연희동이 선택해야 할 도시문화는 무엇일까요?


뉴욕에서 연희동의 미래를 찾아보겠습니다.



골목길의 미래



30. 뉴욕의 대표적인 상류사회 지역 '어퍼 이스트 사이드'의 미술관입니다.


현재 뉴욕 도시 문화는 3가지 조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어퍼 이스트 사이드(Upper East Side)가 대표하는 부르주아지, 윌리엄스버그(Williamsburg)가 상징하는 보헤미안, 웨스트 빌리지의 보보스(Bobos) 문화입니다.


부르주아지가 물질주의 문화라면, 보헤미안과 보보스는 탈물질주의 문화입니다. 물질주의는 근면, 성실, 규율, 조직력을 강조하는 산업사회 가치를 추구하는 반면, 탈물질주의는 삶의 질, 개성, 다양성을 강조합니다.


어퍼 이스트 사이드의 부르주아지는 한마디로 산업사회의 귀족입니다. 산업활동으로 부를 축적한 자본가들을 부르주아지로 통칭했습니다.




31. 뉴욕의 대표적인 보헤미안 지역 '브루클린 윌리엄스버그'입니다. 


산업사회에서 기성 부르주아지 문화에 대항한 문화가 보헤미안 문화입니다. "속세의 관습이나 규율 따위를 무시하고 방랑하면서 자유분방한 삶을 사는 시인이나 예술가"를 보헤미안이라칭합니다. 보헤미안 전통에 기반한 현대 도시 문화는 힙스터 문화입니다. 윌리엄스버그는 자타가 공인하는 힙스터 도시입니다.


힙스터는 1990년대 미국에서 시작된 새로운 대항문화를 추구합니다. 힙스터를 한마디로 정의하기는 어렵습니다. 주로 패션을 통해 드러나는 히피는 복장, 머리 모양 등 외모로 확실히 구별됩니다. 힙스터는 20~30대 나이에 빈티지나 재활용 옷을 즐겨 입는 사람입니다. 소비성향도 남다릅니다. 인디 음악, 카페, 허름한 바, 채식, 아날로그 레코드 등이 그들이 좋아하는 문화 상품입니다.




32. 뉴욕의 대표적인 보보스 지역 '웨스트 빌리지'입니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데이비드 브룩스(David Brooks)가 2000년 지적한 대로 미국 진보 진영의 신주류는 1990년대에 미국의 강남 좌파 격인 ‘보보스’로 교체됐습니다.


보보스는 보헤미안과 부르주아의 합성어로, 진보 가치를 추구하는 고소득 전문직 종사자를 뜻합니다. 한국적 맥락에서 보보스는 부자지만 부자처럼 살고 싶지 않은 사람들입니다.




33. 한국의 외국인 문화 중심지, '이태원'입니다.


뉴욕에는 없지만 아시아의 글로벌 도시에서 공통적으로 발견할 수 있는 지역이 외국인 지역입니다. 홍콩의 란콰이펑, 도쿄의 롯퐁기, 서울의 이태원이 외국인, 특히 전문직 외국인이 선호하는 도시문화의 중심지입니다. 도시문화 지역을 이렇게 부르주아지, 보헤미안, 보보스, 외국인 문화 지역으로 분류한다면, 연희동은 어디에 속할까요?


연희동을 예술가가 많이 사는 부자 동네로 규정한다면, 미래는 명확한 것 같습니다. 연희동은 서울의 대표적인 보보스 지역으로 발전해야 합니다.  


장인 공동체를 위해 정부는 무엇을 해야 할까요? 저는 골목상권 조성 등 정부가 특정 골목상권에 개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신 골목 산업 전체가 발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더 많은 소상공인 영웅을 위하여



34. 일본 가나자와시 '장인 대학'입니다.


일본은 이렇게 주요 도시에 장인 대학을 세워 그 지역 특색에 맞는 공방 공예 장인을 육성합니다. 가나자와 장인 대학의 특화 분야는 금박, 석공, 기와, 조경, 표구입니다. 고베의 장인 대학은 양복, 구두, 가구 장인을 육성합니다.


우리나라가 더 많은 골목상권을 원한다며 그곳을 채울 더 많은 골목 장인이 필요합니다. 골목 장인은 쉽게 육성할 수 있는 인재가 아닙니다. 일본처럼 학교에서부터 육성하고 장인 대학을 통해 장인에게 도제 교육을 받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전국 주요 도시에 지역 기반 장인 대학을 설립하는 것이 첫 번째 정책 제안입니다.




35. 용산 열정도를 기획한 '청년 장사꾼' 사무실입니다.


도제 교육을 받은 장인이 많아도 이들이 골목 스타, 골목 영웅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골목 스타 제조 기업이 필요합니다. K-Pop 스타가 기획사가 필요하듯이 골목 스타도 골목 장인 기획사가 필요합니다. 현재 골목 장인 육성은 주먹구구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지인과 손님의 도움을 받아 가게를 창업하는 것이 아직도 보편적인 골목 상인의 창업 방식입니다.


그래도 조금씩 변화하고 있습니다. 열정도 청년장사꾼, 장진우 기업 등 골목길 기획사가 학교를 운영 골목길 창업 인력을 배출합니다.  벤처캐피털과 같은 방식의 지원 기관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성수동에서 창업하는 음식점, 소품, 디자인 기업을 지원하는 카우앤도그, 루트임팩트와 같은 소셜벤처 지원 기관입니다.


소셜벤처 육성 모델을 일반 골목 업종으로 확대한다면 다른 문화산업에서 활동하는 기획사와 상응하는 기업이 골목 산업에도 진입하게 될 것입니다.


골목 장인 기획사 육성이 두 번째 정책 제안입니다.  





36. 올해의 관광도시로 선정된 '광주 양림동'입니다.


2016년 첫 시행된 올해의 관광도시 사업은 지자체 단위의 경쟁력 있는 사업을 발굴해 해당 도시를 관광명소로 키우는 것입니다. 잠재력이 큰 중소도시 3곳을 선정, 도시의 매력과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문화 콘텐츠 개발과 도시 컨설팅을 지원함으로써 지역 관광 활성화를 도모합니다.


현재 소규모로 진행되는 올해의 관광도시 사업을 주요 도시의 원도심을 확대해야 합니다. 도시재생 대상 원도심을 도시형 관광단지로 지정하고 상업시설, 문화시설을 지원해 원도심에 활력을 불러일으켜야 합니다. 관광정책을 담당하는 문화체육부는 이미 숙박시설, 음식점, 갤러리, 공방, 서점 등 여행자에게 중요한 골목 산업 업종을 대부분 지원하고 있습니다.  


관광정책으로 골목 산업을 지원하는 것이 세 번째 정책 제안입니다.




37. 광주 산수동 '쿡폴리'입니다.


제3차 광주폴리는 '도시의 일상성–맛과 멋'을 주제로 뷰(View)폴리, GD(GwangjuDutch)폴리, 쿡(Cook)폴리, 뻔뻔(FunPun)폴리, 미니(Mini)폴리 등 도시의 일상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작품으로 구성돼 있습니다.  


흥미롭게도 카페 ‘콩집’과 음식점 ‘청미장’이 입점한 2개의 건물로 구성된 쿡폴리는 한 사람의 작품이 아닙니다. v포머티브건축 고영성 소장이 광주시가 확보한 공폐가를 재생 건물로 설계했고, 서울 이태원 경리단길에서 ‘장진우거리’를 조성한 장진우 대표가 쿡폴리의 콘셉트와 콘텐츠를 제공했습니다. 실제 카페와 식당을 운영하는 기관은 지역 청년창업 협동조합입니다.


주요 도시에 골목길이 번성하려면 광주 쿡폴리와 같은 혁신적인 상업시설 유치 사업이 필요합니다. 대기업 공장을 유치하기 위해 온갖 정책 수단을 동원하지만, 장기적으로 지역 경제에 더 중요할 수 있는 서비스산업, 골목 산업 투자 유치에 대해서는 정부의 영역으로 인식하지 않습니다.


골목길에 앵커가 될 수 있는 상업시설을 유치하는 것이 네 번째 정책 제안입니다.




38. 홍대와 합정 지역의 스타트업과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홍합밸리'입니다.


서울의 대표적인 골목 기반 산업 생태계는 홍대 미디어 산업과 성수동 소셜벤처 산업입니다. 특히, 홍대는 예술과 문화 인프라를 기반으로 다운타운 라이프스타일을 향유할 수 있는 여건이 갖추어지면서 스타트업 생태계가 구축됐습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인근에서 일하고 생활하는 골목길 라이프스타일을 실천하고자 합니다.


홍대 문화가 산업 생태계로 전환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 기관은 지역의 자원을 연결해 혁신적인 스타트업, 문화, 소상공인 창업을 지원하는 홍합밸리입니다. 서울의 다른 지역이 도시산업 생태계의 구축을 원한다면 홍합밸리와 같은 능력 있는 지역활동가를 발굴해야 합니다.


구술도 꿰어야 보석이라는 말이 있죠. 어쩌면 우리 골목상권에 가장 필요한 인재는 지역 자원으로 지역산업을 개척하는 지역활동가일지 모릅니다.


도시산업을 개척하는 지역활동가 육성이 다섯 번째 정책제안입니다.



지금까지 골목길이 도시 미래에 왜 중요한지를 설명했습니다. 골목길은 국가 경제에도 중요합니다.



Big Picture



제가 그리는 'big picture'입니다. 골목길 부상의 배경에는 더 큰 메가 트렌드가 작동하고 있습니다. 탈물질주의 혁명이 그 트렌드입니다.




39. "나의 라이프스타일에 일본을 더하라"는 일본 정부의 관광 메시지입니다.


왜 우리 젊은이들이 일본에서 자신을 찾아야 하나요? 관광뿐만이 아닙니다. 창업 아이디어와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찾아 일본에 가고 일본 서적을 읽습니다. 사실 누굴 탓할 것 없습니다. 젊은 세대의 라이프스타일 욕구를 만족시키는 문화와 콘텐츠를 만들지 못하는 우리의 잘못이죠.


한국 기업은 24시간 편의점, 전자제품 할인마트, 비빔밥 패스트푸드를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라고 광고합니다. 젊은 세대가 원하는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기보다는 라이프스타일을 유행어로 이용하는 것에 그칩니다.




40. 일본과 한국의 '포스트모던 격차'를 보여주는 그림입니다.


일본은 자기표현 가치에서 북유럽 수준에 진입한 반면, 한국은 개도국 수준의 집단주의에 머물러 있습니다.  


조선일보 선우정 기자는 한일 격차를 이렇게 설명합니다. “한국 정부가 수도 이전과 대운하 건설 등 토목국가적 약속을 할 때, 일본 정부는 ‘문화국가’, ‘환경국가’로의 비전을 선보였다. 그 결과 일본은 지금 21세기 세계 산업을 끌어갈 환경기술의 90% 이상을 쏟아내고 있으며, 패션, 건축, 팝아트 등 상위 문화와 애니메이션, 게임, 캐릭터 등의 오락문화, 그리고 초밥, 가이세키, 라멘 등의 식(食) 문화를 골고루 아울러 ‘Cool Japan(멋진 일본)’이라는 세련된 국가 이미지를 구축하는 데 성공했다."



성공하는 라이프스타일러의 특성을 정리한 것입니다.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관을 실천해 나와 사회의 발전에 기여하는 라이프스타일러들은 일을 통해 삶을 만들어갑니다. 일이 곧 삶이고 삶이 일인 것이죠. 가슴 뛰는 일에 매진해 내 삶과 공동체의 건강한 발전을 주도하는 라이프스타일러. 이들의 성공은 어쩌면 당연한 일입니다.



공동체 정신을 가지고 지역의 개성을 강화시킨 곳은 어디일까요?


정체성 있는 라이프스타일러들이 모인 도시와 골목은 '트렌드 메이커 (trend maker)'입니다. 한국에서도 세계적인 트렌드를 선도할 '장소 기반성'이 강한 곳이 많아져야 합니다.




라이프스타일, 일, 공동체


영혼 있는 일을 사랑하는 공간에서 뜻이 맞는 이들과 함께 하세요. 탈물질주의 경제의 기회는 개개인의 가치가 극대화될 수 있는 장소 기반 협업에 달려 있습니다.




이 강연의 질문에 충분한 답을 드렸나요?


골목길에 사람이 다시 모이는 이유는 골목길이 자기표현의 장소, 라이프스타일 욕구만족시키는 장소이기 때문입니다.





2017년 12월 12일 페럼타워 강연  자료


2017년 12월 12일 페럼타워 강연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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