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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골목길 경제학자 Sep 15. 2018

소도시에 2박 3일 여행자를 유치하려면

지방 관광이 너무 좋아졌습니다. 문화재와 관광지 관리는 선진국 수준입니다. 다 여기 모이신 분들의 덕분입니다.


저는 연세대학교 국제학대학원에서 세계화를 연구하고 강의합니다. 그동안 세계화 패러다임은 Think Global, Act Local, 즉 세계적으로 사고하고 지역적으로 행동하는 것이었습니다. 세계시장을 겨냥한 상품을 개발하고 이 상품을 지역 환경에 맞게 파는 전략을 말합니다.


하지만 최근 패러다임이 바뀌고 있습니다. 저비용으로 대량생산이 가능한 디지털 시대의 경쟁력은 더 이상 가격과 품질이 아닙니다. 다른 기업이 모방할 수 없는 차별성, 즉 특이성(Singularity)이 중요해졌습니다.


기업은 이 특이성을 어디서 찾아야 할까요? 오랜 기간 형성된 지역 문화가 특이성을 제공하는 소재가 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디지털 시대의 세계화 전략은 Think Local, Act Global, 즉 지역 고유의 문화를 산업과 접목하여 다른 기업이 모방할 수 없는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개발하는 전략입니다.


이런 연유에서 지역 문화와 지역 발전에 대해 연구하기 시작했고 글로벌 대기업을 키운 세계의 작은 도시 이야기를 담은 <작은 도시 큰 기업>, 라이프스타일로 성공한 도시 이야기 <라이프스타일 도시>를 출판했습니다.


지역 문화에 기반한 산업을 찾는 것이 저의 일이 됐는데 지역 문화와 가장 직접적인 관련이 있는 산업이 관광산업입니다. 관광산업이 지역 문화를 파는 산업이기 때문입니다.


지역 산업을 전국화, 세계화하기 위해서는 우선 관광객을 대상으로 시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 점도 관광산업에 관심을 갖게 된 이유입니다.


오늘 드릴 이야기는 이미 아시는 내용일 것 같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성장하는 관광 분야는 도시관광입니다. 


자연이나 문화재를 구경하는 것을 넘어 그런 관광자원을 보유한 도시의 문화를 함께 즐기는 관광을 도시관광으로 이해합니다.


도시 인프라가 잘 구비된 큰 도시는 도시관광을 위해 크게 노력할 필요가 없습니다. 문제는 작은 도시입니다. 도시 문화 인프라가 작은 도시가 도시관광을 유치할 수 있을까요? 한국의 작은 도시에서 과연 2박 3일 가능할까요?


저의 결론은 '네'입니다. 저는 작은 도시에 적절한 규모의 골목상권을 조성하고 여기에 글로벌 관광객이 선호하는 상업시설을 유치하면 2박 3일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공주 원도심 여행 (포토 크레디트 봉황재 모던 한옥)


공주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백제유산의 유네스코 지정으로 도시관광을 활성화해야 하는 도시이기 때문입니다.


그다음 왜 작은 도시가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를 설명드리겠습니다. 작은 도시는 2박 3일 도시관광 코스를 개발할 수 있을 뿐 아니라 한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는 산업도 키울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주제가 도시관광입니다. 도시 관광지로 성공하기 위해 필요한 인프라가 무엇인지를 논의하겠습니다.

저는 상업시설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세 번째 주제로 상업시설 현황과 강화 방안을 설명드리겠습니다.


오늘 강연은 시작한 것과 같이 공주 이야기로 마치겠습니다.


 

과연 도시가 경쟁할 수 있을까?


글로벌 트렌드는 작은 도시에 유리합니다. 산업정책의 패러다임이 중앙중심에서 지역중심 성장으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지역중심 생산 체제에서는 도시도 경쟁할 수 있습니다. 모든 도시가 생산, 인재, 소비자가 집적할 수 있는 지역 단위의 혁신 생태계 구축하기 노력하기 때문입니다.


큰 도시도 작은 도시로 분할해야 할 상황이다. (최근 도요타는 대기업 관료주의를 극복하기 위해 7개 사내기업으로 조직 개편했다)


다른 나라에서는 글로벌 도시 경쟁에서 성공한 작은 도시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작은 도시 큰 기업>이 소개한 10개 기업도 작은 도시에서 창업하고 성장한 기업입니다.


이들 도시의 공통점은 무엇일까요? E-LOG입니다. 기업가 정신 entrepreneurship으로 매력적인 라이프스타일 lifestyle을 구축하고 개방적 openness이면서 세계화 globalization에 적극적인 도시입니다.



최근 미국 Atlantic 잡지는 성공하는 작은 도시의 비결을 이렇게 정리했습니다.



한국의 작은 도시도 부상하고 있습니다. 최근 살고 싶은 도시로 인기가 올라가는 도시는 서울이 아닙니다. 매력적인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는 제주, 부산, 전주, 강릉입니다.


그리고 이런 라이프스타일 도시가 새로운 지역 산업을 개척하고 있습니다. 제주의 화장품, 녹차, 전기차 산업이 이런 지역 라이프스타일 산업입니다.



공주 원도심 도보 투어를 운영하는 게스트하우스 봉황재모던한옥


작은 도시도 도시관광으로 성공할 수 있습니다.


관광객이 도시관광에서 찾는 관광자원이 뭘까요? 저는 걷고 싶은 거리, 지역 도시 문화, 그리고 편리함 이렇게 세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엄청난 규모의 시설은 대도시에서 찾지 소도시에서는 기대하지 않습니다.


걷고 싶은 거리는 걷기가 물리적으로 편하고, 그리고 볼거리, 살거리, 먹을거리가 많은 거리입니다. 걷고 싶은 거리를 만드는 것이 쉬울까요? 인구 2-3만의 도시라면 충분히 매력적인 다운타운을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보행로, 자전거길, 대중교통 중심의 콤팩트시티를 구축해야 합니다.


우리나라 도시에서는 원도심이 걷고 싶은 거리 조성에 적합한 지역입니다. 신도시에서는 도시 디자인 상 도시관광이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신도시 여의도를 보십시오. 건설한 지 40년이 지나서도 사람이 모이지 않은 도시입니다. 저녁이 되면 유령도시가 되죠.


취향과 특색, 그리고 문화를 팔아야 합니다. 취향 판매는 골목상권과 같은 환경에서만 가능합니다. 대형 쇼핑몰과 대기업 매장에서는 불가능합니다.


골목상권에도 연남동 세트가 있고, 신도시 세트가 있습니다. 특색 있는 독립 가게가 많은 상권이 연남동 세트고, 대기업 브랜드와 프랜차이즈가 많은 곳이 신도시 세트입니다.


도시관광으로 성공하기 위해서는 지역 술, 지역 음식, 지역 특산품 등 지역 특색과 문화를 판매하는 독립 가게가 많아야 합니다.


하지만 외국인과 외지 관광객에게는 신도시 세트/글로벌 세트도 중요합니다. 사람들은 도시관광에서 차별성과 편리성을 동시에 추구합니다. 편리성이란 외국 관광객이 기대하는 수준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가게와 시설이 주는 편리함을 의미합니다.


차별성과 편리성의 비율은 30:70이 적합합니다. 관광지 상권은 전 세계 어디에서나 필요한 시설이 70%, 그리고 그 지역에서만 접할 수 있는 문화를 판매하는 시설이 30% 이렇게 구성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이처럼 도시관광에 필요한 어매니티는 무형과 유형과 상관없이 보편성과 차별성의 조화를 이루면서 충분하게 공급돼야 합니다.



상업시설 포트폴리오를 구축할 수 있다.


우리나라 작은 도시는 아직도 상업시설이 열악합니다. 맛집 등 로컬 세트를 보유한 작은 도시는 존재하지만 글로벌 세트를 갖춘 작은 도시는 극소수에 불과합니다.


거의 모든 작은 도시는 로컬과 글로벌 브랜드를 동시에 확충해야 하는 상황입니다. 수도권과 부산을 제외한 지역은 글로벌과 로컬 세트 모두 부족합니다.



상업시설 상위권 지방도시를 보면, 맛집에서는 관광도시의 순위가 높습니다. 하지만 스타벅스와 맥도널드를 많이 유치한 도시는 대부분 수도권 도시입니다. 관광도시는 많지 않습니다.



주요 관광도시의 상업시설 현황도 흥미롭습니다. 전통 관광도시는 상대적으로 많은 맛집을 보유하고 있으나, 신흥 관광도시에는 맛집이 많지 않습니다.


전통 관광도시던, 신흥 관광도시던, 스타벅스와 맥도널드는 찾기 어렵습니다. 예외가 있다면 전주와 경주입니다. 젊은이들이 많이 찾는 관광도시입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상업시설을 유치할 수 있을까요. 


우선 상업시설 유치가 누구의 업무인지 질문하고 싶습니다. 현재 상업시설 유치는 누구의 업무도 아닙니다. 문화부는 관광지 개발과 관리, 지방정부는 하드웨어 중심의 도시 개발과 재생, 신도시 개발 부서는 신도시 상가 개발과 분양으로 자신의 업무를 한정합니다.


전통시장과 상점가 지원, 도시재생 앵커시설 설립과 운영자 유치, 관광특구, 문화지구, 관광호텔, 관광식당 지정 등 중앙 정부가 민간 사업자를 지원하는 정책 수단은 존재합니다.


그러나 지역 정부가 직접 스타벅스와 같이 지역 상권 활성화에 기여할 수 있는 브랜드를 유치하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외국인과 대기업 투자자에 주는 세제, 규제, 재정 혜택을 상업시설에게도 제공해야 합니다.


언제든지 떠날 수 있는 제조업과 하이테크 기업에게는 막대한 재정과 토지를 제공하면서, 청년의 삶의 질과 여행자의 편의에 중요한, 즉 장기적으로는 지역경제에 더 기여할 수 있는 창업과 창조 인재의 유치에 중요한 서비스업 기업은 지원하지 않는 논리는 어디에서 온건지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정부가 상업시설 유치에 소극적인 사이에 민간이 이 분야에 진출하기 시작했습니다. 한국을 대표하는 골목상권은 대부분 창업과 민간사업을 통해 조성됐습니다. 정부가 주도적으로 조성한 상권은 많지 않습니다.


아라리오 미술관 등 민간단체도 도시재생 사업을 하고 있고, 이들 기관의 도시재생 상업에는 상업시설 유치도 포함됩니다. 제주 아라리오 프로젝트는 상업시설을 직접 운영하기도 합니다.


현 단계에서 중요한 것은 상업시설 포트폴리오의 중요성을 인식하는 것입니다. 중요성을 인식하면 지방 정부가 지역 사회와 협력하여 상권 개발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많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공주 원도심 카페 수평선


공주 이야기로 돌아옵니다.


현재 공주에선 원도심 재생 사업이 한창입니다. 공산성과 산성시장에서 조금 떨어진 지역입니다. 제민천 주변이 원도심 지역인데 이 곳에서 새로운 도시 재생 사업이 진행되는 있습니다.


사진에서 보실 수 있듯이 재생 환경은 좋습니다. 골목길 자원이 풍부하고 무엇보다 원도심 곳곳에 근대문화 자원이 많습니다.


따라서 공산성-무열왕릉-한옥마을-수변공원으로 이어지는 관광지, 산성시장 중심의 재래시장, 원도심의 골목길 이렇게 세 지역을 묶어 군산에 상응하는 새로운 근대/역사문화 도시 관광지로 개발할 수 있습니다.



공주가 해야 할 일은 원도심 도로를 보다 걷기 편리한 거리로 만들고, 원도심 곳곳에 거리형 상업시설을 유치하는 일입니다.


제가 본 바로는 관광지와 원도심 재생 지역의 중간에 위치한 산성시장이 가장 큰 장애물입니다. 산성시장이 전통시장으로서 활력을 되찾아야 공주 도시 관광지 사업이 완성될 수 있습니다.


제가 공주시장이라면 도시관광 마스터플랜을 갖고 기업인을 만나 협상하겠습니다. 이미 예상하셨겠지만 제가 제일 처음 만날 사람은 스타벅스와 맥도널드 대표일 가능성이 큽니다.


감사합니다.



* 2016년 11월 문체부 지역관광정책 워크숍 강연

** 2020년 6월 28일 1차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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