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골목길 경제학자 Aug 22. 2018

골목길 경제와 앙트십을 갖춘 지역 장인들의 역할

오늘 드리고 싶은 이야기는,

창의적인 소상공인을 중심으로 새롭게 소상공인 창업생태계를 구축하고, 이를 골목상권에서 시작해야 한다.

입니다.



1. 왜 소상공인 앙트십인가?


왜 소상공인 생태계이냐고요?

새로운 대기업과 성장산업이 절실한 상황에서 소상공인에서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통로가 단절됐기 때문입니다.

2005년 이후 코스피 상장한 231개 기업 중 75개, 그러니까 상장 기업의 32.5 프로가 독립 기업입니다.

나머지는 대기업 계열사입니다.


 



2. 非벤처 투자기업이 다수인 미국의 기업생태계


미국은 어떨까요.

동일한 통계는 없지만 전통적인 기업 성장 통로가 한국보다는 훨씬 더 활발합니다.

미국 상장 기업 중 처음부터 대기업을 목표로 창업한 기업이 얼마나 될까요?

스탠포드 경영대학원 연구에 따르면, 1979년 이후 상장된 기업 중 43%만이 벤처캐피털 지원을 받은 밴처투자기업입니다.

나머지 57%는 자기 자본, 차입 등 전통적인 방식으로 성장한 기업입니다.




3. 소상공인, 다시 한국 앙트십의 주역이 돼야


따지고 보면 삼성, 현대, LG 등 한국의 대기업들도 대부분 소상공인으로 시작했습니다.

한국형 앙트십의 전형이 소상공인 앙트십인거죠.

그렇다면 한국 기업 생태계의 역동성 복원을 위해 소상공인 창업 생태계를 새롭게 구축해야 합니다.

창의적인 소상공인 기업이 많이 활동하고, 그 중에서 일부가 중소기업과 대기업으로 성장하는 역동적인 기업 생태계를 지향해야 합니다.

다양한 소상공인 생태계 구축방안 중에서 저는 장소 기반 (Place Based) 생태계를 주목합니다.

오늘은 장소 생태계 중 골목상권 생태계의 구축을 제안합니다.


 



4. 소상공인 앙트십과 창업 유형


소상공인 창업은 실리콘밸리 모델과 어떻게 다를까요?

실리콘밸리 창업 모델은 세계 시장을 목표로 하는 기술 기반 창업입니다.

그러나 모든 기업이 전국 또는 세계 시장을 목표로 창업하지 않습니다. 대부분의 소상공인은 로컬 시장을 목표로 창업합니다. 이 중 일부가 창업 후 전국 시장, 세계 시장으로 진출합니다.

독창적인 기술이 있어야만 창업하는 것도 아닙니다. 지역과 생활을 혁신하는 노하우가 경쟁력인 기업도 많습니다.

지역을 혁신하는 방법에는 두가지가 있습니다. 첫째, 지역의 문제를 해결하는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둘째, 다른 지역이 모방할 수 없는 비즈니스 모델입니다.

이렇게 핵심 경쟁력과 타켓 시장으로 창업 유형을 분류하면 총 6개의 유형을 도출할 수 있습니다.

나머지 5개 창업은 어떤 창업일까요? 놀랍게도 5개 모두 소상공인 창업 분야입니다.





5. 스타트업, 아티스트, 소상공인이 상생하는 창업생태계


현재 정부는 실리콘밸리 모델에 집중적으로 투자하고 있습니다.

스타트업, 예술가, 소상공인이 활발하게 창업하는 생태계를 원한다면, 인재 양성, 창업 보육, 창업 지원 전 단계에서 정부가 새로운 방식으로 창업생태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6. 왜 골목인가? 뜨는 상권은 모두 골목상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골목상권, 그리고 지방에서는 골목 지역인 원도심에서 소상공인 창업 생태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불경기에도 유독 골목상권만이 높은 성장세를 보이기 때문입니다.

최근 몇 년간 뜬 상권은 모두 골목상권이라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7. 골목상권이 떴으면 누군가는 졌을텐데


골목상권의 성장은 통계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BC카드 이용 데이터에 따르면, 2014-2016년 사이 성장률이 가장 높은 상권은 골목상권으로 15.4 프로 성장했습니다.

성장률이 가장 낮은 상권은 4.9 프로 성장에 그친 몰링 상권입니다.

우리나라도 다른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백화점과 대형 쇼핑몰이 쇠락하고 있습니다.





8. 골목상권이 주도하는 맛집 시장


모든 골목상권이 똑같이 성장할까요?

그건 아닙니다.

맛집 가이드 블루리본이 분류한 서울 상권 66개 중 15개(23%)가 골목상권입니다.

2012-2016년 사이 골목상권 판도가 바뀌었습니다. 압구정동, 삼청동, 가로수길은 맛집 수가 줄었고, 이태원과 홍대는 증가했습니다. 젠트리피케이션 피해를 피해간거죠.

연남/연희, 부암동, 성수동, 한남동 등은 새롭게 부상한 골목상권입니다.





9. 골목상권이 주도하는 도시관광


네, 골목상권은 계속 도시를 바꾸고 도시 문화를 창조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골목상권을 단순히 젊은 층의 소비 장소로만 인식한다는데 있습니다.

골목산업은 국내 관광산업 활성화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자산입니다.

2017년 뉴욕타임스가 국내 지방 도시로는 최초로 부산을 그 해에 꼭 방문해야 할 도시로 추천했는데요, 놀랍게도 부산의 많은 관광지 중 전포카페거리를 추천했습니다.

서면의 골목상권인 전포카페거리에서 부산 고유의 도시 문화를 체험할 수 있다는 것이 선정 이유입니다.





10. 창조산업을 촉진하는 골목상권


개성과 다양성, 그리고 체험을 위해 골목상권을 찾는 것은 우리나라 젊은이뿐만이 아닙니다.

전세계적으로 밀레니얼 세대는 부모 세대의 서버번 라이프스타일을 거부하고 다운타운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합니다.

대표적인 지역이 샌프란시스코입니다.

젊은이들이 샌프란시스코 도심을 선호하는 바람에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통근 버스를 운행하고, 새로운 기업은 아예 샌프란시스코에서 창업합니다.

북가주 하이테크산업의 중심이 실리콘밸리에서 샌프란시스코로 이동했습니다.

뉴욕, 보스턴, 유럽 도시도 마찬가지입니다. 밀레니얼은 한곳에서 살고, 즐기며, 일하는 다운타운 라이프스타일을 선호합니다.





11. 다운타운 기반으로 성장하는 창의적인 소상공인 산업


문화산업, 창조산업이 젊은이들이 좋아하는 골목산업을 따라가다 보니, 골목산업이 집중된 다운타운이 새로운 도시산업 생태계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골목산업 중심으로 문화산업, 창조산업 생태계가 형성되는 현상.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창조도시 모델입니다.  





12. Big Picture


도심에는 무엇이 있을까요? 다양하고 개성 있는 도시 문화를 창조하는 문화 발전소, 골목과 거리가 있습니다.

도시 문화를 창조해 인재와 기업을 유치하는 골목 지역은 미래 산업이 요구하는 신뢰, 연대, 공유, 문화를 창조하는 새로운 형태의 자본입니다.

저는 골목길의 산업적 가치를 골목길 자본론으로 표현합니다.




13. 서울 골목상권의 역사와 경험


골목상권이 미래 도시산업의 기반이 된다면 더 많은 골목상권을 육성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미 많은 지역 정부가 낙후 지역을 활성화하고 관광산업을 개발하기 위해 골목상권 조성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습니다.

골목상권 육성은 쉬운 일이 아닙니다. 건축가들은 골목 디자인이 도시 문화를 창출한다고 주장합니다. 전국 골목 지역 중 상권으로 뜬 지역이 몇 개 안되는 것을 보면 건축가의 주장이 항상 맞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예술가들은 예술가와 (순수) 문화예술 시설의 중요성을 강조합니다. 문화가 골목길 정체성에 중요한 요소인 것은 맞지만, 문화예술 시설 자체가 사람과 돈을 모으는 지는 좀 더 생각해야 합니다. 서초동 예술의 전당이 관람객을 모으기는 하지만 지역을 상권으로 만들지 못하는 이유를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서울 골목상권 역사를 보면 상권을 개척한 사람은 제가 첫 가게라 부르는 상인입니다.





14. 성공한 골목길에는 이것이 있다- 장인 공동체(C-READI)


2000년대 초반부터 창의적인 소상공인들이 문화 자원이 풍부하고 임대료가 싼 골목 지역에 첫 가게를 오픈하고, 이를 본 다른 상인들이 합류해 상권을 만듭니다.

이들 상권 중 일부가 접근성, 공간 디자인, 정체성을 유지하고 개선하면서 성공한 골목상권으로 자리잡습니다.

현재 자타가 공인하는 성공한 골목상권은 홍대와 이태원입니다.

홍대와 이태원의 성공 조건을 정리한 단어가 C-READI 입니다. 우연이지만 C-READI는 ‘문화가 준비돼야 성공할 수 있다’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15. C-READI로 분류한 국내외 골목길


C-READI는 6개 조건이지만, 세부 항목까지 포함하면 총 16개로 늘어납니다.

<골목길 자본론>은 16개 각 항목의 중요성을 설명한 국내외 사례를 소개합니다.

C-READI는 골목상권의 성공 조건이자, 특정 골목상권의 현재 상황과 과제를 진단할 수 있는 체크 리스트이기도 합니다.





16. 골목길의 산업화


앞으로 골목길을 조성하는 일은 더욱 어려워질 것입니다.

골목상권의 가치에 대한 인식이 확산되자, 많은 인재가 골목상권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아까 잠깐 언급한대로 현재 골목상권을 주도하는 기업인은 생계형 소상공인이 아닙니다. 스타트업 수준의 실력을 갖춘 창의적 소상공인 입니다.

원천 기술과 비즈니스 모델 개발 능력뿐만 아니라 공간 기획, 문화 기획 능력을 보유한 인재가 성공할 수 있습니다.





17. 글로벌 대기업 진출이 촉발한 골목의 전쟁


독립기업, 로컬숍만이 골목상권의 가치를 인식하는 것이 아닙니다.

한국 대기업도, 그리고 최근에는 글로벌 대기업도 오프라인 상권에 진출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비즈니스 모델로 지역 시장에 진출하는데 가장 빠른 행보를 보이는 기업이 스타벅스입니다.

언제인가부터 스타벅스 매장은 동네 매장을 표방합니다. 회원제를 운영하고 회의실을 임대하는 등 실질적으로 코워킹스페이스로 기능합니다.

에이스호텔은 커뮤니티 호텔을 표방합니다.

이들 대기업 모두 지역 상권의 앵커스토어, 쉽게 말하면 동네 사랑방이 되기 위해 노력합니다.  

위워크는 사랑방으로 만족하지 않습니다. 정부를 대신해 도시 자체를 운영하겠다고 합니다.





18. 독립 기업 김래원, 글로벌 대기업과 경쟁할 수 있을까?


그렇다면 정부는 골목상권의 조성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특정 상권의 재생과 개발에 직접 개입하는 것보다, 정부를 대신해 골목상권을 개척할 수 있는 골목 장인을 육성해야 합니다. 골목 장인은 드라마 흑기사 주인공 김래원이 말하는 착한 가게와 기획자가 아닙니다.

동네 전체를 기획하겠다는 야심 찬 사업가이어야 합니다.





19. 골목길/지역혁신 모델의 진화


다행히 골목상권이 부상한 이후 다양한 기업가가 골목상권을 기획하는 골목길 기획업에 진출했습니다.

여러분들이 잘 아시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1세대 모델입니다.

제 다음으로 발표하시는 홍주석 어반플레이 대표가 연남동에서 주민이 참여하는 공유 빌리지를 구축하는 2세대 기획자입니다.

골목형 쇼핑센터에 투자하는 자산운용사, 건설사, 컨설팅 기업이 3세대 기업입니다.

1, 2, 3 세대가 기업 주도형 모델이라면, 4세대는 민관 협력 모델입니다.





20. 4세대 골목지역혁신- 제주 원도심 창업생태계 구축 사업


대표적인 민관협력 모델이 제주 원도심 창업생태계 구축 사업입니다.   

창조경제혁신센터가 도시재생센터가 확보한 임대 공간에 입주할 사업자를 선정하고 보육하는 사업입니다.

이 모델이 혁신적인 이유는 참여 기업에 투자할 투자 회사와 이들을 6개월 훈련할 교육 기관이 파트너로 참여한다는 점입니다.





21. 골목길 자본론이 제안한 소상공인 창업생태계 육성 방안


앞으로 더 많은 기업이 골목길 기획업에 참여할 것입니다.

정부가 해야 할 일은 골목길 창업과 기획에 유리한 환경을 조성하는 일입니다.

<골목길 자본론>은 정부 과제로서 장인대학, 장인기획사, 도시관광단지, 지역기반 산업생태계를 제안합니다.




22. 장인대학 구성요소


현재 상황에서 제일 시급한 과제는 유능한 골목길 창업자와 기획자를 육성할 장인대학의 설립입니다.

전국 227 기초 단체가 지역 특색에 적합한 골목산업을 선정하고 이 분야에서 창업할 인재를 육성할 장인대학을 설립하고 운영한다면, 장인대학 졸업생을 중심으로 새로운 소상공인 창업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제주와 강원에서 장인대학 모델을 벤치마크한 새로운 교육 프로그램이 시작된 것은 고무적인 현상입니다.




골목상권이 주는 창업 기회, 그리고 골목상권이 주는 소상공인 생태계 구축 기회는 결국 미래 세대의 라이프스타일에서 비롯된 기회입니다.

제가 라이프스타일에서 미래를 찾는 이유입니다.


* 2018년 8월 22일 제5차 앙트십 코리아 컨퍼런스 발표 자료입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라이프스타일에서 찾는 도시의 미래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