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베이징의 상가에서 마주한 QR코드 하나는 수많은 질문을 던졌다. 단순해 보이는 이 코드 하나가 어떻게 거대한 디지털 생태계의 관문이 되는지, 중국의 크리에이터들은 왜 이토록 다양한 플랫폼을 넘나드는지, 그리고 그 속에서 어떻게 새로운 기회를 발견하는지. 만나통신사와 세하나의 '베이징 커머스 인사이트 트립'은 이런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여정이었다.
크리에이터 중산층 문제를 탐구하는 나에게 중요한 질문은 "숏폼 플랫폼이 롱폼보다 크리에이터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하는가"이다. 이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는 크리에이터 셀러들의 숏폼 커머스 수익에 대한 체계적인 통계가 필요하다. 하지만 숏폼 커머스로 통합된 오프라인 매장, 이를 활용하는 크리에이터의 활동 방식을 관찰하면서, 그 가능성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었다.
전통 커머스와 관심 커머스의 구분
베이징의 숏폼 커머스 시장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커머스의 두 가지 유형을 구분할 필요가 있다. 전통 커머스는 쿠팡, 티몬, 네이버스토어처럼 명확한 구매 목적을 가지고 방문하는 플랫폼이다. 사용자는 특정 제품을 검색하고 가격을 비교하며 구매를 결정한다. 선형적 과정은 '검색→발견→구매'로 표현딜 수 있다.
반면 관심 커머스는 유튜브 쇼츠, 틱톡처럼 스크롤하며 콘텐츠를 소비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상품을 발견하게 되는 플랫폼이다. 여기서는 구매가 목적이 아닌 결과가 된다. 특히 숏폼 콘텐츠와 결합하면서 관심 커머스는 새로운 형태의 소비 경험을 만들어내고 있다.
숏폼이 주도하는 관심 커머스는 '발견→관심→더 많은 발견→구매'라는 순환적 경험을 제공한다. 틱톡의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몇 초간 보여준 관심을 기반으로 관련 콘텐츠를 연이어 노출시키며, 잠재적 관심사를 구체화하고 구매로 연결한다. 이는 특히 틈새시장의 크리에이터들에게 유리하다.
숏폼과 롱폼의 차이
숏폼의 강점은 낮은 진입장벽, AI 알고리즘을 통한 우연한 발견, 그리고 공적 트래픽에서 사적 트래픽으로의 전환 가능성으로 요약된다. 제작이 쉽고 빠르며 실험할 수 있는 환경은 크리에이터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열어준다. 틱톡의 알고리즘은 사용자가 특정 콘텐츠에 잠깐의 관심만 보여도 관련 콘텐츠를 집중적으로 노출시켜 잠재적 관심을 구체적 소비로 연결한다.
롱폼 콘텐츠는 심층적이고 세부적인 정보를 전달하는 데 강점을 가진다.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에서 크리에이터는 제품 리뷰, 사용 가이드, 데모를 상세히 다룰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소비자는 더 깊은 이해를 얻을 수 있다. 롱폼 플랫폼은 광고 수익과 협찬을 통해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제공한다. 하지만 제작에 시간이 많이 소요되며, 초기 노출에서 숏폼만큼 빠르게 대규모 청중에 도달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숏폼은 빠른 반응과 넓은 도달 범위가 장점이며, 롱폼은 신뢰와 충성도를 바탕으로 한 장기적 관계 구축에 강점이 있다. 이 둘은 서로 상호 보완적인 특성을 가지며, 전략적 결합이 필요하다.
커머스 플랫폼의 유형
전통과 관심 커머스, 그리고 쇼폼과 롱폼의 선택에 따라 다양한 커머스 플랫폼의 유형이 존재할 수 있다. 이를 표로 표시하면 다음과 같다.
롱폼-전통 커머스에 해당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은 사용자가 명확한 필요를 검색하고 빠르게 제품을 구매하도록 돕는다. 유튜브 쇼핑도 심층적인 콘텐츠를 통해 제품 정보를 전달하며, 충성도 높은 소비자 기반을 구축하는 데 효과적이다. 반면, 롱폼-관심 커머스에 해당하는 틱톡 라이브는 긴 포맷과 알고리즘 기반 추천이 결합되어 소비자 관심과 구매를 연결한다. 숏폼-관심 커머스는 틱톡이 대표적이다. 짧고 강렬한 콘텐츠를 통해 사용자가 잠재적 관심사를 발견하고 이를 구체화할 수 있도록 돕는다. 숏폼-전통 커머스는 현재 명확한 예가 없으므로 공백으로 남겨두었다.
라이브 커머스는 실시간 소통이라는 점에서 롱폼의 특성을 가지면서도, 짧은 순간의 집중도와 즉각적 반응을 유도한다는 점에서 숏폼의 특성도 함께 지닌다. 유튜브는 롱폼, 숏폼(쇼츠), 라이브를 모두 제공하는 복합 플랫폼으로 진화했으며, 틱톡 역시 숏폼을 중심으로 하되 라이브 서비스를 통해 서비스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
숏폼 커머스의 현장 경험
온-오프라인 커머스를 통합하는 숏폼의 핵심 연결고리는 QR코드다. 각 매장의 입구에는 QR코드가 준비되어 있었고, 이를 스캔하는 순간 고객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온라인으로 진입하면 공적 트래픽에서 사적 트래픽으로 이동하는 경험을 하게 됐다. 틱톡이나 콰이쇼우 같은 대형 플랫폼을 통해 매장을 발견한 고객이 위챗 그룹으로 이동해 더 깊은 관계를 형성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이 과정을 트래픽 전환의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틱톡, 타오바오와 같은 거대 플랫폼이 만드는 공적 트래픽은 위챗과 같은 친밀한 네트워크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핵심 고객층으로 발전한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통제 가능하고 반복 사용에도 비용 효율적인 사적 트래픽 영역이 지속가능한 수익 창출의 핵심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것이다.
오프라인 매장의 역할도 변화한다. 베이징의 매장들은 더 이상 단순한 판매 공간이 아니었다. 그곳은 콘텐츠를 만드는 스튜디오이자, 라이브 커머스의 무대이며, 동시에 커뮤니티의 거점이었다. 매장 곳곳에 설치된 조명과 촬영 장비는 이제 필수적인 비즈니스 도구였다. "매장은 이제 상품을 파는 곳이 아니라, 이야기를 만드는 곳"이라는 한 크리에이터의 말이 깊이 와닿았다.
현장 크리에이터들의 활동 방식 역시 인상적이었다. 그들은 더 이상 단일 채널에 머무르지 않았다. 숏폼으로 시작해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이어지고 오프라인 매장과 연결되는 유기적인 흐름을 만들어냈다. 이 과정에서 AI 알고리즘은 '우연한 발견'을 만들어내는 강력한 도구였다. 사용자가 특정 콘텐츠에 잠시 관심을 보이면 연관된 콘텐츠가 물밀듯이 제공되며 자연스러운 발견과 연결이 이루어졌다.
라이브 커머스는 크리에이터들이 자주 활용하는 포맷으로, 위에서 언급한 바와 같이 숏폼과 롱폼의 경계를 넘나드는 하이브리드적인 특성을 지니고 있다. 실시간으로 시청자와 소통하며 즉각적인 구매 결정을 유도하는 라이브 커머스는 숏폼 콘텐츠로 재활용될 수 있는 짧은 클립이나 이벤트성 하이라이트를 통해 빠른 반응을 이끌어낸다. 동시에 긴 시간 동안 제품의 세부적인 특징을 설명하거나 데모를 제공하면서 시청자와 심층적으로 소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롱폼의 강점도 갖추고 있다. 충성도 높은 시청자를 확보하고 장기적인 신뢰를 구축하는 데 매우 유리한 방식이다.
우리가 목격한 것은 각 플랫폼의 특성을 정확히 이해하고 이를 유기적으로 연결하는 새로운 형태의 비즈니스였다. 우리가 방문한 매장들은 더 이상 고객이 특정 제품을 찾아오기를 기다리지 않았다. 대신 숏폼을 통해 자연스러운 관심을 유도하고, 이를 실제 구매로 연결하는 새로운 방식을 채택하고 있었다. "이제는 손님이 찾아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손님의 관심을 찾아가는 시대"라는 한 매장 주인의 말이 이런 변화를 잘 설명해준다.
결국 "숏폼이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한다"는 주장은 새로운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그것은 단순한 콘텐츠 플랫폼의 차이가 아니라, 디지털과 물리적 공간을 아우르는 통합적 경험을 창출할 수 있는 가능성의 차이다. 이제 '어떤 플랫폼이 더 많은 기회를 주는가'라는 질문은 '어떻게 다양한 플랫폼의 특성을 이해하고 활용할 것인가'라는 질문으로 진화해야 한다. 베이징의 사례가 보여주듯, 미래의 성공은 이러한 통합적 시각과 전략적 접근에 달려 있을 것이다.
크리에이터(Creator): 디지털 플랫폼을 활용해 콘텐츠를 제작하고, 이를 기반으로 소비자와 소통하며 창의성을 발휘하는 사람.
크리에이터 셀러(Creator Seller): 콘텐츠 제작자로서의 역할을 넘어, 플랫폼과 트래픽 전략을 통해 판매를 직접 연결하고 비즈니스 성과를 창출하는 사람.
공적 트래픽(Public Traffic): 대중적이고 개방된 플랫폼(예: 틱톡, 콰이쇼우)에서 발생하는 유입 및 관심 흐름. 초기 접점을 형성하는 데 유리하다.
사적 트래픽(Private Traffic): 개인화된 플랫폼(예: 위챗 그룹)에서 발생하는 유입 및 관계 흐름. 소비자와의 신뢰 기반 관계를 구축하는 데 중점을 둔다.
숏폼 플랫폼(Short-form Platform): 짧고 간결한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예: 틱톡, 콰이쇼우). 빠른 도달 범위와 소비자 유입에 강점이 있다.
롱폼 플랫폼(Long-form Platform): 심층적인 동영상 콘텐츠를 제공하는 플랫폼(예: 유튜브). 몰입과 정보를 전달하는 데 효과적이다.
라이브 커머스(Live Commerce): 실시간으로 제품을 소개하고 소비자와 소통하며 구매를 유도하는 콘텐츠. 숏폼과 롱폼의 하이브리드적 특성을 지닌다.
관심 커머스(Interest Commerce): 소비자의 관심사를 기반으로 한 즉각적이고 개인화된 상거래 방식.
하이퍼로컬 커머스(Hyperlocal Commerce): 특정 지역을 중심으로 디지털과 물리적 공간을 연결하여 소비자와 소통하고 상거래를 진행하는 비즈니스 모델.
AI 알고리즘(AI Algorithm): 사용자의 콘텐츠 소비 패턴을 분석하고, 연관된 콘텐츠를 제안하여 몰입과 참여를 유도하는 기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