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도시는 하나의 중심지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다수의 자립적이고 매력적인 동네들이 도시의 활력을 분산·공유하는 도시 모델이다. 파리의 까르티에, 베를린의 키츠, 포틀랜드의 네이버후드, 벌링턴의 워드 등 성공하는 도시들은 각각 독특한 정체성과 경제적 활력을 가진 동네들의 수평적 네트워크로 발전하고 있다. 이들 도시에서는 더 이상 하나의 중심가가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는다. 대신 수십 개의 동네들이 각자의 색깔과 경쟁력을 가지고 도시 전체를 이끌어간다.
그러나 모든 도시가 동네 도시로 출발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모두 단중심 도시로 출발했다. 하나의 궁궐이나 시장, 항구를 중심으로 형성된 전통적인 도시 구조였다. 시간이 흐르며 도시가 팽창하고 사회경제 구조가 변화함에 따라, 일부 도시는 필연적으로 ‘단일 중심’의 한계를 넘어서기 시작했고, 그 결과 동네 중심의 다핵도시 모델로 전환했다.
특히 파리는 19세기 오스만의 도시 계획을 통해, 베를린은 20세기 분단과 재통일 과정을 통해, 포틀랜드는 시민 참여형 도시 계획을 통해 각기 다른 방식으로 동네 중심 도시로 변모했다. 동네 도시는 특히 1970년대 이후 탈산업화 과정에서 더욱 확산되었다. 제조업이 쇠퇴하고 서비스업과 창조산업이 부상하면서, 도시들은 문화와 생활의 질을 중시하는 새로운 경제 모델을 찾게 되었고, 이 과정에서 문화 생산지로서 동네의 역할이 결정적으로 중요해졌다.
동네 중심 도시로의 전환은 도시 규모와 무관하게 나타나는 현상이다. 이를 보여주기 위해 이 책은 메가시티인 파리, 중간 규모 도시인 베를린과 포틀랜드, 소도시인 벌링턴을 사이즈별로 선정하여 이들이 어떻게 동네 중심 도시로 변화했는지 살펴본다. 각 도시는 서로 다른 역사적 배경과 문화적 조건 속에서도 공통적으로 동네의 자율성과 다양성을 키워왔으며, 이것이 바로 21세기 도시 경쟁력의 핵심임을 보여준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서울을 다룬다. 서울은 아직 완전히 탈중심화된 도시는 아니지만, 세계 주요 도시와는 다른 독자적인 방식으로 ‘동네 도시’의 길을 걷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의 창조지구들은 문화가 아닌 상권 중심에서 시작되었고, 자생적 크리에이터 생태계를 통해 독특한 도시경제 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탈산업화 시대를 맞아 도시들은 단일 중심의 오피스 지구 대신, 문화와 창의성을 바탕으로 한 다양한 동네들이 도시 전체의 경쟁력을 만들어내는 새로운 모델을 찾고 있다. 이 책은 다섯 개 도시를 직접 걸으며 그 거리에서 벌어지는 경제 활동을 관찰하고, 동네가 어떻게 도시의 미래를 결정하는지 탐구한다. 궁극적으로 이 책은 동네 도시가 단순한 도시 계획의 한 방식이 아니라, 21세기 도시가 살아남고 번영하기 위한 필수적 조건임을 보여주고자 한다.
중심에서 동네로: 도시 경제 혁명
20개 아롱디스망과 까르티에: 파리의 동네 경제 지도
왕의 수도에서 수평적 도시로: 오스만과 상업 혁명
문화 산업 동네들: 각 구역의 경제적 특화
대도시 안의 마을 경제: 파리 까르티에의 상업 생태계
파리의 교훈: 계획된 동네 경제의 성공
12개 베치르케와 키츠: 베를린의 경제 지리
분단과 재통일: 위기가 만든 동네 산업의 다양성
키츠 경제: 공동체 기반 상업 모델
점거지에서 창업 허브까지: 대안 공간의 경제적 진화
베를린 모델: 문화와 공동체가 이끄는 로컬 경제
95개 네이버후드: 포틀랜드의 분산형 경제 구조
산업 지역에서 창작 경제로: 포틀랜드의 경제 변신
로컬 퍼스트 경제: 독립 비즈니스가 만드는 동네 부
지속가능 경제: 환경이 만드는 새로운 산업
포틀랜드식 경제: 상향식 도시 경제의 실천
워드와 네이버후드: 벌링턴의 소규모 경제 구조
호수에서 메인 스트리트까지: 지리가 만드는 경제 공간
소도시 창조경제: 규모의 한계를 넘는 혁신
대학과 동네 경제: 캠퍼스가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
소규모의 경제 교훈: 벌링턴이 보여주는 지속가능한 성장
골목상권: 서울 창조지구의 독특한 경제 지리
크리에이터 경제: 소상공인이 만드는 동네 산업
건축과 창조 경제의 만남: 공간이 만드는 비즈니스
C-READI 모델: 서울 동네 경제 성공의 공식
서울의 교훈: 크리에이터 주도형 동네 경제로 가는 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