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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동네 도시

동네 역할 변화에 대한 이해와 대응

by 골목길 경제학자

동네 역할 변화에 대한 이해와 대응


현대 사회에서 동네의 역할은 두 가지 차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첫째는 개인-가족-동네-도시-국가라는 5개 주체 분업구조에서 동네가 담당해야 할 생활 공동체로서의 역할이다. 둘째는 탈산업화와 디지털 경제의 확산으로 새롭게 부상하는 혁신 생태계로서의 동네 역할이다.


여기서 말하는 동네는 도보나 자전거로 15분 이내에 두루 살펴볼 수 있는 근린 단위를 의미한다. 행정구역상의 동과는 다른 개념으로, 일상적 보행권 내에서 거주, 업무, 여가, 소비가 이루어지는 생활 단위다. 물리적으로는 몇 개의 블록에서 수십 개의 블록 규모이며, 인구는 수천 명에서 수만 명 정도의 적정 규모를 갖는다.


최근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15분 도시, 생활권 도시, 직주 근접, 직주락(職住樂) 통합, 다운타운 라이프스타일, 힙스터 지구 등의 도시 트렌드는 모두 삶의 질과 창조성을 중시하는 탈산업화 사회의 특성을 반영한 동네 지향 현상을 보여준다


과거 산업사회에서 동네는 주로 개인과 가족을 보완하는 생활 공동체의 기능을 담당했다. 그러나 21세기 들어 서비스업과 창조산업이 경제의 중심이 되면서, 동네는 단순한 거주공간을 넘어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혁신 생태계로 변모하고 있다.


생활 공동체로서의 동네 역할

동네의 생활 공동체 기능은 개인과 가족이 감당하기 어려운 일들을 해결하면서도, 도시나 국가 차원에서는 비효율적인 세밀한 문제들을 다루는 중간조직으로서의 역할에 집중되어 있다. 경제적 영역에서 동네는 소상공인 생태계 육성과 보호를 통한 지역순환경제의 구축을 담당한다. 전통시장과 골목상권의 특색 있는 발전을 도모하고, 공동구매와 품앗이 같은 협동경제를 조직화하며, 지역 특성에 맞는 소규모 일자리를 창출하고 매칭하는 것이 그 핵심이다. 이는 대규모 산업정책이나 거시경제 관리와는 구별되는 동네만의 고유 영역으로, '작지만 지속가능한 경제'의 토대를 만드는 역할이다.


사회적 영역에서 동네는 상호부조와 사회통합의 1차 안전망 역할을 한다. 독거노인, 장애인, 한부모가정 등 취약계층에 대한 일상적 관심과 지원, 층간소음이나 주차 갈등 같은 일상적 분쟁의 중재, 다문화가정과의 사회통합 촉진이 그 예다. 동네는 전문적 치료나 법적 해결이 필요한 사안을 상위 기관에 연계하는 동시에, '예방과 조기개입'에 특화된 사회적 안전망 역할을 담당한다. 마을축제나 동네 운동회를 통한 공동체 의식 형성, 동네 역사와 문화의 발굴과 보존도 이러한 사회통합 기능의 구체적 실현이다.


정치적 영역에서 동네는 참여민주주의의 실험장 역할을 한다. 개인 차원의 정치적 관심을 조직화하여 집단적 목소리로 만들고, 동네 현안에 대한 주민총회나 토론회를 통해 직접민주주의 경험을 제공한다. 마을 만들기나 골목길 개선 등에 대한 주민 의사결정 참여, 예산 편성과 집행 과정에서의 주민 감시와 참여가 그 내용이다. 이는 정당정치나 국정 운영과는 구별되는 '민주주의 학습과 실천의 장'으로서의 기능이다.


문화적 영역에서 동네는 생활문화와 정체성의 거점 역할을 한다. 가족 내에서만 전수되기 어려운 문화적 경험을 제공하며, 동네 도서관, 문화센터, 마을회관 등 문화 인프라 운영을 통한 생활문화 활동 기반을 조성한다. 동네 역사와 인물, 전설 등 스토리 발굴과 기록을 통한 지역 고유문화의 발굴과 계승, 성인 대상 교양 강좌나 기술 교육, 독서모임이나 스터디 그룹 같은 자발적 학습 조직 지원을 통해 평생학습 기회를 제공한다. 이는 전문적 예술교육이나 고급문화와는 구별되는 '생활 속 문화'의 토대를 만드는 역할에 집중한다.


이러한 생활 공동체로서의 동네는 안정성과 지속성을 중시한다. 주민들 간의 신뢰 관계 구축, 전통과 관습의 유지, 점진적이고 합의 기반의 변화를 추구한다. 공동체의 결속력과 소속감, 상호 부조의 정신이 핵심 가치이며, 외부의 급격한 변화보다는 내부의 안정적 발전을 우선시한다.


혁신 생태계로서의 동네 역할

탈산업화 사회에서 동네는 혁신 생태계로서 완전히 새로운 의미를 갖게 되었다. 과거 산업사회에서는 대규모 공장과 기업 본사가 경제의 중심이었고, 동네는 단순한 거주공간이었다. 그러나 서비스업과 창조산업이 경제의 주축이 되면서, 동네 자체가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단위로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변화의 핵심은 생산과 소비, 일과 생활의 경계가 모호해진 데 있다. 카페에서 일하는 프리랜서, 집을 사무실로 쓰는 스타트업 창업자, 자신의 삶 자체가 콘텐츠가 되는 크리에이터들에게 일터와 생활공간의 구분은 의미가 없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직업(職), 거주(住), 여가(樂)가 통합된 복합적 생활공간으로서의 동네다. 창의산업의 특성상 기업 간, 개인 간 교류와 협업이 핵심 경쟁력이 되었고, 제인 제이콥스가 강조했던 것처럼 우연한 만남과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의 교차는 혁신의 원동력이다. 이런 교류는 도시 전체가 아닌, 걸어서 다닐 수 있는 동네 단위에서 가장 활발하게 일어난다.


세계적인 창조산업 클러스터들을 살펴보면, 그 핵심에는 항상 걸어서 돌아볼 수 있는 동네가 있다. 런던의 쇼디치는 영국 창조산업의 메카이지만 이스트런던의 작은 동네에 불과하다. 이곳에는 패션 디자이너, 광고 크리에이터, 아티스트들이 모여 살면서 끊임없이 협업하고 있다. 뉴욕의 소호는 전 세계 패션과 아트의 중심지지만 실상은 몇 개 블록 규모의 작은 지역이다. 베를린의 프렌츨라우어 베르크는 유럽 스타트업과 창조산업의 허브로 주목받지만 도보로 둘러볼 수 있는 동네 규모다. 이곳에는 카페, 코워킹 스페이스, 갤러리, 스타트업 사무실이 한 블록 안에 밀집해 있어 창작자들의 일상적 만남과 협업이 활발하다. 도쿄의 시부야는 일본 패션과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중심지이지만, 실제 혁신이 일어나는 곳은 몇 개의 골목길로 이루어진 작은 구역이다.


한국에서도 홍대, 성수동, 이태원 같은 동네들이 창의적 기업가들의 요람이 되어왔다. 이들 지역은 단순한 상권이 아니라 독특한 문화적 정체성과 창의적 에너지가 집약된 생태계다. 성수동의 경우 과거 제조업 지역이었던 공간이 패션, 디자인, F&B 창업가들의 근거지로 변모하면서 '성수동 감성'이라는 고유한 브랜드를 만들어냈다. 이러한 혁신 동네들의 공통점은 복합 용도, 적절한 밀도, 다양한 건물의 혼합, 보행 친화적 환경이다. 제인 제이콥스가 60년 전에 제시한 원칙들이 오늘날 혁신 생태계의 핵심 조건으로 재확인되고 있는 것이다.


혁신 생태계로서의 동네는 전통적인 산업단지와는 완전히 다른 경제적 특성을 보인다. 첫째, 디지털 경제 시대에는 물리적 자본보다 사회적, 문화적 자본이 경쟁력의 원천이 된다. 특정 동네의 분위기, 정체성, 스토리 자체가 브랜드 가치가 되어 경쟁력을 만들어낸다. '성수동에서 탄생한' 패션 브랜드, '북촌에서 시작된' 전통 공예품이 프리미엄을 갖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둘째, 혁신 동네는 자족형 생태계의 특성을 갖는다. 과거처럼 대도시의 인프라에 일방적으로 의존하는 것이 아니라, 내부에서 고유한 문화적 가치와 지식을 생산하고 순환시키는 능력을 갖추고 있다. 셋째, 혁신 동네의 경제는 네트워크 기반이다. 개별 기업들의 단순한 집합이 아니라, 창업가, 투자자, 전문가, 서비스 제공자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생태계를 형성한다.


혁신 생태계로서의 동네는 변화와 실험을 중시한다. 새로운 아이디어의 지속적 유입, 외부와의 활발한 교류, 기존 틀을 깨는 파괴적 혁신을 추구한다. 창의성과 다양성, 개방성과 실험 정신이 핵심 가치이며, 안정성보다는 역동성과 가능성을 중요하게 여긴다.


이러한 변화의 결과로 등장한 것이 '동네 도시' 모델이다. 하나의 중심지가 모든 것을 지배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다수의 자립적이고 매력적인 동네들이 도시의 활력을 분산하고 공유하는 도시 모델이다. 파리의 까르티에, 베를린의 키츠, 포틀랜드의 네이버후드 등 성공하는 도시들은 각각 독특한 정체성과 경제적 활력을 가진 동네들의 수평적 네트워크로 발전하고 있다. 동네 도시에서는 더 이상 하나의 중심가가 모든 것을 결정하지 않는다. 대신 수십 개의 동네들이 각자의 색깔과 경쟁력을 가지고 도시 전체를 이끌어간다.


생활 공동체와 혁신 생태계의 통합

21세기 동네는 생활 공동체 기능과 혁신 생태계 기능이라는 이중 구조를 갖는다. 이 두 기능은 서로 대립하는 것이 아니라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할 수 있다. 생활 공동체가 제공하는 안정성과 신뢰는 혁신 생태계의 토대가 되고, 혁신 생태계가 만들어내는 활력과 자원은 생활 공동체를 더욱 풍요롭게 만든다.


근접성은 여전히 동네의 핵심 장점이다. 얼굴을 아는 관계에서 가능한 신뢰와 협력, 일상적 접촉을 통한 문제의 조기 발견과 해결, 개별적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지원은 생활 공동체 기능과 혁신 생태계 기능 모두에서 중요하다. 사회적 안전망에서든 창업 네트워킹에서든, 물리적 근접성이 만드는 신뢰와 협력은 대체 불가능한 가치다. 적정 규모의 효율성 역시 마찬가지다. 너무 크지도 작지도 않은 적정 규모에서의 의사결정, 실험과 시행착오가 가능한 안전한 공간 제공, 성공 모델의 다른 동네로의 확산 가능성은 사회적 혁신과 경제적 혁신 모두에서 중요한 조건이다. 동네는 새로운 아이디어와 실험이 안전하게 시도될 수 있는 '리빙랩'의 역할을 한다.


흥미로운 점은 생활 공동체 기능과 혁신 생태계 기능이 서로 상호 보완적으로 작동한다는 것이다. 강한 사회적 유대와 공동체 의식을 가진 동네일수록 경제적 혁신도 활발하게 일어난다. 상호 신뢰와 협력의 사회적 자본이 창업과 사업 협력의 토대가 되기 때문이다. 반대로 경제적으로 활력 있는 동네는 사회적 문제 해결 능력도 높다. 경제적 자원과 네트워크가 풍부할수록 취약계층 지원이나 사회통합 프로그램을 더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다. 성수동이나 홍대 같은 창조지구에서 사회적 기업이나 공익 활동이 활발한 것도 이러한 상호 보완 효과의 결과다.


문화적 정체성 역시 두 기능을 연결하는 핵심 고리다. 동네만의 독특한 문화와 스토리는 주민들의 소속감과 자긍심을 높이는 동시에, 경제적 브랜드 가치로도 작용한다. 이태원의 다문화적 정체성, 북촌의 전통문화, 성수동의 산업유산은 모두 사회적 통합과 경제적 혁신을 동시에 지원하는 문화적 자원이다.


물론 동네에는 명확한 한계도 있다. 복잡한 문제에 대한 전문적 해결 능력 부족, 제한된 재정과 인력으로 인한 지속가능성 문제, 동네 이기주의나 배타성으로 인한 부작용 가능성이 그것이다. 특히 혁신 생태계로서 기능할 때는 전문 인력과 자본, 글로벌 네트워크에 대한 접근성이 중요한데, 이는 동네 단독으로는 확보하기 어려운 자원들이다.


따라서 상위 단위와의 연계가 필수적이다. 동네 차원에서 해결할 수 없는 구조적 문제는 도시와 국가로 전달하고, 전문적 서비스나 대규모 인프라는 상위 단위와 연계하며, 동네 간 불균형 문제는 더 큰 단위에서 조정해야 한다. 혁신 동네들도 대도시의 인프라, 인재 풀, 교통망 같은 광역 자원에 의존한다.


중요한 것은 이러한 연계가 동네의 자율성을 훼손하지 않는 방식으로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이다. 상위 단위는 동네가 스스로 해결할 수 있는 영역에는 개입하지 말고, 동네가 요청하는 지원을 제공하는 보완적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동네 도시 모델에서는 개별 동네의 경쟁력도 중요하지만, 동네 간 네트워크와 상호 학습이 더욱 중요하다. 성공한 동네의 모델이 다른 동네로 확산되고, 각 동네의 특색 있는 실험들이 서로 교류되어야 도시 전체의 혁신 역량이 강화된다.


이를 위해서는 동네 간 정보 공유 플랫폼, 상호 방문과 교류 프로그램, 공동 프로젝트 추진 등이 필요하다. 또한 각 동네가 경쟁 관계가 아닌 상호 보완 관계로 발전할 수 있도록 차별화된 특화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서울의 경우 홍대의 음악과 클럽문화, 성수동의 패션과 디자인, 이태원의 다문화와 외식업, 강남의 IT와 금융이 각각 다른 영역에서 특화되면서도 서로 연결되어 시너지를 만들어내고 있다. 이러한 동네 간 네트워크가 서울을 아시아의 창조도시로 만드는 핵심 동력이다.


혁신 생태계 형성의 현실적 한계와 정책 방향

그러나 급속한 혁신 생태계 성장은 생활 공동체 환경을 훼손할 수 있다. 가장 대표적인 문제가 젠트리피케이션이다. 동네가 혁신 생태계로 주목받기 시작하면 외부 자본과 새로운 인구가 유입되면서 임대료와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상승한다. 이 과정에서 기존 주민들과 소상공인들이 내몰리게 되고, 오랫동안 형성된 생활 공동체의 토대가 파괴된다.


오버투어리즘 문제도 심각하다. 혁신 동네로 주목받으면서 관광객과 방문객이 급증하게 되고, 이들을 대상으로 한 상업시설이 기존의 생활 편의시설을 대체하기 시작한다. 또한 과도한 방문객으로 인해 소음, 쓰레기, 교통 혼잡 등 거주 환경이 급격히 악화되는 문제도 발생한다.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생활 공동체와 혁신 생태계의 통합을 위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하다.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는 용도규제 강화를 통한 상업지역의 물리적 분리다. 동네 내에서 전통적인 생활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업지역과 관광업 및 혁신 생태계를 지원하는 상업지역을 명확히 구분하여 배치하여 기존 주민들의 생활권을 보호하면서도 새로운 경제적 기회를 창출하는 것이다


두 번째 문제는 혁신 생태계에 대한 정부 투자 문제다. 모든 동네가 혁신 생태계로 성장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혁신 생태계 형성을 위해서는 대중교통 접근성, 기존 문화자원의 축적, 창조계층을 수용할 수 있는 건축환경 등의 기본 조건이 갖춰져야 한다. 이러한 조건을 보유한 일부 동네에서만 혁신 생태계로의 성장이 가능하다.


현재 한국의 지역 상황에서 혁신 생태계로 육성할 수 있는 소지역은 문화지구 대상지, 대학 캠퍼스타운, 군청 소재지, 국립공원 입구마을, 자연과 문화자원을 보유한 농어산촌 마을 등이다. 이들 지역은 이미 일정 수준의 접근성과 문화적 토대를 갖추고 있어 창조산업이나 관광산업을 중심으로 한 혁신 생태계 조성이 가능하다.


반면 대부분의 대도시와 소도시 동네는 여전히 생활 공동체로서의 기능에 집중해야 하며, 이를 위한 정부 투자가 필요하다. 이들 지역은 혁신 생태계보다는 기본적인 생활 인프라 구축과 전통적인 생활 공동체 기능 강화에 투자 우선순위를 두어야 한다. 무분별한 혁신 생태계 조성 시도는 오히려 자원 낭비와 지역 갈등만 초래할 수 있다.


생활 공동체와 혁신 생태계의 조화

현대 사회에서 동네의 역할은 생활 공동체에서 혁신 생태계로 확장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역할 교체가 아니라, 두 기능이 상호 보완하며 공존하는 새로운 형태의 동네 모델을 의미한다. 산업사회에서 탈산업화 사회로 전환되면서, 경제활동의 중심이 대규모 공장과 기업 본사에서 작은 동네로 이동하고 있다.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물리적 제약이 줄어들면서, 오히려 면대면 접촉과 일상적 교류의 가치가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그러나 아직도 많은 정책 입안자들과 도시계획가들은 메가시티나 광역권 같은 거대 담론에 매몰되어 있다. 진정한 혁신이 일어나는 곳이 도보로 둘러볼 수 있는 작은 동네라는 사실을 간과하고 있다. 동네 역할의 재정립을 위해서는 기존의 도시정책과 지역정책의 근본적 재검토가 필요하다. 동네의 자치권과 자율성을 보장하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하고, 동네 단위의 통합적 접근을 통해 경제, 사회, 문화, 교육이 통합된 동네 종합정책을 수립하며, 동네 간 네트워크와 상호 학습을 지원하는 플랫폼을 구축해야 한다.


앞으로 동네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지역 단위 에너지 전환, 고령화 사회에 대응하는 돌봄 공동체 구축, 디지털 경제 시대의 창조산업 육성 등 21세기의 주요 과제들은 모두 동네 단위에서 해결책을 찾아야 하는 문제들이다. 특히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원격근무와 생활 반경 축소로 인해 동네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되고 있다. 15분 도시 개념이 전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것도 이러한 변화의 반영이다.


건강한 사회는 건강한 동네에서 시작된다. 동네가 생활 공동체 기능과 혁신 생태계 기능을 균형 있게 수행할 때, 개인의 고립은 방지되고, 가족의 부담은 덜어지며, 도시와 국가 정책의 실효성은 높아진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동네를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다. 동네를 사회적 안정과 경제적 혁신이 동시에 일어나는 창조적 공간으로 인식하고, 이를 뒷받침하는 새로운 정책과 제도를 만들어가야 한다. 진정한 혁신은 항상 가까운 곳, 일상 속에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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