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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티브 잡스가 언제 장사를 배웠나

by 골목길 경제학자

스티브 잡스가 언제 장사를 배웠나


최근 불거지는 자영업 위기에 대한 논의를 듣고 있자면 과연 우리가 자유시장 경제에 살고 있는지 의문이 든다. 자영업 '정상화'를 위한 다양한 대안을 모색하는 것에는 공감하지만, 충분한 준비 없이 창업하는 자영업자들이 자영업 공급 과잉을 초래한다며 자영업 위기의 원인을 자영업자의 창업 선택에 있다는 주장은 부당하다. 퇴직자와 노년층의 자영업 진입을 저지하기 위해 자격증, 교육 훈련 등 창업 기준을 높이자는 주장도 나온다.


이런 주장을 들으면 의문이 생긴다. 과연 기존 기업인 중 창업이나 비즈니스 교육 등 그들이 말하는 창업 준비 과정을 거친 사람이 얼마나 될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애플의 공동 창업자이자 혁신의 아이콘인 스티브 잡스다. 그가 실리콘 밸리의 전설이 되기 전, 어느 비즈니스 스쿨에서 '장사'를 배웠다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성공의 열쇠 : 아이디어 · 열정 · 현장경험

아마 그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잡스는 공식 비즈니스 교육을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대학 중퇴생이었다. 단 한 학기만 다닌 리드 대학을 그만둔 후, 그는 자신의 비전, 혁신에 대한 열정, 그리고 사용자 경험에 대한 깊은 이해를 바탕으로 세상을 바꾸는 기업을 일구어 냈다. 잡스의 창업 과정은 우리에게 많은 것을 시사한다. 그는 친구인 스티브 워즈니악과 함께 부모님의 차고에서 '애플 1'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들은 전문적인 비즈니스 지식이나 자본 없이, 오직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열정만으로 시작했다.


정규 창업 교육 없이 성공한 창업 스토리는 실리콘 밸리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의 성심당을 보자. 대전의 작은 빵집에서 시작한 성심당은 이제 대기업보다 더 많은 수익을 올리는 기업으로 성장했다. 임길진 창업주는 밀가루 두 포대로 1956년 성심당을 창업했다. 그는 '좋은 재료'로 '정직하게' 만든 빵으로 고객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이는 지금도 성심당의 핵심 가치이다. 이 역시 전문적인 경영 교육이 아닌, 현장에서의 경험과 고객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이룬 성공이다.


자영업자의 사업자 자질에 대한 비판은 창업 후에도 이어진다. 정부의 자영업 지원도 자영업 경영 지도 성격의 교육 프로그램이 많고, 이런 수요를 충족하는 자영업 전문가도 늘어나고 있다. 자영업 전문가들의 공통적인 메시지는 장사의 기술이다. 하지만 장사의 진정한 전문가는 누구인가? 바로 현장에서 매일 고객을 만나고, 시장의 변화를 온몸으로 느끼며 사업을 영위하는 자영업자들이다. 애플과 성심당이 그랬듯이, 그들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혁신을 이뤄내고 있다.


자영업, 정말 위기인가?

자영업 구조조정 논의의 기본 가정은 자영업의 예외성이다. 다른 분야보다 더 부실하고 불안정하다는 것이다. 과연 이러한 자영업 예외론이 정당할까? 주요 통계를 보면 자영업이 다른 기업 분야보다 특별히 더 열악하다고 보기 어렵다.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9월 말 기준 대출 연체율 통계에 따르면, 개인사업자, 즉 자영업자의 대출 연체율은 0.46%로, 중소기업 전체 연체율 0.49%보다 약간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23.0% 수준에 그친다는 자영업의 5년 생존율도 스타트업에 비해 예외적으로 낮다고 보기 어렵다. 2023년 6월 대한상공회의소 보고서에 따르면 스타트업 5년 생존율은 29.2%이다. 혁신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스타트업도 5년 후에는 70% 이상이 문을 닫는다.


2023년 자영업에 위기가 왔다면, 그 원인은 자영업 그 자체보다는 전 산업에 영향을 미치는 높은 금리와 불경기에서 찾는 것이 합리적이다. 고금리로 인한 이자 부담 증가와 소비 위축으로 인한 매출 감소는 자영업자뿐만 아니라 중소기업, 대기업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


낮은 생존율이 반드시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이는 시장의 역동성을 보여주는 지표이기도 하다. 비효율적인 사업체가 퇴출되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진 사업체가 진입하는 과정은 경제의 건강한 순환의 일부이다. 언론은 2023년 폐업한 자영업자가 90만 명에 이른다고 보도하지만, 그보다 많은 사람이 새로 자영업을 창업한 사실은 언급하지 않는다. 자영업이나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경험은 다음 도전을 위한 귀중한 자산이 된다. 이러한 경험의 축적은 통계에 반영되지 않지만, 전체 경제의 경쟁력 향상에 기여한다.


동네문화 크리에이터

따라서 우리는 '자영업 위기를 자영업자의 책임으로 돌리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보다 균형 잡힌 시각으로 경제 상황을 바라볼 필요가 있다. 자영업자들의 어려움을 인지하고 지원하는 것은 중요하지만, 동시에 그들의 잠재력과 가치를 재평가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 특히 강조하고 싶은 것은 자영업의 가치다. 자영업은 단순히 개인의 생계수단이 아니다. 그들은 동네를 돌아가게 하는 필수 업종이자, 동네 문화를 창출하는 크리에이터이다. 동네 빵집, 카페, 서점, 식당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지역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다. 이들이 없다면 우리의 동네는 얼마나 삭막해질까? 자영업자들은 지역 경제의 근간을 이루며, 그들의 존재 자체가 지역 사회에 중요한 가치를 제공한다.


한편으로 AI 시대의 도래와 함께 새로운 형태의 자영업도 주목해야 한다. 디지털 1인 기업, 공간과 콘텐츠를 결합한 비즈니스, 콘텐츠 상권, 크리에이터 타운 등은 자영업의 미래 가능성을 보여준다. 크리에이터 경제에 관심을 보이고 참여하는 청년층에서 볼 수 있듯이,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이런 크리에이터 중심의 자영업 경제에서 기회를 찾을 것이다.


결론적으로, 자영업은 지역 경제의 근간이자 지역 문화의 원천이다. 이러한 자영업의 가치를 인식하고 지원하는 것이 진정한 자영업 정상화의 길이다. 이를 위해 단기적으로는 금리, 최저임금, 임대료, 배달료 등 자영업 경영 환경을 악화시키는 정부와 플랫폼의 정책을 개선해야 한다. 장기적으로는 자영업자의 혁신 능력과 사회적 가치를 인정하고, 그들이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생태계를 조성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할 것이다. 이러한 노력을 통해 자영업 위기를 극복하고, 더욱 활력 있는 지역 경제와 풍요로운 지역 문화를 만들어갈 수 있을 것이다.


#직장인우월주의


출처: 소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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