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사회과학 연구

by 골목길 경제학자

AI와 사회과학 연구


AI의 등장은 사회과학 연구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고 있다. 전통적으로 연구는 아이디어 발굴부터 최종 완성까지 모든 과정이 연속적이고 통합적인 작업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AI는 이러한 연구 과정을 세분화하고, 각 단계별로 차별화된 도구와 방법론을 제공함으로써 사회과학자들의 연구 생산성과 표현력을 획기적으로 향상하고 있다.


특히 문제해결 관점에서 볼 때, AI는 단순한 편의 도구를 넘어서 연구자의 사고 과정 자체를 재구성하는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사회과학자들이 복잡한 아이디어를 더 효율적으로 구조화하고, 데이터 기반의 통찰을 더욱 명확하게 전달하며, 궁극적으로 연구의 비효율성을 줄이는 데 크게 기여한다.


하지만 AI가 사회과학 연구에 정확히 어떤 도움을 주는지는 더 많은 분석이 필요한 영역이다. 현재까지의 경험을 토대로 몇 가지 패턴들을 확인할 수 있다.


일반적인 논의 현황: 질문력과 프롬프팅의 중요성

현재 학계와 연구 커뮤니티에서는 "질문력이 좋고 프롬프팅(prompting)을 잘하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이러한 관점은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정확하고 구체적인 질문을 던지는 능력과, AI의 특성을 이해한 명령어 작성 기술이 핵심이라고 주장한다. 많은 워크숍과 교육 프로그램이 이러한 기술적 접근법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연구자들 사이에서도 프롬프트 엔지니어링(prompt engineering)이 새로운 필수 역량으로 인식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접근법이 과연 사회과학 연구의 본질적 가치와 부합하는지에 대해서는 비판적 검토가 필요하다. AI 활용 맥락에서 말하는 '질문력'은 주로 명확하고 구체적인 프롬프트를 구성해 원하는 출력을 끌어내는 기술적 능력을 가리킨다.


사회과학 연구 설계에서 프롬프팅은 무엇을 의미할까? 연구 전체 단계를 관통하는 프롬프팅은 연구자가 탐색하고자 하는 주제의 방향을 잡고, 그에 따른 논리적 구조를 미리 구상하는 데 도움을 주는 도구로 이해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연구의 초기 단계에서 설정하는 목차나 분석 흐름을 구체화하는 과정이 이에 해당한다.


그러나 질문과 구조 설정은 연구의 중간 단계다. 즉, 연구의 구체적인 성과를 도출하기 위한 프롬프팅은 연구가 답하고자 하는 질문, 이에 대한 가설을 설정한 다음에야 가능한다. 더욱이 사회과학 연구는 아이디어를 제시하는 것과 더불어 그것을 논리적으로 입증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전 과정을 포함하는 작업이다.


사회과학 연구 3단계 적용의 필요성

AI와 사회과학 연구의 관계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사회과학 연구를 문제 발굴, 해결책 도출과 검증, 아이디어 전달의 3단계로 나누어 살펴봐야 한다. 1단계 문제 발굴은 학문적으로 의미 있는 사회현상을 발견하는 것이다. 2단계 해결책 도출은 1단계에서 발견한 질문에 대한 가설을 세우고 이를 체계적으로 검증하는 과정이다. 3단계 아이디어 전달은 발견한 통찰을 독자가 이해할 수 있는 형태로 번역하는 작업이다.


각 단계가 요구하는 능력은 근본적으로 다르다. 문제 발굴은 연구자의 직관과 학문적 감각에 크게 의존한다. 해결책 도출은 이론적 분석력과 논리적 추론 능력이 중심이 되며, 아이디어 전달은 복잡한 내용을 명확하고 설득력 있게 표현하는 커뮤니케이션 역량이 관건이다. AI의 기여도를 평가할 때 이러한 단계별 특성을 무시하고 뭉뚱그려 접근하는 것은 현실을 왜곡할 수 있다.


실제로 AI는 문제 발굴과 해결책 도출 단계에서는 제한된 역할만 수행할 수 있다. 이 두 단계는 기존 이론에 대한 깊은 이해와 현실에 대한 감각, 그리고 연구자의 고유한 문제의식이 결합되어야 가능한 작업이기 때문이다. 박사과정이나 컨설팅 교육에서 반복적으로 강조하는 것도 바로 이 점이다.


가설은 반드시 연구자의 머릿속에서 나와야 한다.

물론 AI는 이 과정에서 방대한 문헌을 빠르게 검색하고, 관련 데이터 트렌드를 요약하며, 다양한 아이디어의 키워드를 제안하는 등 간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지만, 궁극적으로 새로운 문제 정의나 독창적인 가설 수립은 인간 연구자의 몫이다.


많은 사람들이 연구의 본질을 오해하는데, 연구는 가설을 찾는 작업이 아니라 머릿속에서 도출한 가설을 체계적으로 입증하는 과정이다. AI는 기존 데이터와 문헌을 정리하거나 참고 자료를 제공하고 제시된 가설을 검증하는 데는 유용하지만, 새로운 문제를 정의하거나 독창적인 해석을 제시하는 핵심 작업에서는 아직 본질적인 기여를 하기 어렵다. 결국 창의적 통찰과 비판적 사고는 여전히 인간 연구자의 고유 영역이다. 그렇다면 AI는 글쓰기 과정의 어디에서 가장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까?


AI의 핵심 기여 영역과 효율성 분석

AI가 사회과학 연구에서 진짜 힘을 발휘하는 지점은 생각보다 명확하다. 바로 아이디어를 전달하는 단계다. 가설 검증 단계에서도 AI가 체계적인 분석을 빠른 시간에 제공하지만, 복잡한 사회과학 개념을 누구나 이해할 수 있는 말로 풀어내고, 뒤죽박죽 섞인 생각들을 논리적 순서로 정리하며, 문장 하나하나를 다듬어 가독성을 높이는 작업에서 정말 놀라운 능력을 보인다. 예전에는 좋은 아이디어가 있어도 그걸 제대로 표현하지 못해서 묻히는 일이 부지기수였는데, 이제는 그런 걱정을 상당 부분 덜 수 있게 됐다.


필자의 지도 교수가 논문 작성의 시간 배분을 발견(문제 발굴, 가설 설정) 30%와 정리(아이디어 전달) 70%로 지도한 것을 보면, 커뮤니케이션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다.


AI의 도움으로 커뮤니케이션 문제를 상당 부분 해결할 수 있다면, 연구의 시간은 얼마나 단축할 수 있을까? AI의 도움 정도는 주제가 새로운지 익숙한지에 따라 확연히 갈린다. 사회과학자에게 새로운 주제는 보통 학술논문이고, 기존 주제는 신문 칼럼 같은 글이다.


새로운 주제의 논문에 도전할 때는 전체 글쓰기 시간의 최소 50%를 절감할 수 있다. 발견 단계에서는 큰 도움을 받지 못하지만, 발견한 내용을 검증하고 정리하는 데에는 상당한 시간을 단축할 수 있다. 과거에 3개월을 발견에, 7개월을 정리에 투입했다면, 지금은 발견 2개월, 정리 2개월이면 가능하다. 가설 검증의 난이도에 따라 발견 단계를 더 줄일 수도 있다.


신문 칼럼의 경우, 저자가 익숙한 주제를 신문 독자에게 맞게 정리하는 작업이다. 아이디어 전달이 '연구'의 거의 전부를 차지한다. 이 경우 프롬프팅을 통해 80% 이상 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과거에 10시간 소비했다면 지금은 2시간이면 가능하다.


이런 효율성에는 조건이 따른다. 무엇보다 연구자 자신이 해당 분야에 대한 탄탄한 기초 지식과 데이터를 갖고 있어야 한다. 신문 칼럼의 경우에도, 관련 주제에 대한 저자의 논리와 데이터를 AI에게 제공해야만, AI가 정확한 내용으로 칼럼을 정리할 수 있다. 이론과 데이터가 부족한 상태에서 AI에만 의존하면, 내용이 피상적이거나 심한 경우 표절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AI는 전문가가 쓰는 도구일 뿐, 전문가를 대신해 주는 마법의 지팡이가 아니라는 걸 잊으면 안 된다.


결론: AI와 사회과학 연구의 미래

AI는 사회과학 연구에 혁신적 변화를 가져오고 있지만, 그 효과는 조건부이며 단계별로 차별화되어 나타난다. 단순히 "좋은 질문과 프롬프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으며, 연구자의 전문성과 경험이 AI 활용의 성패를 좌우한다.


그렇다면 사회과학자가 AI를 제대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바로 기록이다. 자신의 이론적 관점과 사회 현상에 대한 관찰을 가능한 한 많이 기록해야 한다.


AI에게는 저자가 평소 사용하는 키워드도 중요한 정보다. 굳이 자세히 설명하지 않아도, 이론과 현상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 자체가 AI에게 필요한 이론과 데이터를 공급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결국 AI는 연구자가 축적한 지적 자산을 바탕으로 작동하는 도구인 셈이다.


앞으로 사회과학자들은 A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면서도 학술적 엄밀성과 창의적 통찰력을 유지하는 균형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 사회과학 교육 과정에서는 AI 도구 활용법과 함께 비판적 사고, 문제 해결 능력, 그리고 윤리적 활용에 대한 교육이 더욱 강화되어야 할 것이다. AI는 사회과학 연구의 새로운 가능성을 열어주는 도구이지만, 그 가능성을 실현하는 것은 여전히 연구자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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