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노동자는 AI에 저항하지 않는가?

by 골목길 경제학자

왜 노동자는 AI에 저항하지 않는가?


AI가 이미 대량 해고를 초래하고 있다. IBM은 7,800명을 해고하며 향후 AI로 대체 가능한 직무의 신규 채용을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메타, 구글, 아마존 등 빅테크 기업들의 대규모 해고 뒤에는 AI 자동화가 자리 잡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AI 챗봇이 고객서비스 직원들을 빠르게 대체하고 있고, 미디어 산업에서는 AI 기사 작성이 기자들의 일자리를 위협하고 있다.


하지만 노동자들의 저항은 놀랍도록 조용하다. 19세기 러다이트 운동부터 20세기 자동화 반대 파업까지, 과거 기술 혁신마다 격렬한 저항이 있었던 것과는 극명한 대조다. 2023년 홀리우드 파업이 AI 자동화에 맞선 거의 유일한 조직적 저항이었다는 사실이 이를 잘 보여준다.


홀리우드의 외로운 저항

2023년 5월부터 11월까지 미국 작가조합(WGA)과 배우조합(SAG-AFTRA)은 AI 사용에 대한 가이드라인 확립을 요구하며 동시 파업에 돌입했다. 이들의 핵심 우려는 명확했다. 스튜디오들이 AI를 사용해 작가 없이 대본을 작성하고, 배우들의 얼굴과 목소리를 디지털로 복제해 "영원히" 사용하려 한다는 것이었다.


특히 배경 배우들의 위기감은 절실했다. 하루 187달러를 받는 이들은 스캔 한 번으로 AI가 자신들을 영구히 복제할 수 있다는 현실에 직면했다. "내 이미지를 마음대로 조작할 수 있다면, 왜 나를 다시 고용하겠는가?"라는 한 배경 배우의 말이 AI 시대 노동자의 딜레마를 압축한다.


결국 조합들은 승리했다. AI 사용에 대한 동의와 보상 체계를 확립했고, 스튜디오들의 무제한 AI 활용을 저지했다. 하지만 이런 성공 사례는 예외적이었다.


비행동의 8가지 이유

그렇다면 왜 다른 산업의 노동자들은 저항하지 않는가?


점진적 침투의 함정: AI는 과거 기계와 달리 눈에 보이지 않는다. 공장에 거대한 기계가 들어오는 것과 달리, 소프트웨어 형태로 조용히 침투한다. 노동자들이 위험을 인식할 때는 이미 늦은 경우가 많다.


개인적 혜택의 덫: ChatGPT로 이메일을 쓰고 AI로 프레젠테이션을 만드는 등 즉각적 편의가 장기적 위험 인식을 마비시킨다. 19세기 선반이 초기에 노동자의 능력을 확장시켰던 것처럼, AI도 현재는 개인 생산성을 높여주는 도구로 인식된다.


조직 구조의 변화: 전통적인 대규모 공장 집적지가 사라지고 분산된 서비스업이 늘어났다. 화이트칼라 노동자들은 물리적으로 흩어져 있어 집단행동을 조직하기 어렵다.


불확실성의 마비: AI가 언제 어떤 일자리를 어떻게 위협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구체적 저항 목표를 설정하기 힘들어 개별적 적응을 선택하게 된다.


선제적 관리: 기업과 정부가 AI 윤리 가이드라인, 재교육 프로그램 등으로 갈등을 사전에 무마하려 노력한다. 과거처럼 일방적 도입이 아닌 점진적 적응을 유도한다.


이데올로기적 포섭: AI가 '혁신'과 '미래'의 상징으로 포장되면서 저항이 '진보에 대한 반대'로 여겨진다. 이는 저항 세력의 정당성을 약화시킨다.


반기술 운동의 주변화: 기술 비판이 테드 카진스키(유나바머) 같은 극단적 반문명주의나 환경 테러리즘과 연결되면서, 합리적인 기술 규제 요구마저 비현실적 이념으로 치부되는 경향이 있다. 극단적 투쟁으로 가는 반기술 운동이 일반 노동자들의 저항을 오히려 어렵게 만든다.


하이테크 패권 경쟁: 미중 패권 경쟁 구도에서 AI가 국가 경쟁력의 핵심으로 인식되면서, AI 개발에 대한 비판이 '국가적 이익에 반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중국에 뒤처질 수 없다"는 논리 앞에서 노동자 보호 요구는 부차적인 문제로 밀려난다.


새로운 저항의 필요성

하지만 침묵이 해답은 아니다. AI 자동화는 경제적 논리에 따라 계속 진행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홀리우드 조합들처럼 AI 사용을 무조건 금지하려 하기보다는, 사용 조건과 이익 분배 방식을 협상하는 것이다.


1960년대 미국 노동조합들이 "새로운 업무 창조, 훈련 제공, 생산성 증가 이익 공유"를 조건으로 자동화를 수용했듯이, AI 시대에도 새로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기존 일자리를 지키려는 방어적 저항보다는, AI를 활용해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창조적 대응이 요구된다.


노동자들이 AI에 저항하지 않는 이유는 무력감 때문이 아니라, 과거와는 다른 새로운 대응 방식이 필요함을 직감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문제는 그 새로운 방식을 아직 찾지 못했다는 것이다. 홀리우드의 성공 사례가 다른 산업으로 확산될 수 있을지, 그것이 AI 시대 노동의 미래를 가를 것이다.



참고문헌

Daron Acemoglu and Simon Johnson, Power and Progress: Our Thousand-Year Struggle Over Technology and Prosperity, PublicAffairs, 2023.

Bryan Levine, "Strikes in the Age of Automation and AI: How HR Can Prepare for the Future, " SHRM, October 10,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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