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2025년 6월 27일), 한국 사회의 방향성을 상징적으로 드러낸 두 개의 조간신문 기사가 나란히 실렸다. 중앙일보는 ‘이 선 넘으면 고연봉 꿈깨라’는 제목으로, 서울 용산에서 남쪽으로 수원, 동쪽으로 위례를 경계선 삼아 청년들이 고연봉 일자리와 커리어 기회를 기대하지 않는다는 현실 인식을 보도했다.
매일경제는 ‘강남 아파트 큰손은 30대’라는 기사에서, 30대 전문직 맞벌이 부부들이 20억 원이 넘는 대출을 받아 50억 원이 넘는 고가 아파트를 사들이고 있다는 사실을 조명했다. 이 두 기사는 공간의 계급화와 자산 중심 생존 전략이 결합되며, 한국 사회가 다시 물질주의적 질서로 회귀하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두 기사는 2010년대 후반 시작된추세의 연장이다. 서울은 2019년부터 청년 순유입 도시로 전환되었고, 지방 도시의 인구 유출과 상대적 경쟁력 약화는 가속화되었다. 2010년대 중반까지는 제주 이주나 로컬 라이프에 대한 관심이 높았지만, 부동산 가격과 일자리 격차가 본격적으로 벌어진 2017~2019년 사이, 서울 회귀가 다시 주류 흐름이 되었다. 청년들에게 서울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생존의 조건이 되었고, 지방은 가성비를 기준으로 ‘일시적으로 거쳐 가는 곳’으로 인식되기 시작했다. 이는 공간 구조 자체가 물질주의적 질서에 따라 계급화된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른 분야는 다를까? 2020년 하반기부터 본격화된 명품 오픈런은 소비 양식이 아니라 사회적 존재감을 입증하는 방식으로 자리 잡았다. 자영업이나 지역 기업, 국내 여행은 가치 있는 소비의 상징이 아니라 비효율적인 선택으로 폄하되고, 창업은 ‘패자의 선택’으로 낙인찍히기 시작했다.
2017년의 비트코인 열풍을 기점으로 한 투자 중심 생존 전략, 코로나19 이후의 부동산·주식·코인 투자 열풍은 자산 없는 삶이 존중받을 수 없다는 냉정한 사실을 대중화시켰다. SNS가 일상과 소비를 동일시하는 장이 되면서, 소비력은 곧 사회적 자본이 되었다.
2000년대 중반부터 2010년대 중반까지 한국 사회는 ‘슬로 라이프’, ‘소확행’, ‘워라밸’, ‘로컬 창업’, ‘제주 이주’ 등 탈물질주의적 삶을 진지하게 모색했다. 이 시기의 흐름은 단순한 소비 트렌드가 아니라, 다양한 방식의 삶을 실현하려는 가치 기반의 움직임이었다.
특히 밀레니얼 세대는 골목길, 빈티지, 미니멀리즘, 업사이클, 공유경제, 나다움 등 일상적 실천을 통해 라이프스타일의 범주를 확장시켰다. 소비자이자 생산자로서 삶을 디자인하려는 시도는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로 연결되었고, 일과 여가, 직업과 정체성이 하나의 흐름으로 통합되기 시작했다.
한국에서 탈물질주의 동력이 약화된 원인 중의 하나는 라이프스타일 발전 단계다. 필자는 2022년 ‘라이프스타일 위계론’을 통해 한국 사회의 라이프스타일이 여전히 소비 중심 단계에 머무르고 있으며, 일과 세계관으로의 확장은 제한적임을 지적한 바 있다. 한국에서 나다움은 여전히 개인적이고 심리적인 차원에 머무르며, 사회적 정체성이나 문화적 규범으로 승화되지 못하고 있다.
탈물질주의 후퇴에도 불구하고, 삶의 질을 추구하는 감수성은 한국 사회 깊은 곳에서 살아남아 있다. 소비를 통해 존재를 증명하려는 흐름과 동시에, ‘나다움’이라는 키워드가 여전히 유효하며,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일로, 공간으로, 정체성으로 연결하려는 시도 또한 계속되고 있다.
비건, 제로웨이스트, 워케이션, 로컬 콘텐츠 창작 등은 소비 이상의 삶을 시도하는 흐름이며, 이는 한국 사회가 물질주의로 완전히 회귀한 것이 아니라, 그 안에서 대안적 삶의 방식을 지속적으로 탐색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사람들은 여전히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싶어 하고, 자신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살고자 한다. 이 이중구조는 한국 사회가 앞으로 다시 탈물질주의로 향할 수 있는 가능성의 기반이 된다.
이제 필요한 것은 물질주의가 유일한 생존 전략이 되지 않도록 사회적 조건을 재구성하는 일이다. 정부는 서울을 중심으로 한 자산 편중 구조를 해소하고, 지역 곳곳에서 다양한 라이프스타일이 존중받고 실현될 수 있도록 기반을 조성해야 한다. 단순히 일자리를 분산시키는 것이 아니라, 로컬 도시에서 살고 싶은 도시, 일하고 싶은 공간이 되도록 정주 여건과 문화 인프라를 갖추는 전략이 필요하다.
사회 지도층은 더 이상 ‘다양한 삶’에 대한 언급만으로 책임을 피해서는 안 된다. 과시소비 자제까지는 아니어도 최소한, 국내여행이나 소상공인, 자영업자를 비하하는 문화는 멈춰야 한다. 맘에 들지 않으면 안 가고, 안 사면 된다.
한국 사회가 진정한 라이프스타일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일관성 있는 개인이 많아지고, 그들의 삶이 사회적으로 존중받을 수 있는 구조가 필요하다. 그리고 그 구조는 먼저 다른 선택을 조롱하지 않는 것에서 시작된다.
김연주·차준홍 (2025.06.27). 「이 선 넘으면 고연봉 꿈깨라」, 중앙일보.
김유신·손동우 (2025.06.27). 「강남 아파트 큰손은 30대…27억 대출받아 59억 아파트 산다」, 매일경제.
모종린 (2022). 「라이프스타일 위계론」, 골목길 경제학자 브런치. https://brunch.co.kr/@riglobalization/4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