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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 주거 중심 크리에이터 타운으로 승부해야

by 골목길 경제학자


지역, 주거 중심 크리에이터 타운으로 승부해야


서울의 주택 가격은 이제 청년에게 도달할 수 없는 수준이다. 한국부동산원 자료에 따르면 2024년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0억 원을 넘었고, 청년 세대가 분양을 받거나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가능성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그런데도 지방 청년들은 서울로 향한다. 왜일까? 서울이 여전히 '지금은 살 수 있는' 도시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현재 서울의 일반 주택지 원룸 월세는 평균 72만 원 수준으로, 글로벌 대도시 중에서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이다. 도쿄의 원룸 평균 월세는 7만 2천 엔(약 71만 원)으로 서울과 비슷한 수준이고, 200만 원을 훌쩍 넘는 뉴욕이나 런던의 중심가 원룸은 서울보다 훨씬 비싸다. 월세 70만 원이면 청년 평균 소득 270만 원의 26%로서, 주거비 적정선인 30% 이내에서 아직은 감당 가능한 수준이다.


서울의 저렴함은 일시적 착시다

하지만 이러한 상대적 저렴함이 지속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원도심 재개발이 본격화되면 현재 저렴한 원룸들이 대부분 철거되어 신축 고급 원룸으로 대체될 예정이다. 실제로 용산구는 이미 평균 102만 원, 강남구는 92만 원에 달해 일반 주택지 대비 30-40만 원이 더 비싸다.


그나마 저렴한 대안으로 여겨지는 청년안심주택도 공급 부족이 심각하다. 2025년 서울 청년안심주택 모집에는 1607 가구에 6만 7천여 명이 몰려 평균 경쟁률 41.9대 1을 기록했고, 임대료도 만만치 않다. 보증금 1억 7천만 원에 월세 70만 원이니, 보증금을 월세로 환산하면 이미 120만 원대에 달한다.


서울은 이제 시작마저 어렵게 만들고 있고, 정착은 더더욱 허락하지 않는다. 이 지점이 바로 지역의 기회다. 지방은 이제 '시작보다 정착이 가능한 도시'로 승부해야 한다. 단순히 서울보다 싸다고 강조하는 것은 설득력이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서울이 제공하지 못하는 삶의 구조를 제시하는 것이다. 그 해답이 주거 중심 크리에이터 타운이다.


주거를 중심으로 삶을 설계하는 플랫폼

크리에이터 타운은 단지 창업 공간이나 청년 문화센터가 아니다. 이제는 주거 그 자체를 중심으로 청년의 삶을 기획하는 플랫폼이 되어야 한다. 청년이 무상 또는 상징적 수준의 임대료로 입주하여, 창작 활동을 하고, 공동체를 만나고, 지역 기반의 경제 활동을 실험해 볼 수 있는 구조. 생활, 콘텐츠, 관계, 소비가 하나의 동선 안에서 설계되는 복합적 주거 모델이다.


구체적으로는 개인 주거공간과 공유 작업실, 스튜디오, 카페, 소규모 공연장이 한 건물 또는 단지 내에 통합된 형태를 상상할 수 있다. 독일의 베를린 크리에이티브 디스트릭트나 네덜란드의 암스테르담 북부 지역처럼, 저렴한 임대료로 예술가와 크리에이터들이 모여 살며 작업하는 공간을 한국적 맥락에서 재해석하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서울과 경쟁할 수 있는 지역 청년정책의 방향이다.


생애주기를 연결하는 정착 경로

그리고 이 타운은 단기 거주 공간에 그쳐선 안 된다. 청년이 커플이 되고, 가족을 꾸리게 되었을 때 타운과 연결된 근거리 지역에 장기 정착 가능한 아파트가 함께 공급되어야 한다. 즉, 청년 1인 주택 → 가족 주택 → 지역 정착이라는 삶의 단계가 물 흐르듯 연결되어야 한다. 서울은 이 경로를 더 이상 제공하지 못한다. 지방은 그 경로를 다시 설계할 수 있다.


서울이 '시작조차 불가능한 도시'가 되어가는 지금, 지방은 '쉽게 시작하고 계속 살아갈 수 있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그러려면 가격 면에서도 파격이 필요하다. 서울의 실질 월세 120만 원과 비교해 압도적인 우위, 즉 무상에 가까운 주거 제공이 필요하다.


지속가능한 모델을 위한 조건

이러한 모델의 재정적 지속가능성은 지자체의 유휴 부동산 활용, 국토교통부의 청년주거 정책 예산, 그리고 입주자들의 창작 활동을 통한 지역경제 기여분의 선순환 구조로 확보할 수 있다.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청년의 창의적 활동이 지역 관광, 문화산업, 소상공인 매출 증대로 이어지는 투자 개념의 정책이어야 한다.


하지만 단지 싸기만 해서는 안 된다. 그곳에서 살아가는 방식이 창의적이어야 하고, 함께 사는 사람들이 다채로워야 하며, 무언가를 만들 수 있고, 실패해도 다시 시도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만 청년은 그곳에서 자신의 미래를 실험하고, 설계하고, 정착할 수 있다. 청년의 정착을 가능하게 하는 전략으로 주거 중심 크리에이터 타운을 제안한다.



참고문헌

김유신. (2025.06.29). “아파트 안 부럽네”… 청년안심주택 인기, 6만명 몰려 41.9대 1 경쟁률. 매일경제.
최준영. (2025.06.29). [르포 대한민국] 일자리 찾아 수도권 몰리는 청년들… 문제는 비싼 주거 비용이다. 조선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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