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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누리상품권과 지역화폐가 오프라인 상권을 살릴 수 있나

by 골목길 경제학자

온누리상품권과 지역화폐가 오프라인 상권을 살릴 수 있나


오늘 아침 온누리상품권 앱을 다운로드하고 일정 금액을 충전했다. 동네 단골 사장님에게도 상품권 사용이 가능한지 문의했다. 이런 좋은 제도를 지금까지 활용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경제적으로도 그렇지만, 소상공인에게 중요한 제도임에도 참여하지 못한 것이 그렇다.


나를 포함해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온누리상품권과 지역화폐를 적극적으로 지지하지 못한다. 학교에서 배운 경제학 101이 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 자체에 회의적이기 때문이다. 소비자가 어디서 무엇을 살지 정부가 유도하는 것보다는 시장이 스스로 조정할 수 있다고 믿는다.


정부가 그토록 적극적으로 나서는 상황에서 소비자인 나도 생각을 바꿔야 하는 것일까? 정부와 지자체는 지금 상품권을 통해 지역경제를 되살리겠다는 정책을 전례 없는 규모로 추진하고 있다. 2025년 온누리상품권 발행 목표는 5조 5,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이며, 지역화폐 발행액은 20조 9,000억 원에 이른다. 전국 지자체들은 골목형 상점가 지정 확대를 통해 온누리상품권 사용처를 적극적으로 늘리고 있고, 중앙정부는 지역화폐 지원에만 1조 원의 국비를 투입할 예정이다.


분명 현재의 위기 상황을 고려할 때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다. 상품권이 소상공인의 매출 증대에 실질적인 도움을 준다는 것도 여러 사례를 통해 확인되고 있다.


그러나 상품권 정책의 확대만으로 상권 위기를 해결할 수 있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상권 자체가 구조적으로 경쟁력을 잃은 곳에서는 아무리 많은 상품권을 투입해도 일시적 효과에 그칠 뿐이다. 이는 신도시 상가의 지속적인 공실 문제가 여실히 보여주는 현실이기도 하다.


이 글은 온누리상품권과 지역화폐 정책이 어떻게 확산되고 있는지 그 현황을 먼저 살펴본다. 이어서 거대한 소상공인 지원체계 속에서 이들 정책이 담당하는 역할과 그 한계를 분석한다. 마지막으로 단순한 상품권 지원을 넘어서 지속가능한 상권 생태계를 조성하기 위한 구조적 접근 방향을 제시한다.


온누리상품권과 지역화폐의 확산 추세

온누리상품권 발행 규모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2025년 발행 목표는 5조 5,000억 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다. 2020년과 2021년에는 각각 3조 9,917억 원과 3조 1,484억 원이 판매되었고, 2022년에는 3조 5,000억 원, 2024년에는 4조 원으로 확대됐다. 정부와 지자체는 사용처를 늘려 활용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지자체들은 골목형 상점가 지정에 적극적이다. 온누리상품권이 원래 전통시장 전용이었으나, 골목형 상점가에서도 사용 가능해지면서 지정 기준을 완화하고 상인 조직을 독려해 수혜자를 늘리고 있다. 서울시는 현재 99개소인 골목형 상점가를 2029년까지 600개소로 확대할 계획이며, 관련 조례 개정도 추진 중이다. 광주시는 5월 기준 208개소를 지정했다.


가장 주목할 사례는 광주 서구다. 전국 최초로 18개 동 전체를 골목형 상점가로 지정해 구 전역 1만 1,400여 점포에서 온누리상품권 사용이 가능해졌다. 음식점, 병원, 카페, 미용실, 학원 등으로 사용처도 확대됐다. ‘골목경제 119 프로젝트’를 통해 약 100일간 추진된 이 전략은 지역화폐 대신 국비 기반 온누리상품권 인프라를 최대한 활용한 것이다. 김이강 서구청장은 “재정자립도가 17%에 불과해 지역화폐 발행 비용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라고 밝혔다.


한편 지역화폐도 별도의 경로로 확산 중이다. 2024년 발행액은 20조 9,000억 원에 달하며, 정부는 추경 예산 1조 원을 편성해 확대할 계획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관 의원은 "온누리상품권과 지역화폐를 행정안전부와 중기부의 칸막이를 없애 통합 운영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두 정책은 모두 소상공인 매출 증대와 지역 소비 진작을 목표로 하나, 발행 주체와 사용 범위, 관할 부처가 다르다. 온누리상품권은 중소벤처기업부와 소상공인진흥공단이 발행하며, 지역화폐는 행정안전부 총괄 아래 지자체가 발행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온누리상품권은 디지털형 기준 10%, 명절 특별할인 시 15%의 높은 할인율과 전국 사용 가능성, 소득공제 혜택(최대 40%) 등이 강점이다. 반면 지역화폐는 해당 지역에 맞춘 혜택과 모바일 앱의 편리성이 강점이며, 일부 지역은 군인 할인 등 추가 혜택도 제공한다.


소상공인 입장에서도 두 정책은 장단점이 있다. 온누리상품권은 전국 발행으로 관광객 등 외부 수요까지 유입이 가능하고, 대규모 홍보로 인지도가 높다. 지역화폐는 지역 주민의 안정적 수요 확보가 가능하고, 지자체의 마케팅 및 축제와 연계된 지원이 용이하다.


소상공인 지원체계에서의 역할과 과제

2025년 중소벤처기업부의 소상공인 지원 예산은 5조 9,000억 원으로, 전국 570만 자영업자 기준으로 1인당 연간 약 100만 원 수준이다. 여기에 지역화폐 예산까지 더하면 소상공인 지원 규모는 더욱 커진다. 온누리상품권과 지역화폐는 이 거대한 지원체계에서 '소비 진작' 역할을 담당한다. 직접적인 자금 지원이나 경영 컨설팅과 달리, 소비자에게 할인 혜택을 제공해 소상공인 매출 증대를 도모하는 간접 지원 방식이다.


광주 서구의 사례를 보면 온누리상품권 가맹점 상인들 중 매출이 10%에서 20% 증가한 사례들이 확인되고 있다. 온누리상품권 가맹 점포의 일평균 매출이 비가맹 점포보다 26% 높다는 통계도 있다. 이는 상품권 정책이 단기적 매출 증대에는 일정한 효과가 있음을 보여준다.


온누리상품권은 온라인에서도 사용할 수 있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승인한 전통시장몰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 가능하며, 온누리굿데이, 온누리시장, 인더마켓 온누리몰 등이 주요 온라인 사용처다. 일반적인 대형 온라인 쇼핑몰에서는 사용할 수 없고, 전통시장 및 상점가 제품을 판매하는 승인된 온라인 플랫폼에서만 사용 가능하다.


이처럼 온누리상품권과 지역화폐가 다양한 방식으로 확산되고 있고 일정한 성과도 보이고 있지만, 동시에 여러 구조적 문제점들이 드러나고 있다.


첫째, 온누리상품권 발행 규모는 지속 확대되고 있지만 실제 집행률은 오히려 감소하고 있다. 2025년 온누리상품권 목표 발행 규모는 5조 5,000억 원이지만, 5월 기준 발행량은 1조 8,000억 원으로 진도율이 33%에 그치고 있다. 2020년과 2021년에는 목표치를 각각 36%와 5% 초과 달성했지만, 2022년 집행률은 77%, 2024년에는 약 71%로 하락했다. 온누리상품권 정책이 애초 계획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


둘째, 상품권을 통한 매출 증가가 상권의 구조적 경쟁력 향상으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할인 혜택을 통한 일시적 매출 증가가 상권 자체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신도시 공실 위기가 보여주듯이 구조적으로 장사하기 어려운 상권에서는 아무리 상품권을 지원해도 근본적 해결책이 되지 않는다.


셋째, 온라인 쇼핑몰 적용은 오프라인 상권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온누리상품권의 온라인 사용은 전통시장몰에 제한되어 있지만, 이마저도 오프라인 상권으로의 유입 효과는 기대하기 어렵다. 온라인 구매는 오프라인 상권 방문을 대체하는 효과가 더 클 수 있어, 온누리상품권의 본래 취지인 오프라인 상권 활성화와는 상반된 결과를 낳을 수 있다.


넷째, 온누리상품권과 지역화폐가 각각 다른 부처에서 유사한 목적으로 운영되는 현재 구조는 비효율적이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가 별도의 상품권을 발행하면서 행정력과 예산이 중복 투입되고 있다. 광주 서구의 사례는 이런 비효율성을 줄이는 하나의 방안을 제시하지만, 근본적인 정책 조정은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상권 구조 중심의 정책 전환 방안

정책의 근본적 한계: 구조를 외면한 소비 진작

온누리상품권과 지역화폐 정책의 가장 큰 한계는 상권의 구조적 문제를 외면한 채 소비 진작에만 집중한다는 점이다. 상권이 왜 침체되었는지, 어떤 구조적 문제가 있는지는 묻지 않고 단순히 소비 진작에만 집중하고 있다. 신도시 공실 위기에서 보듯, 구조적으로 장사하기 어려운 상권에서는 아무리 지원을 해도 지속가능하지 않다. 대부분 지역의 문제는 개별 상인의 역량이 아니라 상권 자체의 구조에 있기 때문이다.


소상공인 정책의 농업화 우려

이런 접근 방식은 농업 정책과 유사한 경로를 보여준다. 현재 100만 농가를 위해 18조 3,000억 원이 넘는 예산이 투입되지만, 농업 경쟁력은 여전히 취약하다. 이 흐름대로라면 소상공인 정책도 농업처럼 보조금 중심 구조로 고착될 우려가 있다. 만약 소상공인에게 농업 수준의 지원을 하려면 연간 100조 원 이상이 필요하며, 이는 국가예산의 15%에 해당한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한 시점이다.


도시계획의 사각지대에 있는 상권

근본적인 문제는 현재 도시계획에 상권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일하고 사는 곳은 계획하지만, 장사하는 곳은 상권 경쟁력을 고려하지 않은 단순 구획 수준에 머물러 있다. 국토부의 생활 SOC 계획에서도 상업시설은 빠져 있으며, 상권의 성패는 정책 지원보다 도시 구조에 달려 있다. 전국적으로 활력을 유지하는 상권을 살펴보면 보행 중심의 거리 구조, 좁은 골목, 낮은 층고, 소규모 점포 등 특정한 건축환경을 보유한 행정동 단위의 상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행정동 중심의 상권 관리 체계 구축

따라서 상권 정책의 단위를 전통시장, 상점가, 골목형 상점가라는 '유형' 분류에서 벗어나 '행정동'이라는 공간 단위로 전환해야 한다. 서울의 대부분 행정서비스가 이미 동 단위로 작동하는 만큼, 상권도 통합 관리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광주 서구와 같이 자치구 전체를 골목형 상점가로 지정하는 상황에서 행정동 단위 관리는 현실적으로도 불가피해 보인다.


행정동 단위로 상권을 관리하면 중복 지원과 사각지대를 줄이고,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 설계가 가능해진다. 상업시설 밀도, 업종 구성, 창폐업 통계, 공실률, 유동인구, 보행 동선, 건축환경 등을 행정동 단위로 상시 모니터링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소상공인 유형별 차별화된 접근

무엇보다 모든 소상공인을 일괄적으로 지원하기보다는 생태계 조성에 집중해야 한다. 소상공인을 세 가지 성격으로 구분해 접근해야 한다. 첫째, 일반 리테일은 온라인과 대기업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높다. 둘째, 동네 서비스는 대면·즉시·신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대체가 어렵다. 셋째, 크리에이터 콘텐츠는 오히려 성장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동네 서비스 소상공인을 보호하고, 크리에이터 소상공인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과 상권을 조성하는 데 정책의 무게를 두어야 한다.


상권 생태계 중심의 통합적 정책 설계

온누리상품권과 지역화폐는 이제 각각 별개로 운영할 것이 아니라 통합적으로 관리되어야 하며, 상권 생태계 조성이라는 더 큰 전략 틀 안에서 설계되어야 한다. 개별 소상공인에 대한 지원과 별개로, 건축환경 조성, 상가 밀도 관리, 상가주택 공급 등 도시계획과 건축 정책이 소상공인 정책의 핵심 도구가 되어야 한다. 개별 소상공인에게 상품권을 지급하는 것보다, 그들이 활동할 수 있는 공간과 상권을 조성하는 것이 훨씬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상권 연구 인프라의 체계적 구축

도시 전체가 상권이 된 시대에는 상권과 소상공인을 체계적으로 연구하는 국책 기관이 필요하다. 중앙정부가 나서지 못한다면 지방정부가 먼저 시작해야 한다. 도시발전계획에 상권 계획을 포함하고, 상권을 단지 소비의 공간이 아니라 주민의 일상과 지역 경제를 구성하는 핵심 요소로 인식해야 한다. 온누리상품권과 지역화폐는 이런 구조적 접근의 보완책으로 기능해야 한다. 상권 생태계가 조성되지 않은 상태에서 상품권만으로는 지속가능한 해결책이 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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