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는 예외인가?

CEO는 예외인가?

AI가 일자리를 대체한다는 말은 이제 식상하다. 진짜 문제는 누구의 일자리가 먼저 사라지느냐다. 그리고 이 질문 앞에서 실리콘밸리 CEO들은 예외 없이 자신들만은 예외라고 믿는다.

2025년 9월, Nvidia의 젠슨 황은 "다음 세대의 미국 백만장자들은 배관공과 전기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데이터센터 건설 붐 때문에 "전기공, 배관공, 목수가 수십만 명 필요하다"는 것이다. 같은 시기 일론 머스크는 아마존의 대규모 인력 감축 계획에 대해 "AI와 로봇이 모든 일자리를 대체할 것이다. 일하는 것은 선택이 될 것이다. 마치 채소를 사는 대신 직접 기르는 것처럼"이라고 말했다. 두 사람의 발언은 전혀 달라 보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다. 그들은 자신들의 일자리가 사라질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황이 말한 '일자리 붐'은 사실 AI 데이터센터 건설을 위한 것이다. 한 시설을 짓는 데 1,500명이 투입되지만, 완공 후 남는 인력은 50명에 불과하다. AI가 화이트칼라를 대체하기 위해 블루칼라를 임시로 고용하는 아이러니—그것은 부흥이 아니라 집행유예다.

1937년, 로널드 코스는 「The Nature of the Firm」에서 기업의 존재 이유를 명료하게 정의했다. 시장에서 거래비용이 높을 때, 즉 정보를 찾고, 계약을 맺고, 이행을 감시하는 데 드는 비용이 클 때만 기업이 효율적이라는 것이다. 그렇지 않다면 시장 거래가 더 낫다. AI는 바로 그 거래비용을 없애는 기술이다. 데이터 분석이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고, 스마트 계약이 협상을 자동화하며, 자동 워크플로우가 조정비용을 제거한다. 기업이 존재하는 이유—거래비용의 절감—이 사라질 때, 기업은 더 이상 효율적이지 않다.

그렇다면 기업의 정점에 선 CEO는 어떤가? CEO의 역할은 전략 수립, 자원 배분, 조직 조정이다. 그러나 AI는 더 많은 데이터를 더 빠르게 분석하며, 더 정교한 자원 배분을 제안한다. CEO는 결국 가장 비싼 중간관리자다. 연봉 수백억 원의 결정이 AI보다 합리적이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을까?

CEO들이 자신의 대체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는 이유는 단순하다. 권력은 자신을 해체하지 않는다. 해고 권한을 쥔 자는 자신을 해고하지 않는다. 그들은 "AI는 단순 업무만 대체한다", "비전과 리더십은 인간의 몫"이라는 서사를 반복하며 시스템을 방어한다. 그러나 연구들은 CEO의 영향력이 과대평가되었음을 보여준다. 기업 성과의 대부분은 개인이 아니라 산업 구조와 조직 역량이 결정한다. 결국 남는 질문은 이것이다. 인간 CEO의 판단이 AI보다 나을 이유는 무엇인가? 감정적 직관? 인간적 통찰? 그러나 그것은 때로 편견과 착각의 다른 이름일 뿐이다.

코스의 이론으로 돌아가면, 거래비용이 제로에 가까워질 때 기업이라는 위계조직은 불필요해진다. 미래의 조직은 프로젝트 기반 네트워크, 혹은 DAO와 같은 분산형 공동체로 재편될 가능성이 크다. 머스크가 말한 "모든 일자리를 AI가 대체한다"는 말은 절반만 옳다. 가장 먼저 사라질 것은 단순 노동이 아니라, 의사결정을 독점하던 경영진의 자리일지 모른다.

실리콘밸리 CEO들이 진짜 던져야 할 질문은 "AI가 누구의 일자리를 대체할 것인가?"가 아니다. "왜 우리는 대체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다. AI는 인간의 일을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이 만든 위계의 질서를 대체한다. 기술이 노동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권력의 정당성을 무너뜨린다. 만약 그들이 이 사실을 인정했다면, AI는 플랫폼에 권력을 집중시키는 대신 AI에 의해 교체될 수 있는 개인의 역량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했을 것이다. 황과 머스크가 전기공과 배관공을 이야기할 때, 그들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지 못했다.

참고문헌

American Bazaar. (2025, October 23). Elon Musk responds to NYT report on Amazon replacing 60,000 jobs with robots. https://americanbazaaronline.com

Coase, R. H. (1937). The Nature of the Firm. Economica, 4(16), 386-405.

Fore, P. (2025, September 30). Nvidia's CEO Jensen Huang says electricians and plumbers will be needed by the hundreds of thousands in the new working world. Fortune. https://fortun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