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오픈 AI가 법률 및 의료 분야에서 라이선스가 필요한 전문 행위에 해당하는 조언 제공을 제한하는 방침을 발표했다. 의학적 판독, 법률적 해석, 처방 제안 등 전문가의 진단이나 판단에 상응하는 조언이 제한 대상이다. 일부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의료 영상(엑스레이, CT, MRI 등) 해석 조언도 제한될 수 있다고 한다
이 보도가 사실이라면, 이번 조치는 AI의 역설이 드러난 순간이다. 법률과 의료는 AI의 파괴력을 가장 직접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분야다. 정작 기득권이 가장 강한 산업부터 보호되고 있다.
보호해야 할 전문 지식의 기준
누구의 전문 지식은 보호받고, 누구의 전문 지식은 대체되는 걸까? 오픈 AI는 라이선스 보유 여부를 상담 제공의 기준으로 제시한다.
하지만 AI 사회가 기존 사회의 라이선스 체계를 그대로 인정한다면, 그것을 진정한 AI 사회라 부를 수 있을까? 아니면 오래된 질서의 디지털 복제일까?
해법은 간단하다. 사용자를 전면 면책 사용자와 부분 면책 사용자로 구분하는 것이다. "AI 조언의 결과에 대해 전적으로 책임지겠다"라고 동의한 사용자에게는 모든 정보 접근을 허용하면 된다. 현실에서도 환자는 여러 의사의 세컨드 오피니언을 듣고 스스로 선택한다. AI도 하나의 의견일 뿐이다. 사용자는 바보가 아니다.
"AI 결정에 대해 우리가 책임질 테니, 접근성을 달라." 이것이 시민의 요구다. 기술적으로 가능하다. 하지만 오픈 AI는 이 길을 선택하지 않았다. 전문가 카르텔과의 정치적 충돌을 피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후퇴는 미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중국은 최근 법률·의학·교육 등 전문 분야 인플루언서가 되려면 해당 학위나 자격증을 보유해야 한다는 규제를 도입했다. 기술이 권위를 해체하기보다 권위를 재구성하고 있다.
다시 불거지는 AI 거품론
오픈AI와 중국의 선택은 AI 거품론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많은 사람이 투자 과열과 수익성 불확실성을 근거로 AI 거품론을 이야기한다.
하지만 AI 거품은 다른 곳에서 터지고 있다. 바로 사회적 거품이다. 기술이 할 수 없는 것을 할 수 있다고 약속한 상태, 과대한 사회적 약속이 사회적 거품이다.
AI 산업은 처음부터 사회적 유토피아를 약속했다. AI가 사회를 더 평등하고 창의적으로 만들 것이라는 약속, AI가 전문가 중심 사회의 벽을 허물고 더 많은 시민이 지식과 결정에 참여하게 할 것이라는 약속. 많은 사람이 AI를 응원하는 이유는 이 같은 약속을 믿기 때문이다.
AI 투자가 수익으로 이어질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사회적 거품임은 분명해지고 있다. 제대로 시작도 하기 전에 AI는 이미 기존 사회의 기득권을 인정했다. AI로 사회를 민주화하겠다는 약속은 이미 깨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