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전 친구가 공유한 동네 베이커리 통계가 100만 뷰를 기록했다고 한다. 사람들은 관심이 있다. 자기 동네에 어떤 가게가 있는지, 그 가게가 동네를 어떻게 만드는지 말이다.
동네 가게 이야기도 무성하다. 시애틀의 스타벅스가 파이크 플레이스 마켓 주변, 나아가 시애틀과 전 세계 도시의 거리 문화를 바꾼 이야기, 교토의 작은 독립서점 하나가 거리를 재생한 이야기, 대전 성심당이 대전 원도심 경제를 견인하는 이야기 등.
동네를 바꾸는 가게들에도 공통점이 있다. 전 세계 어디서나 우리가 체감하는 동네 경제의 중심은 BBC(Bakery, Book, Coffee)이고, 이 세 업종이 동네를 바꾼다.
그런데 정작 동네를 경제 단위로 진지하게 다루는 연구는 찾아보기 어렵다. 사람들의 관심과 학문적 공백 사이의 간극이 크다. 동네는 과연 경제 단위인가?
글로벌 환경에서 특정 지역이 경제 단위인지는 항상 논란의 대상이다. 국가는 분명하다. GDP를 측정하고, 통화정책을 운영하며, 무역수지를 집계한다. 국경 안팎의 경제활동을 구분하는 명확한 기준과 분석 방법론이 확립되어 있다.
물론 한계는 있다. GDP(국내총생산)와 GNP(국민총생산)이 다르다. 한국에서 생산된 가치와 한국 국민이 벌어들인 소득은 다르다. 그럼에도 그 차이가 크지 않고, 통화정책과 규제정책이 국가 단위로 설정되기 때문에 국가는 여전히 명확한 경제 단위로 기능한다.
국가보다 작은 단위는 더 복잡하다. 사람들은 행정구역 경계를 넘나들며 일하고 소비한다. 서울에서 생산된 가치를 수도권과 분리해 측정하기 어려운 구조다.
GRDP(지역내총생산)는 이 문제를 잘 보여준다. 생산 기준으로 집계되기 때문에 공장이 많은 지역이 높게 나온다. 주변 공단이 많은 대구의 GRDP가 하위권인 이유다. 이는 주민들의 소득이나 소비 수준과는 괴리가 있다. 국가 경제의 GDP-GNP 문제가 지역에서는 훨씬 크게 나타난다.
그럼에도 도시가 경제 단위임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도시경제학이 학문으로 존재하고, 도시 간 경쟁력을 비교한다. 통계의 불완전함에도 불구하고 도시는 집적의 경제를 만들어낸다. 사람과 자본과 아이디어가 모이면서 국가 단위로는 설명할 수 없는 역동성이 발생한다. 실리콘밸리, 월스트리트, 홍대 앞이 그렇다.
이제 동네도 마찬가지 질문에 직면한다. 핵심은 생활권의 축소다. 1990년대 이후 라이프스타일의 변화로 생활권이 작아지고 있다.
기술이 이를 가능하게 만들었다. 온라인 주문, 로컬 배송, 공유 오피스, 원격근무가 일하고 소비하는 활동의 반경을 줄였다. 과거에는 대형 상권에 가야만 누릴 수 있었던 것들을 이제 거주지 근처에서도 충분히 경험할 수 있다.
사람들의 라이프스타일도 변했다. 삶의 질과 환경 보호에 대한 욕구가 직주근접, 직주락(職住樂)근접을 중요하게 만든다. 장거리 통근은 시간 낭비이자 환경 부담이다. 생활권이 줄어들수록 생산과 소비도 동네 안에서 이루어진다.
파리의 15분 도시, 바르셀로나의 슈퍼블록, 도쿄의 역세권 생활권이 이를 보여준다. 동네가 단순한 주거지가 아니라 경제활동의 기본 단위로 기능하기 시작한 것이다.
동네 경제는 어떤 역할을 하는가? 그동안 관련 학계는 이 공간을 지역문제 해결과 주민 자치의 단위, 사회적 경제와 순환경제의 단위로 이해해 왔다. 하지만 1990년대 이후 새로운 층위가 등장했다. 동네가 로컬 브랜드 생태계로 기능하기 시작한 것이다.
첫째, 지역문제 해결과 주민 자치의 단위다. 쓰레기 문제, 공원 관리, 안전 이슈는 동네 단위에서 가장 효과적으로 다뤄진다. 주민들이 직접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책을 만들어낼 수 있는 규모다. 주민 자치 관점에서 동네 서점이나 카페는 주민들이 모이는 커뮤니티 공간, 지역 현안을 논의하는 거점으로 이해된다.
둘째, 사회적 경제와 순환경제의 단위다. 로컬푸드 협동조합, 공동육아, 수리 카페, 재사용 시장, 지역화폐가 여기 속한다. 돈이 동네 안에서 순환하면서 지역 경제의 자립성을 높이고, 얼굴을 아는 관계 속에서 신뢰 기반 거래가 가능해진다. 사회적 경제 관점에서 동네 베이커리는 대형 프랜차이즈 체인 대신 선택하는 윤리적 소비의 대상이자, 지역 내 일자리를 만드는 사회적 경제 주체로 이해된다.
셋째, 로컬 브랜드 생태계의 단위다. 독립적인 사업자들이 각자의 개성을 살리면서도 서로 시너지를 만들어낸다. 한 카페가 성공하면 주변에 베이커리가, 서점이, 와인바가 생긴다. 고유한 정체성을 가진 가게들이 모여 동네 전체의 매력을 만든다. 동네가 하나의 '브랜드'가 되는 과정이다. 로컬 브랜드 관점에서 BBC는 각각 고유한 콘텐츠와 경험을 제공하는 크리에이터 비즈니스이자, 함께 모여 동네의 문화적 정체성을 형성하는 생태계 구성원으로 이해된다.
현재 동네 브랜드 경제는 '로컬'이란 단어로 생산되고 소비된다. 로컬 브랜드, 로컬 비즈니스, 로컬 커뮤니티 현상은 뚜렷하고 사람들의 관심도 높다.
정부도 대응하고 있지만 관점은 부분적이다. 중기부는 로컬 비즈니스를 '기업가형 소상공인' 중 하나로 분류해 성장 중심으로 지원한다. 로컬 브랜드를 확장 가능성이 있는 비기술 분야 스타트업으로 본다. 행안부는 로컬 비즈니스를 지역문제 해결과 순환경제의 주체로 인식한다. 국토부에게 로컬 비즈니스는 도시재생 거점 공간의 운영자다. 문체부는 문화기획이나 예술가의 지역 창업 관점에서 로컬 비즈니스를 접근한다. 각 부처가 동네 경제의 일부만 보고 있다.
제대로 된 정책을 위해서는 동네 경제 연구와 통계 수집이 선행되어야 한다. 동네를 하나의 경제 단위로 인정하고, 그 생태계에서 탄생하고 성장하는 기업에 대한 연구가 필요한 시점이다. 즉, 동네에서 뿌리내리는 기업에 대한 연구다.
로컬 브랜드 연구는 기존의 스타트업과 소상공인 연구와는 차별화된, 경험경제 부상과 맞물린 도시·문화·콘텐츠·공간·라이프스타일 변화를 통합적으로 반영한 새로운 접근이 필요한 분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