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대통령의 2026년 신년사는 "고용 중심 사회에서 창업 중심 사회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청년 기업인과 창업가들이 자유롭게 도전하며 혁신의 길을 개척하는 "스타트업·벤처기업 열풍 시대, 중소기업 전성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다. "일부 대기업 중심 성장에서 모두의 성장으로"라는 대전환의 방향도 분명하다.
이 전환은 시의적절하다. AI 경제에서 대기업은 더 이상 많은 사람을 고용하지 않는다. AI 전환으로 대기업들이 고용을 동결하거나 감축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고용하지 않는 기술 기업 중심으로 창업 생태계를 구축하는 것은 자기모순이다. 진정한 AI 시대의 창업 중심 사회는 모든 이가 창업을 통해 자신의 고용 문제를 해결하는 사회다.
그렇다면 모두를 위한 창업은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 신년사는 이미 힌트를 제공한다. "K-콘텐츠 수출이 이차전지도 전기차도 넘어서는 시대"라는 선언, "문화가 곧 경제이자 미래 먹거리"라는 인식이 그것이다. 실제로 한국은 지난 10년간 문화창조경제를 성장 동력으로 삼아왔다.
하지만 문화콘텐츠 산업도 대기업 중심 생태계로는 모두의 성장을 실현하기 어렵다. 문화창조경제는 현재 큰 전환의 한가운데 있다. 대기업 중심 문화콘텐츠 산업에서 개인 크리에이터 중심의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크리에이터 이코노미는 단순히 유튜버나 인플루언서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디지털 플랫폼의 온라인 크리에이터, 성수동 카페와 홍대 공방의 오프라인 크리에이터, 로컬 상권과 골목 경제를 만드는 어반 크리에이터까지 포괄하는 광범위한 영역이다.
크리에이터 창업은 고용을 대체하는 창업이 아니라, 삶과 일, 문화와 경제가 분리되지 않는 창업이다. 모두가 같은 방식으로 성공하지 않아도 각자의 자리에서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하게 만드는 사회, 그것이 신년사가 말한 ‘모두의 성장’이 구체적인 형태를 갖는 지점이며,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가 그 해답이 되는 이유다.
다시 생각하면, K-콘텐츠의 성공도 대기업의 승리가 아니라 크리에이터들의 창업 성공이다. 온라인에서 유튜브, 인스타그램, 웹툰 플랫폼의 수백만 크리에이터들이 콘텐츠 혁신을 주도하고 있다. BTS의 성공 이면에는 팬덤 문화를 구축한 크리에이터들이 있고, 웹툰 시장의 확장 배경에는 개인 작가들의 창작이 있다. 오프라인에서는 성수동 카페, 홍대 공방, 연남동 레스토랑이 단순한 가게를 넘어 브랜드 콘텐츠를 만들고 팬덤을 형성한다. 어반 영역에서는 로컬 크리에이터들이 골목 상권을 문화 클러스터로 변모시킨다. 화장품 산업이 인디 브랜드 중심으로 재편되고, 패션이 무신사 같은 크리에이터 플랫폼을 통해 유통되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이것이 바로 문화콘텐츠 산업의 패러다임 전환이다. 과거에는 소수 대기업이 콘텐츠를 생산하고 대중이 소비했다면, 이제는 누구나 크리에이터가 되어 콘텐츠를 만들고, 팬덤을 형성하며, 직접 유통한다. 콘텐츠 플랫폼이 커머스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크리에이터가 브랜드가 되는 시대다. 신년사가 말한 "문화가 이끄는 성장"은 사실 '크리에이터가 이끄는 성장'으로 번역되어야 정확하다.
그런데 현재의 창업 지원 정책은 여전히 기술 스타트업 중심이다. AI 인프라는 대기업과 대학 연구소를 위한 것이고, 국민성장펀드는 벤처캐피털 투자 구조를 따른다. 정작 K-콘텐츠를 실제로 만들어내는 1인 크리에이터, 로컬 브랜드 창업자, 커뮤니티 오거나이저는 이 지원 체계 밖에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GPU가 아니라 작업 공간이고, 벤처캐피털이 아니라 초기 제작비 지원이며, AI 기술이 아니라 플랫폼 수익 분배의 공정성이다.
신년사의 "창업 중심 사회" 선언과 "모두의 성장" 비전을 완성하려면, 문화콘텐츠 창업, 즉 크리에이터 경제를 성장 전략의 핵심에 놓아야 한다. 이를 위해 세 가지 정책 축이 필요하다.
창업의 정의를 확장해야 한다. 기술 스타트업뿐 아니라 1인 크리에이터, 콘텐츠 스튜디오, 로컬 브랜드를 모두 '창업'으로 인정하고 지원해야 한다. 신년사가 약속한 150조 국민성장펀드의 일정 비율을 콘텐츠·문화 창업에 배정하고, "실패가 성공의 자산"이라는 철학을 크리에이터에게도 적용해 콘텐츠 실패 시 재창업을 지원해야 한다. 기술 창업자에게 주어지는 혜택과 안전망을 문화 창업자에게도 동등하게 제공하는 것이다.
신년사는 "반칙과 특권 없는 사회", "공동체 역량으로 이뤄낸 성과가 중소기업까지 흐르고 국민 호주머니까지"라고 강조했다. 이 철학을 플랫폼 경제에 적용해야 한다. 네이버, 유튜브 등 플랫폼의 추천 알고리즘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플랫폼-크리에이터 간 수익 배분 비율을 규제해야 한다. 국제 기준에 부합하는 최소 분배율이 필요하다.
더 나아가 신년사가 확보한 GPU 26만 장을 크리에이터가 접근 가능한 공공 AI 인프라로 전환해야 한다. 대기업 연구소만 쓰는 GPU가 아니라, 개인 영상 크리에이터가 AI 편집 툴을 무료로 쓸 수 있는 인프라로 만드는 것이다. 블록체인 기반 크리에이터 소유 플랫폼을 육성해 탈중앙화된 콘텐츠 유통을 가능하게 해야 한다.
신년사가 강조한 "문화가 이끄는 성장"과 "지방 주도 성장"을 크리에이터 인프라로 연결해야 한다. 온라인 축에서는 AI 창작 도구를 무료로 제공하고 개인 콘텐츠 유통 플랫폼을 지원한다. 오프라인 축에서는 메이커스페이스, 스튜디오 같은 크리에이터 작업 공간을 전국에 확충하고, 신년사가 강조한 "안전한 일터" 철학을 이곳에도 적용한다. 도시 축에서는 크리에이터 타운을 조성한다.
여기서 오프라인과 도시 크리에이터는 곧 소상공인이다. 성수동의 카페 사장, 홍대의 공방 운영자, 연남동의 비건 레스토랑 주인은 모두 공간을 기반으로 콘텐츠를 만들고 커뮤니티를 형성하는 크리에이터다. 이들의 생존은 단순한 장사 기술이 아니라 인스타그램 감각, 브랜드 스토리텔링, 팬덤 구축 능력에 달려 있다. 신년사가 말한 "중소기업 전성시대"는 사실 소상공인의 크리에이터 전환 없이는 불가능하다.
창업 중심 사회를 지방 주도 성장 전략과 결합하면 효과가 배가된다. 남부권 반도체 벨트에 크리에이터 레지던시를 병행하고, 지역별 특화 콘텐츠 클러스터를 만드는 것이다. 부산은 영화, 전주는 음식, 강릉은 자연 콘텐츠처럼 각 지역의 문화적 강점을 살린 크리에이터 생태계를 구축한다. 걸어서 15분 내에 창작 공간, 커뮤니티, 유통 채널에 접근할 수 있는 '15분 크리에이터 도시'를 만드는 것이다. 이것이 진정한 지방 주도 성장이며, 문화가 이끄는 성장의 실체다.
신년사가 선언한 '모두의 성장'이 진정 실현되려면, 기술 창업만이 아닌 문화 창업, 즉 크리에이터 경제를 성장 전략의 핵심에 놓아야 한다. K-콘텐츠가 이미 이차전지를 넘어섰다는 현실이 이를 증명한다. 150조 국민성장펀드와 9.6조 문화예산을 연결하고, GPU를 크리에이터도 쓸 수 있게 하며, 지방마다 크리에이터 타운을 만드는 것. 이것이 신년사가 약속한 "다섯 가지 대전환" 중 가장 시급한 전환이다.
특히 소상공인의 크리에이터 전환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생존의 문제다. AI 시대에 단순 서비스업은 자동화되고, 온라인 플랫폼은 오프라인 상권을 잠식한다. 살아남는 소상공인은 콘텐츠를 만들고, 브랜드를 구축하며, 팬덤과 직접 소통하는 이들이다. 정부의 소상공인 지원이 임대료 보조와 생계 대출에서 멈춘다면, 그것은 연명일 뿐 재도약이 아니다. 크리에이터 전환을 지원하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소상공인 지원이다.
문화콘텐츠가 크리에이터 중심으로 넘어가고 있다. 정책도 이 흐름을 따라야 한다. 기술 중심 창업 지원에서 문화 중심 창업 지원으로, 대기업 중심 성장에서 크리에이터 주도 성장으로, 플랫폼 독점에서 공정 분배로. 이것이 진정한 대도약이며, '모두의 성장'을 완성하는 길이다. 2026년, 크리에이터 소사이어티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