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로 보면
2월부터 모 일간지에 '문화로 보면'이라는 제목의 시리즈를 연재한다. 한국 사회가 직면한 난제들을 문화적 관점에서 다시 보고, 새로운 해법을 모색하는 작업이다.
왜 문화인가
우리는 대부분의 사회 문제를 물질적 이익의 문제로 이해한다. 저출산은 양육비 문제, 지역소멸은 일자리 부족, 골목상권 위기는 대형마트 경쟁 때문이라고 본다. 그래서 해법도 경제적이다. 보조금을 주고, 공장을 유치하고, 대형마트를 규제한다.
하지만 1970년대 이후 선진국 사회는 근본적으로 달라졌다. 오늘날의 갈등은 더 이상 빵을 둘러싼 다툼이 아니다. 다문화주의, 정체성 정치, 라이프스타일, 저출산, 로컬리즘, AI, 플랫폼 경제. 현대 사회의 핵심 문제들은 대부분 ‘삶의 방식과 가치관’을 둘러싼 문제다. 어떻게 살 것인가, 무엇이 좋은 삶인가, 어디에 속할 것인가. 이 질문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흔들리고 있다.
경제학이나 정치학은 이 변화를 제대로 포착하지 못한다. 그들 학문의 도구로는 설명되지 않는 현상들이 너무 많다. 왜 공장을 유치해도 젊은이들은 떠나는가? 왜 출산장려금을 아무리 늘려도 출산율은 오르지 않는가? 왜 골목상권 보호 정책은 번번이 실패하는가?
문화로 보면 답이 나온다. 이 시리즈는 10가지 사회 난제를 문화의 렌즈로 다시 본다. 각 주제마다 기존의 경제적·정치적 접근이 왜 막히는지 보여주고, 문화적으로 재해석하며, 새로운 해법을 제시할 것이다.
10개의 사회 난제
1. 골목상권의 위기
편의점과 프랜차이즈가 골목을 점령하고, 이커머스가 동네 가게를 위협한다. 임대료 규제와 상생 협약으로는 해결되지 않는다. 문화로 보면 이것은 클릭 한 번의 편리함과 골목을 걷는 경험 사이의 선택 문제다. 온라인 발견과 오프라인 체험을 결합하는 새로운 상권 모델이 필요하다.
2. 저출산
40년간 온갖 정책을 쏟아부었지만 출산율은 계속 떨어진다. 양육비 지원과 주거 대책만으로는 부족하다. 문화로 보면 이것은 "어떤 삶이 좋은 삶인가"에 대한 사회 전체의 합의가 무너진 문제다. 가족 중심 삶과 개인 중심 삶, 재생산과 자기실현. 단일한 '정상 가족' 모델을 강요하는 한 출산율은 오르지 않는다.
3. 지역소멸
반도체 공장을 유치해도 지역은 살아나지 않는다. 일자리가 있어도 젊은이들은 떠난다. 문화로 보면 답은 명확하다. 일할 곳은 있어도 살고 싶은 곳이 아니기 때문이다. 산업 중심이 아니라 도시 중심 발전이 필요하다. 로컬 콘텐츠와 창작자 생태계가 있는 곳에 사람이 모인다.
4. 소상공인의 위기
전체 취업자의 25%가 소상공인이지만 폐업률은 갈수록 높아진다. 보조금과 규제 완화로는 한계가 있다. 문화로 보면 우리는 질문해야 한다. 치킨집과 편의점을 보호하는 것과 로컬 브랜드를 육성하는 것은 같은 문제인가? 공장식 자영업이 아니라 창작자형 소상공인을 지원하는 선택적 정책이 필요하다.
5. AI와 인간 창작
ChatGPT가 소설을 쓰고 그림을 그린다. 생산성은 높지만 무언가 허전하다. 문화로 보면 이것은 속도와 영혼, 효율과 의미 사이의 선택이다. AI가 그린 그림과 인간이 그린 그림의 차이는 비용 계산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손으로 만드는 경제의 가치를 복원해야 한다.
6. 플랫폼 경제의 지배
유튜브, 인스타그램, 쿠팡이 우리 삶을 지배한다. 반독점 규제와 수수료 인하만으로는 부족하다. 문화로 보면 이것은 알고리즘이 지배하는 삶인가, 창작자가 주도하는 경제인가의 문제다. 플랫폼 규제도, 시장 방임도 아닌 제3의 길이 있다. 창작자 협동조합, 탈중앙 프로토콜, 로컬 앵커 플랫폼이 그것이다.
7. 트럼프와 세계화의 균열
트럼프의 America First가 다시 힘을 얻는다. 보호무역이냐 자유무역이냐의 이분법으로는 이해할 수 없다. 문화로 보면 이것은 장소에 뿌리 박힌 삶과 경계를 넘나드는 삶 사이의 긴장이다. 디트로이트와 샌프란시스코는 다른 세계에 산다. 전면 개방도, 전면 폐쇄도 아닌, 로컬마다 다른 세계화 참여 방식이 가능하다.
8. 주택 부족인가, 동네 부족인가
정부는 계속 주택을 공급하지만 주거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문화로 보면 우리에게 부족한 것은 30평 아파트가 아니라 걸어 다닐 골목이다. 집이 아니라 동네의 문제다. 수직 고립이 아니라 수평 연결이 필요하다. 주택 수를 늘리는 게 아니라 좋은 동네를 만드는 정책으로 전환해야 한다.
9. 실리콘밸리의 변질
1960년대 히피들은 기술로 인간을 해방시키려 했다. 2020년대 실리콘밸리는 기술로 인간을 감시하고 통제한다. 문화로 보면 이것은 해방의 꿈이 권위로 바뀐 역사다. 그렇다면 다시 해방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분권화된 기술, 오픈소스, 협동조합. 윌리엄 모리스에서 시작된 기술저항의 제3의 응전이 다시 시작되고 있다.
10. 세대 갈등
586세대는 '공정'을 말하고 Z세대는 '나다움'을 말한다. 부동산 격차와 연금 부담만의 문제가 아니다. 문화로 보면 이것은 '좋은 삶'의 정의가 달라진 것이다. 안정된 조직 삶 대 유연한 창작자 삶. 세대를 대립시킬 게 아니라 다양한 노동 형태를 인정하는 사회 인프라를 만들어야 한다.
공통의 해법
열 가지 난제는 다르지만 해법의 원리는 같다.
첫째, 문제를 문화로 재정의하라. 이익 다툼으로 보면 제로섬이지만, 삶의 방식과 가치관의 문제로 보면 공존의 길이 보인다.
둘째, 중앙의 단일 모델을 강요하지 마라. 하나의 정답을 전체에 적용하려 할 때 갈등은 격화된다. 다원적 공존이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셋째, 로컬의 자율성을 보장하라. 작은 단위들이 자기 방식으로 실험하고 번영할 수 있을 때, 전체도 건강해진다.
경제로 보면 막히고, 정치로 보면 대립한다. 하지만 문화로 보면 답이 나온다.
2월부터 정기적으로 지면에서 이 이야기를 풀어갈 것이다. 함께 문화의 렌즈를 끼고 세상을 다시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