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과 인천은 늘 함께 묶인다. 수도권이라는 이름으로, 출퇴근권이라는 말로, 하나의 덩어리처럼 설명된다. 하지만 실제로 이동해 보면 이 두 도시는 생각보다 분명하게 분리돼 있다. 거리의 문제가 아니라 감각의 문제다.
인천을 여행자로만 방문해서인지 나에게 인천은 심리적으로 두 시간 거리의 도시다. 실제 이동 시간이 정확히 두 시간이어서가 아니다. 용산에서 동인천까지 직통 특급급행을 타면 30분이면 되지만, 시간표가 불친절하다. 1호선 완행은 70분이 걸린다. 버스와 자차 운전도 마땅한 대안이 아니다. 기차와 달리 굳이 노선을 찾아야 하고 가는 길이 늘 막힌다. 인천은 '훌쩍 떠날 수 있는 도시'가 아니라 '마음을 먹고 가야 하는 도시'다.
역설적이지만, 인천이 이 불편한 거리감 덕분에 정체성을 지켜온 것은 아닐까. 인천 출신 연예인들이 유독 인천을 강조하는 것도 우연이 아니다. 수도권 대부분의 도시에서 이런 정체성의 강도를 찾기 어렵다. 그래서 인천은 설명하고 싶어지는 도시이기도 하다.
인천 여행의 키워드는 허브다. 도시의 지리적 위치와 연결망 때문인지 유달리 허브라는 단어로 도시의 정체성을 찾는다. 최근 인천이 전면에 내세우는 도시의 허브는 송도다. 항상 동인천을 인천의 중심으로 생각했던 여행자에게는 질문하게 된다. 과연 인천의 중심은 어디에 있는가. 동인천의 원도심은 무엇을 의미하고, 송도는 어떤 가능성을 가지는가. 이번 하루 여행은 그 질문을 품고 떠난다.
출발지는 용산역이다. 서울에서 인천으로 가는 가장 상징적인 관문이다.
용산역에는 동인천으로 가는 특급급행 전철이 있다. 문제는 이 열차가 언제나 사람을 기다려주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간표를 찾는 것부터 고생이다. 결국 일반 1호선 완행 전철을 선택한다.
느린 전철은 도시가 바뀌는 과정을 숨기지 않는다. 서울의 빽빽한 상업 공간이 서서히 풀리고, 건물의 높이가 낮아지며, 거리의 리듬이 느려진다. 영등포, 구로, 부천을 지나며 아파트 단지의 풍경이 반복된다. 어느 순간부터는 '서울의 연장'이 아니라 '다른 도시로 들어가고 있다'는 감각이 분명해진다.
동인천역에 내리면 그 차이는 확실해진다. 이곳은 여전히 걸어서 이해해야 하는 도시다. 역 앞에서부터 갈래가 갈라진다. 차이나타운과 자유공원으로 오르는 길, 준공업 지역 송월동과 만석동, 신포동과 개항로로 이어지는 평지의 골목들. 이 도시의 중심은 고층 건물이 아니라 동선이다.
먼저 월미도로 향한다. 1920년대 휴양지였고, 한국 최초의 인공 해수욕장이 있던 곳이다. 1930년대 경인선 지선이 개통되면서 서울 중산층의 여가지로 각광받았다. 지금의 월미도는 그 기억을 거의 잃었다. 놀이시설이 빽빽하고, 산업단지를 지나야 접근할 수 있는 위치는 여전히 낯설다. 그럼에도 이곳은 인천 원도심에서 유일하게 바다를 바라보며 걷는 경험을 제공한다. 낙조의 순간에 가장 아름답다고 한다.
월미도에서 돌아 나와 본격적으로 원도심으로 향한다. 원도심 여행의 가장 큰 강점은 동선이다. 차이나타운에서 시작해 개항장, 신포동, 개항로, 배다리가 자연스럽게 평지로 이어진다. 인천 원도심은 말 그대로 걷기 좋고 걷고 싶은 코스다. 출발지인 차이나타운의 역사는 1884년 개항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청나라 조계지로 시작해 140년 역사를 자랑하는 전국 최대 규모의 차이나타운이다. 역사와 규모 모두 충분하지만, 산업적으로는 아직 외식과 기념품에 머물러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이곳은 잠재력이 큰 공간이다. 시대 흐름에 맞게 모던 중식, 중식 비스트로, 바이주 바, 중국 그로서리 마켓 같은 생활형 업종이 더해진다면 전혀 다른 표정을 가질 수 있다. 관광객을 위한 단일 소비 공간이 아니라, 중국계 커뮤니티와 창의적 외식 산업이 공존하는 복합 문화지구로 진화할 여지가 충분하다.
조계지계단을 내려오면 개항장 지역이 나타난다. 행정적으로는 관동과 중앙동을 포괄하는 곳이다. 일본 조계지였던 이 지역을 인천에서는 개항장이라 부른다. 인천시가 꾸준히 구건물을 매입해 문화시설로 전환했다. 대표적인 곳이 대한통운 창고를 리모델링한 인천아트플랫폼이다. 건물 하나하나가 문화재인 거리를 걷는 재미가 남다르다.
덕분에 개항장은 한국 도시에서 보기 힘든 쾌적한 역사문화 지역의 모습으로 복원됐다. 수제 맥주, 이탈리안, 커피전문점 등 청년층이 선호하는 업종이 모이기 시작했다. 근대건축과 적산가옥을 재생한 문화지구이자 골목상권으로 자리 잡고 있다.
신포동으로 넘어간다. 1990년대까지 인천의 명동이었던 곳. 예전에는 재즈바와 음악다방, 록카페가 밤을 채웠다. 인천의 음악 문화는 이곳에서 만들어졌다.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에 등장하는 클럽369가 있던 곳이다. 지금은 그 흔적이 희미하지만, 공간의 기억은 여전히 남아 있다. 신포국제시장과 연결된 전형적인 원도심 상권이다. 1980-90년대 이곳을 채웠던 록, 메탈 밴드와 클럽 문화를 회복한다면 예술가와 소상공인이 도시 문화를 창조하는 인천의 홍대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다.
원도심 중심가는 재생하기 쉬운 지역이 아니다. 과거 영화 때문인지 임대료가 아직 높고, 상인들도 콘텐츠 변화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는다. 원도심 중심가 재생이 왜 어려운지를 보여주는 동시에, 왜 쉽게 포기할 수 없는지도 보여준다.
새로운 변화가 일어나는 곳은 신포동 동쪽 싸리재 지역, 즉 개항로다. 2019년부터 시작된 개항로 프로젝트는 지역 노포와 협업하는 도시재생 스타트업이다. 16개 공간을 운영하며 '광신제면소'의 면으로 '개항면'을 만들고, 인천맥주와 협업해 '개항로맥주'를 유통했다. 50여 개 노포를 아카이빙하며 로컬 콘텐츠 기반을 구축하고 있다.
배다리로 이어지는 축은 인천 원도심에서 가장 '도시적인 골목'이다. 헌책방 골목, 인쇄소, 조용한 카페. 이곳은 관광지가 아니라 생활의 결이 남아 있는 공간이다. 크리에이터와 소상공인이 자연스럽게 섞이는 구조를 가질 잠재력이 있다. 원도심 일정은 자연스럽게 배다리에서 마무리된다.
이제 송도로 이동할 시간이다.
배다리에서 송도로 가는 길은 직관적이지 않다. 버스 노선은 있지만 익숙하지 않다. 지하철을 검색해 보지만 환승이 필요하고 동선이 어색하다. 같은 도시 안의 이동인데, '쉽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결국 택시를 탄다. 가장 빠르고 확실한 방법이다. 택시는 원도심을 벗어나며 인천의 해안선을 스친다.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은 인천의 매립 역사를 그대로 보여준다. 바다는 보이지만, 닿을 수 없다. 항만, 방파제, 매립지. 자연 해변의 흔적은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과거 송도 해수욕장을 기억하는 세대라면 이 풍경은 더욱 대비된다. 그 해변은 매립과 함께 사라졌다. 인공섬 위에 도시가 들어섰지만, 정작 모래사장은 없다.
송도에 도착하자 가장 먼저 바다를 보고 싶었다. 바다 위에 세워진 도시가 바다를 어떻게 다루고 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 그러나 마주한 것은 방파제였다. 바다는 보이지만 접근할 수는 없다.
송도는 인공섬의 해양성을 인공 수로로 구현하려고 한다. 센트럴파크의 인공 수로는 약 1.8km 길이로 해수가 순환하도록 설계되었다. 정교하게 설계된 공간이지만, 자연스럽다기보다는 관리되는 풍경에 가깝다. 인공섬 위에 자연을 '재현'하려는 시도가 느껴진다.
송도국제도시는 분명 인천이 선택한 미래다. 2024년 기준 약 18만 명이 거주하고, 연세대·인하대 국제캠퍼스, 바이오 클러스터, 국제기구 사무소 등이 입주했다. 인천의 새로운 철도망은 송도에서 출발한다. GTX-B와 송도발 KTX도 송도에서 출발한다. 인천시는 앞으로 송도발 KTX 노선을 인천대공원을 거쳐 인천공항까지 연결할 계획이다. 인천은 송도를 새로운 인천의 허브로 만들고자 한다.
센트럴파크 주변에 조성한 대규모 한옥호텔은 이 전략의 상징처럼 보인다. 글로벌 비즈니스 도시 한가운데 놓인 전통 건축. 송도가 지향하는 이미지는 명확하다. 세계와 연결되되, 한국적 품격을 잃지 않겠다는 선언이다.
인천 여행 내내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를 떠올렸다. 2001년 개봉한 이 영화는 '성장 소설'이다. 인천에서 사는 스무 살 여주인공 5명은 늘 서울을 바라본다. 그중 3명은 결국 서울로, 해외로 떠난다. 인상 깊은 것은 인천에 남은 2명이 화교 온조와 비류라는 점이다. 결국 인천에서 편안한 사람은, 진짜 인천에서 정체성을 찾은 사람은 화교였다. 그때와 지금, 무엇이 달라졌을까. 인천은 여전히 서울을 바라본다. 동시에 고유의 지역 자부심이 인천을 확장으로 이끈다.
인천이 추구하는 무한 확장, 그 확장의 축은 이제 세 개의 허브를 가지게 됐다. 첫 번째 허브, 인천공항. 인천은 서울과 인천공항을 연결하는 공항고속도로와 공항철도를 새로운 성장 축으로 개발한다. 청라신도시, 영종도를 인천 북부의 중심지로 만들려고 한다.
두 번째 허브, 송도국제도시. 송도는 국제업무지구와 첨단산업 중심지로 설계되었다. 연세대·인하대 국제캠퍼스를 유치해 교육 허브를 구축하고, 바이오 클러스터로 생명과학 산업을 육성한다. GTX-B와 송도발 KTX가 만나는 광역 교통 중심지이자, 글로벌 기업과 국제기구가 모이는 비즈니스 거점이다. 인천은 송도를 통해 수도권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고자 한다.
세 번째 허브, 동인천 원도심. 차이나타운, 개항장, 신포동, 개항로, 배다리 등 인천만이 가진 공간적 자산이 모인 곳이다. 인천시는 이곳을 역사문화 관광지구로 재생하고 있다. 개항장 건물 매입과 문화시설 전환, 인천아트플랫폼 조성, 차이나타운 정비 사업이 진행 중이다. 민간에서는 개항로 프로젝트 같은 도시재생 스타트업이 노포 아카이빙과 로컬 브랜드 개발로 원도심에 새 활력을 불어넣고 있다.
인천과 같은 대도시가 3개의 축으로 성장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인천이 부자연스럽게 애쓰고 있을 수도 있다. 인천공항은 국가 시설이고, 송도는 수도권의 새로운 신도시 거점이다. 국가와 수도권이 협력해 그 지역에 필요한 인프라를 공급하면 되는 것 아닐까?
그렇게 도시의 미래를 편하게 생각한다면 인천의 우선순위는 명확해진다. 동인천 원도심을 중심으로 구심력을 회복하는 것. 이를 바탕으로 서울-동인천 축에 놓여 있는 생활권의 '동네화'를 추진하는 것. 그리고 이 일은 인천이 혼자 만들어가야 할 영역이다.
동네화란 무엇인가. 동인천, 부평, 주안 같은 경인선 축의 인천 주요 도시들이 단순히 서울의 베드타운으로 머무는 것이 아니라, 인천 고유의 정체성을 가진 생활권으로 자리 잡는 일이다. 경인선의 주요 거점들이 문화적 자생력을 갖추고, 그 축에 사는 주민들이 역사적 원도심에서 정체성과 삶의 질을 경험할 수 있는 구조가 동네화의 결과다. 수도권의 한 축을 담당하는 인천이 이렇게 역사 축을 중심으로 자기 정체성을 확립할 때, 메가폴리스 서울은 온전하게 완성된다.
하루를 걸으며 느낀 것은 이것이다. 인천이 서두른다는 것이다. 인천은 천천히 이해되는 도시다. 그 다양성과 역사성이 인천을 인천답게 만든다. 세 개의 허브를 동시에 키우려 애쓰기보다, 하나의 허브로 도시의 구심점을 복원하는 것이 올바른 허브 정책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