샌프란시스코 베이 에어리어(Bay Area)는 독특한 경제 지리를 가진 메트로폴리스다. 20세기 중반까지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과 오클랜드 항만이 경제의 중심이었다면, 1970년대 이후 실리콘밸리의 부상으로 미드 페닌슐라(Palo Alto, Mountain View, Sunnyvale)가 새로운 중심으로 떠올랐다.
라이프스타일과 기술의 변화는 베이에어리어 지역 경제의 구조를 또 한 번 흔들었다. 2000년대 닷컴 붐과 2010년대 테크 붐을 거치며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은 다시 구심력을 회복했고, 팬더믹 이후 재택근무의 확산은 하이테크 산업과 인구는 이스트베이, 노스베이, 사우스베이의 소도시로 이동하고 있다.
집중과 분산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는 지역 경제에서 이스트베이는 버클리(Berkely), 월넛크릭(Walnut Creek), 샌라몬(San Ramon) 등 세 개 거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는 흥미로운 사례다. 오늘의 여정은 이 변화를 직접 경험하기 위한 것이다. BART Line을 타고 이스트베이를 가로지르며, 하이테크 산업이 각 도시를 어떻게 다르게 변화시켰는지 관찰하려 한다.
출발지는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 Powell Street 역이다. BART 노선도를 보며 경로를 확인했다. Red Line을 타면 Berkeley까지 한 번에 갈 수 있다. 플랫폼에 들어서자 익숙한 BART 특유의 소음이 들렸다. 베이 에어리어 사람들에게는 일상이지만, 나에게는 여전히 낯선 이 경쾌한(?) 소리를 들으며 기차에 올랐다. 약 25분 후, Berkeley 역에 도착했다.
처음 계획은 Downtown Berkeley 역에서 내리는 것이었다. 하지만 현지 지인의 조언을 따라 한 정거장 더 남쪽인 Ashby역에서 내렸다. "Telegraph Avenue를 아래에서 위로 걸어 올라가야 버클리를 제대로 볼 수 있다"는 말 때문이었다. 역을 나서자 주택가 풍경이 펼쳐졌다. 2층짜리 목조 주택들이 나무 그늘 아래 자리하고 있다. 전형적인 미국 서버브 주거지 같았지만, 곧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Ashby에서 Telegraph로 들어서자 거리가 변했다. 빈티지 가게, 레코드숍, 작은 카페들이 나타났다. 인도에서는 액세서리를 파는 노점상들이 물건을 펼쳐놓고 있었다. Telegraph Avenue는 1960년대 반전운동과 히피 문화의 중심지였다. 지금도 그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다. Rasputin Music이라는 중고 레코드 가게 앞을 지나쳤다. 1971년부터 영업해 온 이 가게는 버클리 음악 문화의 상징이다. 대학 쪽으로 올라갈수록 인구 밀도가 높아졌다. 학생들, 노숙인, 관광객, 교수로 보이는 사람들이 뒤섞여 있었다. Amoeba Music 건물이 보였다. 세계에서 가장 큰 독립 음반 매장이라고 한다. 들어가 보고 싶었지만 시간이 없어 다음으로 미뤘다.
Telegraph를 따라 올라가자 UC Berkeley 캠퍼스 남쪽 경계인 Bancroft Way가 나타났다. Sproul Plaza가 바로 앞이다. 1964년 자유언론운동(Free Speech Movement)이 시작된 곳이다. 광장에는 여전히 테이블이 놓여 있고, 학생 단체들이 서명을 받거나 전단지를 나눠주고 있었다. 환경운동, 팔레스타인 연대, 학비 인상 반대... 60년 전이나 지금이나 이 광장의 역할은 변하지 않았다. 캠퍼스를 가로질러 북쪽으로 향했다. Sather Gate를 지나 Memorial Glade를 거쳐 북쪽 출구로 나왔다. 약 15분 정도 걸렸다.
캠퍼스 북쪽으로 나와 Shattuck Avenue로 접어들었다.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Telegraph의 거친 히피 문화와 달리, 이쪽은 세련되고 활기찼다. Downtown Berkeley BART 역 주변의 Shattuck은 버클리의 중심 상업지구다. Berkeley Repertory Theatre의 현대적인 건물이 눈에 띄었다. 1968년 설립된 이 극장은 토니상을 수상한 프로덕션을 여러 번 배출한 미국 지역 극장의 상징이다. 거리 건너편에는 BAMPFA(Berkeley Art Museum and Pacific Film Archive) 건물이 보인다. 2016년 새로 지어진 이 미술관은 UC Berkeley 소속이지만 캠퍼스 밖 Shattuck에 자리 잡고 있다. 박물관과 극장이 나란히 있다는 것 자체가 버클리의 문화적 정체성을 말해준다.
Shattuck을 따라 걸으며 보니 레스토랑, 카페, 서점이 빼곡했다. 체인점도 있지만(Trader Joe's, Whole Foods) 독립 가게 비중이 높다. 점심시간이라 직장인들과 학생들이 뒤섞여 있었다. 북쪽으로 계속 올라갔다. Downtown Berkeley에서 고메게토까지는 상당한 거리다. 약 20분 정도를 더 걸어야 한다.
Vine Street 교차로에 도착했다. 여기가 유명한 '고메게토(Gourmet Ghetto)'다. '고급 음식점이 몰려있는 빈민가'라는 역설적 이름이 붙은 이 동네는 1971년 앨리스 워터스가 Chez Panisse를 연 이후 캘리포니아 퀴진의 발상지가 되었다. Chez Panisse 건물을 찾았다. Shattuck Avenue 1517번지. 평범한 목조 주택을 개조한 레스토랑이다. 예약이 안 되어서 들어가지는 못했지만, 로컬푸드 운동의 원조를 직접 눈으로 확인한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었다.
바로 옆 블록에 Cheeseboard Collective가 있었다. 1967년부터 운영된 협동조합 베이커리 겸 피자 가게다. 줄이 길게 늘어서 있었다. 채식 피자 한 종류만 파는데도 이렇게 사람이 많다. 버클리의 로컬 비즈니스 문화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Vine을 따라 조금 더 올라가자 Peet's Coffee 1호점이 나왔다. Vine과 Walnut Street 교차로 근처다. 1966년 문을 연 이곳은 미국 스페셜티 커피의 원조다. 스타벅스 창업자들이 이 가게를 보고 영감을 받았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안으로 들어가 커피를 주문했다. 내부는 놀라울 정도로 작고 소박했다. 하지만 커피를 볶는 향이 가득했고, 단골로 보이는 사람들이 바리스타와 친근하게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커피를 들고 밖으로 나왔다. 주변은 완전히 주택가였다. 나무가 우거진 거리, 잘 관리된 정원이 있는 집들. 이곳이 바로 버클리 북부의 주거지다.
North Berkeley 역까지 걸었다. 고메게토에서 약 5분 거리였다. 역 근처에도 작은 상점가가 형성되어 있었다. 카페, 빵집, 소규모 슈퍼마켓이 모여 있다. 역 플랫폼에 올라 주변을 둘러보며 오늘 걸었던 버클리를 정리했다. 버클리는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까지 BART로 20분이면 도달하지만, 이곳 자체가 완결된 도시였다. 일(work), 주거(住居), 여가(樂)가 모두 도보권에 있다. 이것이 직주락(職住樂) 센터의 완성형이다:
주거: Ashby 남쪽과 North Berkeley 북쪽의 단독주택 지역. 나무가 우거진 조용한 주거지가 캠퍼스를 둘러싸고 있다. 최근에는 캠퍼스 근처에 중고층 아파트도 들어서고 있다.
일: UC Berkeley만 있는 것이 아니다. 캠퍼스 주변에 바이오테크 스타트업, AI 연구소, 출판사, NGO가 집적되어 있다. 4th Street 근처에는 소규모 오피스와 창고를 개조한 테크 기업들이 모여 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일하는 사람도 많지만, 버클리 자체가 고용 중심지이기도 하다.
여가: Telegraph의 서점과 레코드숍, 고메게토의 레스토랑, Shattuck의 극장과 미술관과 카페. Berkeley Bowl 같은 유기농 슈퍼마켓도 동네 문화의 일부다.
North Berkeley에서 다시 BART를 탔다. Oakland 방향 Red Line이다. Downtown Berkeley, Ashby를 지나 약 10분 후 MacArthur역에 도착했다. 여기서 Yellow Line으로 환승해야 한다. MacArthur는 BART의 주요 환승역이다. Red Line(Richmond 방향)과 Yellow Line(Antioch/Pittsburg 방향)이 만나는 지점이다. 플랫폼에서 내려 Yellow Line 표지판을 따라 이동했다.
몇 분 후 Pittsburg/Bay Point 방향 열차가 들어왔다. Walnut Creek까지는 여기서 약 25분이다. 기차를 타고 동쪽으로 향했다. Rockridge, Orinda, Lafayette를 지나며 풍경이 바뀌었다. 구릉지대에 단독주택들이 보인다. 베이 에어리어의 전형적인 서버브 풍경이다. Walnut Creek 역에 도착했다.
역사는 크고 현대적이었다. 버클리의 소박한 역과는 분위기가 달랐다. 주차장이 넓고, 버스 터미널이 잘 정비되어 있다. 역 앞 광장을 가로질러 5분 정도 걸으니 건너편에 Target 간판이 보였다. 대형 마트다. 주차장이 엄청나게 넓다. 차들이 계속 들어오고 나간다. BART 역에서 시내로 가는데 왜 대형 마트 앞을 지나가야 하지? 버클리였다면 역에서 나오자마자 상점가가 시작됐을 텐데.
Ygnacio Valley Road를 따라 더 걸었다. 약 10분을 더 가니 분위기가 바뀌었다. 낮은 건물들이 나타나고, 거리 양쪽에 가게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Locust Street 근처다. 여기가 전통적인 월넛크릭 다운타운이다. Main Street로 접어들었다. 로컬 레스토랑, 와인 바, 부티크 가게들이 모여 있다. 건물은 대부분 2-3층 높이고, 외관은 깔끔하게 정비되어 있다.
한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주문했다. "여기 사람들 많이 와요?" 바리스타가 웃으며 대답했다. "점심시간에는 좀 있는데, 주말은 Broadway Plaza 쪽이 훨씬 바빠요." 카페에서 나와 거리를 더 걸어봤다. 분위기는 좋았다. 조용하고 정돈된 동네 상권. 하지만 활기는 적었다. 버클리 Telegraph나 Shattuck과는 에너지가 다르다.
다운타운에서 남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Broadway Plaza가 있는 곳이다. Main Street에서 Mt. Diablo Blvd를 따라 걸었다. 10분쯤 걸으니 분위기가 또 바뀌었다. 높은 건물들이 보이고, 주차장이 나타났다. Broadway Plaza 입구였다.
넓은 보행 광장을 중심으로 Nordstrom, Macy's 같은 백화점이 자리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 부촌의 상징인 Neiman Marcus도 영업했지만, 지금은 빈 건물로 남아 있다. Apple Store, Anthropologie, Lululemon 같은 익숙한 브랜드들과 함께 Tiffany & Co. 같은 명품점들도 보인다.
왜 월넛크릭에 Broadway Plaza 같은 거대 쇼핑몰이 들어선 걸까? 월넛크릭은 19세기말 작은 농업 마을로 시작해 20세기 초 철도 교차점이 되었지만, 결정적 전환은 전후 1950-60년대 교외 도시 폭발이었다. I-680(1966년), BART 레드라인(1973년)이 개통되며 샌프란시스코와 오클랜드의 중산층이 대거 유입되었고, 1970년대 이들을 위한 쇼핑 시설 수요가 폭발했다. 1951년 개장한 Broadway Plaza가 점차 확장된 배경이다.
Broadway Plaza 북쪽 출구로 나왔다. 시간을 확인했다. 오후 3시가 넘었다. 다음 목적지는 Danville이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Danville에는 BART가 없다. 역으로 돌아가서 버스를 타야 하나? 버스 시간표를 검색해 보니 배차 간격이 30분 이상이고, Danville까지 가는 직행 노선도 없었다. 우버를 부르기로 했다. Broadway Plaza 주차장에서 픽업 장소를 설정했다. 5분 후 차가 도착했다.
우버가 Broadway Plaza를 빠져나와 I-680으로 진입했다. 남쪽 방향이다. 고속도로 양쪽으로 구릉지대가 펼쳐진다. 운전기사와 대화를 나눴다. "Danville 가는 사람 많아요?" "차 없으면 힘들죠. BART도 없고. 거기 사는 사람들은 다 차 있어요." 약 15분 후, Danville 출구에서 내려 Hartz Avenue로 진입했다.
거리를 걸으며 느낀 것은 이곳이 로컬 서비스 상권이라는 점이다. 체인점이 거의 없고, 동네 주민을 위한 가게들이다. 와인 바, 미용실, 부티크, 가정용품 가게... 한 카페에 들어가 커피를 주문했다. Danville 다운타운의 앵커스토어 Mason Benoit다. 바리스타가 친절하게 맞아주었다. "어디서 오셨어요?" "샌프란시스코에서 왔어요. Danville 구경하러요." "아, 여기는 조용하죠. 그게 좋아서 사는 사람들이 많아요."
카페 밖으로 나와 주변을 둘러봤다. 고급 부티크숍, 식당, 화장품, 식료품점이 보인다. 거리 곳곳에 "Danville Live Locally"라고 쓰인 플래그 사인이 걸려 있었다. '댄빌에서 로컬 하게 살기.' 이 도시의 정체성을 정확히 표현하는 슬로건이다.
주택가가 상업지구 바로 뒤에 있었다. 잘 관리된 잔디밭과 정원을 가진 단독주택들. 고급스럽지만 과시적이지 않은 중상층 교외 도시의 전형이다. Danville은 도시로 성장하려 하지 않는다. 이곳의 목표는 완성된 로컬 라이프스타일의 유지다. 월넛크릭이나 산라몬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여기서 산다. 조용하고 안전한 주거 환경. 좋은 학군. 그것으로 충분하다.
Danville에서 다시 I-680을 타고 남쪽으로 10분을 더 달렸다. San Ramon 출구로 나와 Bollinger Canyon Road를 따라 들어갔다. Bishop Ranch 사인이 보였다. 샌라몬의 중심이다. 넓은 오피스 파크가 펼쳐져 있다. Chevron, AT&T, 24 Hour Fitness 본사 건물들이 보인다. 차를 세우고 걸어보기로 했다. Bishop Ranch라고 불리는 지역으로 향했다. 최근에 개발된 복합 오피스지구다.
큰 인공 호수를 낀 Bishop Ranch는 외형적으로 다운타운처럼 보였다. 광장이 있고, 건물 안에 카페테리아, 카페, 편의점, Gym이 보인다. 전체적으로 통창 유리로 쾌적하게 디자인된 저층 오피스 단지다. 단지는 보행자 중심으로 설계되어 있다.
City Center는 Bishop Ranch 단지의 쇼핑몰이다. Marriot 호텔도 인근에 입점해 있다. 나를 안내한 친구가 Bishop Ranch를 걸으며 말했다. “쇼핑몰은 먹으러 온다.” 실제로 그곳의 중심은 의류 매장이 아니라 레스토랑이었다. 광장을 둘러싼 식당들은 저녁이 되면 가득 찼고, 쇼핑백을 든 사람보다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이 더 많았다. 물건은 온라인에서 사고, 오프라인 공간은 시간을 보내고 만나는 장소가 되고 있었다. 몰은 더 이상 판매 플랫폼이 아니라 체류 플랫폼으로 바뀌고 있었다.
Bishop Ranch가 호텔과 상업시설을 갖고 있지만 샌라몬의 전통적인 다운타운으로 기능한다고는 볼 수 없다. 다운타운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기업 직원을 위한 업무시설이다. 시민적 공공 공간이 아니라 기업 운영 인프라다. 샌라몬에 거주하는 75,000명의 주민과 연결되어 있지 않다.
Bishop Ranch에서 일하는 35,000명 중 상당수는 댄빌, 월넛크릭, 더 먼 곳에서 출퇴근한다. 그리고 이들은 모두 차를 타고 온다. BART가 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산라몬은 대중교통 중심 도시로 설계되지 않았다. 이 도시는 자동차 통근과 기업 이동을 전제로 만들어진 공간이다.
샌라몬에서 어떻게 돌아갈까? 지도를 확인했다. 가장 가까운 BART역은 Dublin/Pleasanton이다. 남쪽으로 약 10km 정도 떨어져 있다. 우버를 불렀다. Bishop Ranch City Center에서 픽업 장소를 설정했다. 5분 후 차가 도착했다. I-680을 타고 남쪽으로 내려갔다. 약 15분 후, Dublin/Pleasanton BART 역에 도착했다.
역은 큰 주차장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수천 대의 차가 주차되어 있다. 이곳 사람들은 모두 차를 타고 BART역까지 와서, 샌프란시스코나 다른 곳으로 출퇴근하는 것이다. 플랫폼에 올라 샌프란시스코 방향 열차를 기다렸다. 오늘 하루 동안 네 개의 도시를 봤다. 버클리, 월넛크릭, 댄빌, 산라몬. 모두 이스트베이에 있지만, 완전히 다른 도시들이다.
Dublin/Pleasanton에서 샌프란시스코행 BART를 탔다. Blue Line이다. 저녁 무렵이라 출퇴근 인파가 섞여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노트북을 꺼내 일을 하거나, 휴대폰을 보고 있다. 기차가 출발하고, West Dublin/Pleasanton, Castro Valley를 지나 Bay Fair에서 잠시 정차했다. 여기서 노선이 갈라진다. 샌프란시스코 방향은 Oakland를 거쳐 베이를 건넌다. Lake Merritt, West Oakland을 지나며 해가 지고 있었다. 베이 터널로 들어가고, 몇 분 후 Embarcadero에 도착했다.
호텔로 돌아와 하루를 정리했다. 오늘 본 네 개의 도시는 서로 완전히 달랐다. Berkeley는 문화와 지식의 도시였다. Telegraph Avenue의 히피 문화, Sproul Plaza의 정치적 에너지, 고메게토의 로컬푸드 운동. 대학을 중심으로 모든 것이 걸어서 닿는 거리에 있다. 이것이 완성형 다운타운이다.
Walnut Creek는 상업의 도시였다. Broadway Plaza의 고급 쇼핑몰, 넓은 주차장, 체인점 중심 상권. 사람들은 물건을 사러 오지만, 여기서 살지는 않는다. BART역과 상업지구가 단절되어 있다는 것이 상징적이다.
Danville은 주거의 도시였다. 조용한 메인 스트리트, 잘 관리된 단독주택, 동네 카페. 이곳은 성장하려 하지 않는다. 완성된 라이프스타일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다.
San Ramon은 고용의 도시였다. Bishop Ranch의 오피스 캠퍼스, City Center의 점심시간 인파, 그리고 저녁의 정적. 평일 낮에만 작동하는 도시. 기업을 위한 인프라.
이 네 도시는 경쟁하지 않는다. 각자의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버클리가 문화 중심지가 된 것은 1868년 UC Berkeley가 생겼기 때문이다. 월넛크릭이 상업 중심지가 된 것은 I-680과 Highway 24 교차점에 있고, 넓은 토지가 있었기 때문이다. 산라몬이 기업 타운이 된 것은 Bishop Ranch 개발자들이 그렇게 설계했기 때문이다. 댄빌이 주거 서버브로 남은 것은 주민들이 그것을 원했기 때문이다.
그리고 BART는 이 분화를 고정시킨다. BART는 버클리, 월넛크릭을 지나가지만, 산라몬과 댄빌은 지나가지 않는다. 이것은 우연이 아니다. BART 노선은 1970년대 결정되었고, 그 결정은 각 도시의 미래를 결정했다.
버클리는 BART 덕분에 대중교통 중심 도시로 진화할 수 있었다. 월넛크릭은 BART가 있지만 역과 상업지구가 단절되어 있어서 자동차 중심으로 남았다. 산라몬과 댄빌은 BART가 없어서 자동차 의존도가 더 높다.
오늘 걸으며 느낀 것은 이스트베이 소도시들의 다운타운화 압력이었다. 팬데믹 이후 증가한 다운타운 수요가 실제로 작동하고 있다는 인상을 받았다.
다운타운화 수준은 도시마다 다르다. 전통적인 문화 중심지인 버클리는 팬데믹 이전부터 완성형 다운타운으로 자리 잡았다. BART로 연결된 월넛크릭, BART가 없는 댄빌과 산라몬 모두 각기 자신의 방식대로 다운타운화를 추진하고 있다.
공통점도 있다. 이 소도시들은 모두 로컬 정체성을 강조한다. 버클리의 독립 서점과 협동조합, 월넛크릭의 고급 쇼핑몰, 댄빌의 "Living Locally" 슬로건, 샌라몬의 기업 캠퍼스. 각자의 방식으로 차별화된 정체성을 구축하고 있다.
로컬 정체성을 유지하는 소도시의 다운타운화는 지속될 것이다. 이것이 베이 에어리어가 단일 중심이 아닌 다중심 네트워크로 진화하는 이유다.
이스트베이는 하나의 지역 경제를 이룬다. 하지만 단일 중심이 아니다. 지식과 문화는 버클리에, 소비와 서비스는 월넛크릭에, 고용과 기업은 산라몬에, 주거 안정성은 댄빌에 있다. 이것이 샌프란시스코 메트로폴리스가 하나의 중심으로 회복되지 않는 이유다.
이 도시는 중심을 잃은 것이 아니다. 중심이 분화된 상태로 진화하고 있다. 각 중심은 서로를 보완하며 하나의 네트워크를 이룬다. BART는 이 네트워크를 물리적으로 연결한다. 하지만 각 역은 도시를 재집중시 키기보다, 이미 존재하는 기능적 분리를 확인하고 강화한다.
내일은 미드 페닌슐라를 가볼 예정이다. 실리콘밸리의 도시들은 어떻게 다를까? Burlingame, San Mateo, Redwood City, Palo Alto, Mountain View... 테크 붐이 이 도시들을 어떻게 바꿨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