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핑몰은 먹으러 온다

by 골목길 경제학자

쇼핑몰은 먹으러 온다


샌프란시스코 이스트베이 샌라몬의 City Center Bishop Ranch를 걸으며 친구가 말했다. “쇼핑몰은 먹으러 온다.” 실제로 그곳의 중심은 의류 매장이 아니라 레스토랑이었다. 광장을 둘러싼 식당들은 저녁이 되면 가득 찼고, 쇼핑백을 든 사람보다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이 더 많았다. 물건은 온라인에서 사고, 오프라인 공간은 시간을 보내고 만나는 장소가 되고 있었다. 몰은 더 이상 판매 플랫폼이 아니라 체류 플랫폼으로 바뀌고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유니온스퀘어의 Macy's Union Square도 비슷한 장면을 보여준다. 매장 입구 안내판에 적힌 이름들은 의류 브랜드가 아니라 레스토랑이다. 지하 푸드코트가 아니라 각 층의 대형 식당이 집객의 중심이 되었다. 백화점이 스스로의 정체성을 조정하고 있는 것이다. 상품은 온라인이 팔고, 오프라인은 경험을 판다. 한때 도시 소비문화를 상징하던 백화점조차 판매 공간이라는 지위를 내려놓고 식사와 체험을 전면에 내세운다.


포틀랜드의 Lloyd Center는 이 변화의 더 극적인 장면이다. 한때 지역 상권의 상징이던 쇼핑몰은 지금 대부분의 매장이 비어 있고, 철거와 재개발 논의의 대상이 되었다. 기존 몰 형태를 유지하는 대신 주거와 공원, 상업과 공공 공간이 결합된 새로운 도시 블록으로 재구성하는 계획이 추진되고 있다. 이는 업종의 위기가 아니라 공간 유형의 위기다. 쇼핑몰이라는 건물 형식 자체가 도시에서 기능을 잃어가고 있다.


한국에서도 비슷한 신호가 나타난다. 최근 친구의 포스팅 제목은 “이제는 지하철 지하상가 느낌 나는 #스타필드코엑스”였다. 한때 미래형 복합몰의 상징이던 공간이 일상적 통로처럼 느껴진다는 뜻이다. 대형 복합 상업공간이 더 이상 도시의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는 장소로 인식되지 않는다는 신호다.


쇼핑몰, 백화점, 대형마트, 빅박스 스토어는 형태는 달라도 하나의 범주에 속한다. 대규모 면적, 표준화된 상품 구성, 자동차 기반 접근성, 체인 중심 운영이라는 20세기 소비사회의 문법 위에 세워진 공간들이다. 그러나 지금 이 카테고리는 동시에 압박을 받고 있다. 가격과 편의성에서는 온라인을 이기기 어렵고, 문화적 매력과 장소성에서는 골목상권을 따라가기 어렵다. 그래서 몰은 식당으로 채워지고, 백화점은 레스토랑을 전면에 세우며, 대형마트는 체험 공간을 늘린다. 그러나 이것은 근본적 전환이라기보다 생존을 위한 변형에 가깝다.


결국 유통은 두 축으로 간다. 하나는 온라인이다. 효율과 물류, 데이터와 편의성이 지배하는 영역이다. 다른 하나는 골목상권이다. 관계와 장소성, 창작과 문화가 만들어내는 공간이다. 대형·표준화·집중형 상업공간은 이 두 축 사이에서 애매한 위치에 놓인다. 그래서 쇼핑몰은 먹으러 오는 곳이 되고, 백화점은 식당 안내판을 전면에 내건다.


다만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다. 일부 백화점처럼 주변 동네와 물리적·문화적으로 통합되어 상권의 앵커 역할을 할 수 있는 대형 시설은 골목상권의 문법을 흡수하며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다. 도심 외곽 교통 요지에 자리한 대형 시설도 살아남는다. 이케아나 코스트코처럼 굳이 찾아가게 만드는 목적지형 쇼핑(destination shopping)으로 작동할 때, 접근성과 시설 집적의 이점은 여전히 유효하다. 또 다른 예외는 월마트처럼 전국 오프라인 매장망을 기반으로 압도적인 옴니채널을 구축한 기업이다. 이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 자체를 허물며 양쪽 축 모두에서 싸운다.


그러나 이 예외들은 틈새이지 대세가 아니다. 대형·표준화·집중형 상업공간의 주류는 여전히 두 축 사이에서 길을 잃고 있다. 판매는 온라인으로 이동하고, 도시는 골목에서 경험을 만든다. 문제는 이 균형이 자동적으로 형성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온라인은 물류와 자본, 기술을 통해 스스로 확장한다. 반면 골목은 의도적으로 가꾸지 않으면 쉽게 쇠퇴한다. 문화를 창출하는 동네를 조성하지 않으면 도시는 점점 '택배도시'로 변한다. 거리에는 사람이 줄고, 골목은 비어가며, 상업공간은 물류창고의 그림자에 가려진다. 도시가 물류 효율만을 중심으로 재편되는 순간, 우리는 편리함을 얻는 대신 공간의 밀도와 관계의 온기를 잃게 된다.


그래서 질문은 단순하지 않다. 어떻게 배송을 더 빠르게 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동네에서 머물고 싶은 문화를 만들어낼 것인가다. 문화를 생산하는 골목을 의도적으로 설계하고, 창작과 관계가 살아 있는 상권을 육성할 때 비로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균형이 만들어진다. 그렇지 않으면 도시는 거대한 물류 네트워크로 환원될 것이다.


쇼핑은 온라인에서 이루어질지 몰라도, 도시의 삶은 여전히 거리에서 만들어진다. 쇼핑몰이 식당으로 변하는 장면은 단순한 유통 변화가 아니다. 도시가 어떤 공간을 중심으로 재편될 것인지 묻는 신호다. 그 거리를 비워둘 것인지, 문화로 채울 것인지는 우리의 선택에 달려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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