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 경선이 뜻밖에도 ‘동네 모델’ 논쟁으로 압축되고 있다.
박주민 의원은 서울 곳곳에 연희동을 만들겠다고 했고, 정원오 구청장은 제2의 성수동을 약속했다. 정치 구호처럼 보이지만, 이는 서울 도시전략의 방향을 묻는 질문이기도 하다.
이 논쟁이 의미 있는 이유는, 서울의 미래가 더 이상 초고층 개발이나 대기업 유치로 설명되지 않기 때문이다. 서울의 경쟁력은 CBD가 아니라 동네에서 나왔다. 2000년대 초 골목상권의 부상 이후 서울은 ‘하루에 한 동네’가 가능한 도시가 되었다. 강남, 홍대, 연남, 성수, 익선동, 망원동. 동네 단위의 문화적 분권화가 서울을 글로벌 도시 반열에 올려놓았다.
실제로 도시 발전의 역사도 이를 보여준다. 1990년대 이후 세계 주요 도시는 탈산업화 이후 낙후 지역을 창조지구로 전환하는 도시재생 4단계를 거치며 동네 중심 구조로 이동했다. 서울 역시 예외가 아니다. 자치구 직선제 이후 문화적 자율성이 확대되었고, 골목상권과 창조지구가 자연발생적으로 형성되었다
연희동은 저층 주거지 위에 형성된 소규모 상권이다. 대규모 개발이 아니라, 기존 주택과 골목을 유지한 채 카페·서점·공방이 스며들듯 들어왔다. 보행 중심, 저밀도, 생활 밀착형 문화.
이는 라이프스타일 중심 도시재생의 전형이다.
연희동 모델의 강점은 주거와 문화가 충돌하지 않는 점이다. 주민 기반 소비와 외부 방문객이 균형을 이룬다. 규모는 작지만 지속가능성이 높다. 젠트리피케이션 압력이 비교적 완만하다.
성수동은 공장과 창고라는 산업 유산을 기반으로 시작됐다. 저렴한 임대료, 대형 공간, 실험적 브랜드. 이후 패션·디자인·F&B 브랜드가 집적되며 서울 대표 창조지구가 되었다.
이는 산업 전환형 도시재생의 사례다. 창조계급과 브랜드가 유입되며 빠르게 성장했고, 상업화 속도도 빠르다. 집객력은 강하지만, 임대료 상승과 고급화의 압력도 동시에 존재한다.
연희동과 성수동은 충돌하는 모델이 아니다.
40만 인구 규모의 서울 자치구라면 중심부에 성수형 창조지구 하나, 저층 주거지에 연희형 라이프스타일 동네 하나는 충분히 공존할 수 있다.
문제는 “어떤 동네를 만들 것인가”에 대한 비전이 없었다는 점이다. 박원순 시장의 생활상권, 오세훈 시장의 로컬 브랜드 상권 사업 모두 동네를 지원했지만, 목표 유형이 명확하지 않았다. 동네의 ‘형태’가 아니라 ‘지원 방식’에 초점이 맞춰졌다.
앞으로의 도시재생은 더 성숙해야 한다.
해외 모델을 추상적으로 차용할 것이 아니라, 이미 성공한 국내 모델을 유형화해 주민이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연희형인지, 성수형인지, 혹은 두 모델을 혼합할 것인지. 동네의 미래는 주민이 결정해야 한다.
서울이 글로벌 도시로 평가받는 이유는 CBD가 아니라 동네의 힘이다.
이 힘을 정책 언어로 정교화하지 못하면, 동네 담론은 선거 구호로 끝날 것이다.
전국에는 이미 다양한 동네 성공 사례가 존재한다.
국내 관광을 활성화하고자 하는 이재명 정부 역시 거대 인프라가 아니라 동네 모델에서 해법을 찾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