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는 상권에 대해 무엇을 아는가

by 골목길 경제학자

학계는 상권에 대해 무엇을 아는가


상권 활성화는 표면적으로 중소벤처기업부 소관 사업이다. 적어도 정부 조직도상으로는 그렇다. 그러나 현장을 조금만 깊이 들여다보면 이 단순한 행정적 분류가 얼마나 협소한 것인지 금세 드러난다.


도시재생사업은 낙후 지역의 물리적 환경을 개선하며 자연스럽게 주변 상권의 활력을 묻는다. 문화도시 사업은 창작자와 예술인의 집적을 통해 특정 골목의 정체성을 형성하며, 마을공동체 사업은 주민 조직을 육성하는 과정에서 그 내부에 소비와 교환의 네트워크를 품는다. 또한 사회연대경제는 협동조합과 사회적기업이라는 형식을 빌려 상권 내 자본의 순환 구조를 설계한다. 이처럼 상권을 다루는 정책은 결코 하나의 부처에 고립되어 있지 않다. 여러 부처의 사업들이 각자의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결국 '장소의 번영'이라는 하나의 지점을 향해 손을 뻗고 있는 형국이다.


학계의 사정 또한 마찬가지다. 상권 육성에 이론적 틀을 제공하는 학문은 어느 하나가 아니다.

경제학은 집적 효과와 외부성, 임대료 결정 메커니즘, 그리고 상권을 움직이는 자본의 논리를 설명한다.

경영학은 브랜드 전략과 비즈니스 모델, 고객 경험(CX) 설계를 논한다.

마케팅은 타깃 고객 분석과 포지셔닝, 브랜드 커뮤니케이션 전략을 통해 상권의 시장 경쟁력을 분석한다.

사회학은 젠트리피케이션과 공동체 해체, 이해관계자 간의 갈등 구조를 분석하며, 특정 취향과 라이프스타일이 어떻게 상권의 정체성을 만드는지 도시 ‘씬(scene)’ 연구를 통해 포착한다.

문화기획은 지역 자원을 콘텐츠로 전환하는 기술을, 문화경제학은 문화·창조지구의 형성 조건과 문화 자본이 경제적 가치로 치환되는 메커니즘을 분석한다.

건축학은 저층부 파사드와 골목의 공간감, 용도 전환의 가능성을 읽어내고, 도시설계학은 보행 동선과 블록 구조 등 상권이 도시 조직 안에서 점하는 위치를 다룬다.

지리학은 입지 조건과 공간적 분포, 배후 인구와 이동 패턴을 분석한다.

시각디자인은 공간과 브랜드의 시각 언어를 정돈하고, 디자인싱킹은 문제 발견과 프로토타입 중심의 실험적 접근을 제안하며, 커뮤니티 디자인은 주민과 상인이 함께 방향을 결정하는 참여 설계 방법론을 제공한다.

예술경영은 문화 자원과 커뮤니티의 접점을 관리하며 예술인이 상권 내 창업 주체로 안착하는 경로를 설계한다.

결국 각 학문은 상권이라는 거대한 코끼리의 서로 다른 단면만을 만지고 있는 셈이다.


그렇다면 이 파편화된 분야들을 통합하려는 학문적 시도는 있었는가. 솔직히 말하면 거의 없었다. 각 분야는 자신의 언어로 상권의 한 단면을 기술해 왔을 뿐, 이를 하나의 유기적인 이론 체계로 묶으려는 기초 연구는 태부족하다. 정부는 이러한 통합적 통찰 없이 용역과 위원회를 통해 급조된 매뉴얼로 정책을 집행한다. 현장에서 실제 사업계획서를 작성하는 컨설팅 기업들 또한 학문적 검증 없이 과거의 선행 사례를 무비판적으로 답습하며 보고서를 양산한다. 근거는 빈약하고 형식은 반복적이다. 상권은 극히 복잡한 사회적·경제적·공간적 현상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다루는 방식은 놀라울 정도로 단순하고 평면적이다.


조만간 개최할 '로컬 브랜드 생태계 워크숍'에서 이 질문을 정면으로 실험해 보고자 한다. 참가자들이 각자의 전공 배경에 기초해 작성한 상권 사업계획서의 '목차'를 가져오게 하는 것이다. 예컨대 정부가 공모하는 '로컬거점 상권 육성사업'을 공통 과제로 삼아도 좋다.


내용이 아닌 목차만으로도 충분하다. 어떤 섹션을 우선순위에 두는지, 어떤 항목을 핵심 가치로 보는지, 그리고 무엇을 간과하고 있는지. 이 세 가지만 비교해 보아도 각 학문 분야가 상권에 대해 무엇을 확신하고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가 선명하게 대비될 것이다. ‘학계는 상권에 대해 무엇을 아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대한 답은, 어쩌면 그 파편화된 목차들이 충돌하고 교차하는 바로 그 자리에서 나올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