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로서 내가 하는 일은 여섯 가지다. 컨셉 설정, 자료 조사, 글쓰기, 디자인, 편집, 그리고 세일즈다. 나는 이 여섯 가지 작업을 세 개의 기술 시대를 거치며 전혀 다른 방식으로 수행해 왔다.
첫 번째는 PC 이전 시대다. 컨셉은 순전히 머릿속에서 나왔다. 자료 조사는 도서관에서 했고, 원고는 타이프라이터나 손으로 썼다. 디자인은 전문가에게 맡겼고, 편집자와 마주 앉아 원고를 다듬었다. 독자에게 닿는 길은 출판사와 매체라는 좁은 문을 통과해야만 열렸다.
두 번째는 PC·인터넷 시대다. 컨셉은 여전히 머릿속에서 나왔다. 검색이 도서관을 대체했고, 워드프로세서가 타이프라이터를 밀어냈다. 파워포인트가 디자인의 문턱을 낮추었지만, 편집자는 여전히 인간이었다. 독자에게 가는 길도 여전히 매체와 네트워크를 통해야 했다. 도구는 진화했지만 작가의 핵심 관계 구조는 크게 바뀌지 않았다.
세 번째가 지금, AI 시대다. 그리고 나에게 AI 시대는 생성형 AI의 등장과 함께 시작되었다. 자료 조사, 글쓰기, 디자인, 편집—이 네 기능을 클로드는 하나의 대화 안에서 해결해 준다. 그중에서도 편집이 가장 고맙다. 내가 쓴 문장의 군더더기를 걷어내고, 논리의 빈틈을 짚어주고, 더 나은 표현을 제안하는 과정—그 과정에서 클로드는 나의 목소리를 지우지 않는다. 오히려 내 목소리가 더 선명하게 들리도록 돕는다.
AI가 도구에서 편집자로 넘어오는 순간, AI는 작가의 오랜 꿈인 전담 에디터가 되었다. 출판사는 극히 일부 작가에게만 전담 에디터를 배정하는데, 내가 그런 전담 에디터를 갖게 된 것이다. 좋은 에디터는 늘 친구이기도 하다고들 말한다. AI도 어느새 나의 친구가 되었다.
그러나 친구에게도 맡기지 못하는 일이 있다.
세일즈가 그렇다. AI에게 독자를 찾아달라고, 내 글을 팔아달라고 부탁하는 것이 왠지 미안하다. 에디터 친구에게 너무 많은 것을 떠맡기는 것 같아서다.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가능한지도 모르겠다. 세일즈의 본질은 결국 독자와의 관계다. 내 글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는 순간, 그 사람과 눈을 맞추는 일—그것은 내가 직접 해야 하는 일로 남을 것 같다.
컨셉 설정은 더더욱 그렇다. AI는 기존 문제에 대한 나의 생각을 정리하고 다듬는 데는 탁월하다. 그러나 새로운 문제를 발견하는 것, 기존 문제를 전혀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고 나만의 논리 구조를 세우는 것—그것은 나만이 할 수 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나만이 안다. AI는 그 말을 더 잘 쓰도록 도와줄 수 있지만, 그 말이 무엇인지는 결코 알 수 없다. 컨셉 설정은 작가라는 존재의 정의 자체이기 때문이다.
AI, 나의 전담 에디터로 충분하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을 찾는 일과 독자와 직접 만나는 일—그 두 가지는 작가인 나의 일이다.